1991년 SBS 1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희정은 오랜 무명 시절을 겪었고, KBS2 '사랑과 전쟁'에 출연하면서 조금씩 얼굴을 알렸다.
선배 김혜정은 "'사랑과 전쟁'은 비드라마 교양국에서 제작했는데, 그때만 해도 배우들이 꺼려했다"고 말했고, 김희정은 "불륜녀보다는 조강지처를 많이 했다. 불륜녀는 주인공을 할 수 없다. 법정에 나가야해서"라며 "나 나름 조강지처를 했는데, 항상 불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억울해했다.
이어 "10년 열심히 하면 배우도 승진하는 줄 알았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중견배우가 되고, 뭔가 올라가는 줄 알았다. 근데 방송국 들어가서 10년 일해도 달라지는게 없더라. 단역으로 쉬질 않았는데, 항상 갈증이 있었다. 결국에는 고정을 맡을 수가 없더라. '이게 열심히 한다고 해서 올라갈 수 있는데가 아니구나' 싶었다"며 "내 선택이 아니라 누군가 날 불러주지 않으면 이 일을 못하겠구나 마음을 먹으니까 당당해졌다. 그때 KBS '사랑과 전쟁'에 내 또래가 많이 나왔는데, 당시 '희정아 너 배고프니? 그걸 왜 해?' 이런 시각이 너무 많았다. 굉장히 고민하고 딜레마에 빠졌다"고 밝혔다.
김희정은 "난 여기서 일하는 게 행복한데 사람들이 왜 무시하지? 내가 잘못한 건가? 선배들한테 조언을 구했다. 어떤 선배님은 뭘 하더라도 네 영혼을 담아서 하라고 했는데, '쟤는 아직도 저걸하니?' 그러기도 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특히 김희정은 "그 프로를 통해 문영남 작가님의 '소문난 칠공주'에 캐스팅 됐다. 연습 날 선생님이 '연기 잘 봤어요. 잘 보고 있어요. 김희정이란 이름을 알아내려고 '사랑과 전쟁' 자막 올라가는 것까지 보고 이름을 알아냈다'고 하셨다. 그래서 깜짝 놀랐다. 그 덕분에 선생님과 인연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김희정은 '소문난 칠공주'를 비롯해 '조강지처 클럽', '수상한 삼형제', '왕가네 식구들' 등 문영남 작가의 페르소나로 불리며 무명 시절을 탈출했다.
하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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