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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회계팀에서 일하다가 구치소 다녀온 후기.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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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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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회계관련 일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창피한일이지만 배임혐의로 증거인멸의 위험이 있다. 하여 구치소에 약 1달간 구속되었습니다.
살면서 그런곳이 있다. 라는걸 알고만 있었지. 막상 경찰서와 검찰을 왔다갔다 하며...
유치장을 거쳐 구치소로 향하는 과정에서 정말이지 그냥 한숨밖에 안나오더군요.
입맛이 없는건 당연했고 패닉상태. 딱 그 단어로 압축될 것 같습니다.

유치장에서 6-7일간 있다가 구속하라는 명령서? 그런게 떨어지자 구치소로 넘어갔습니다.
저 말고 5명이 딸려갔는데 오전에 갔습니다. 정면에 보이는 정문을 지나 구석으로 지나가면서...
커다란 철문? 이 보이더군요. 그곳을 저를 태운 버스는 지나갑니다.

구치소에 들어가서 먼저 교도관들이 이거저거 물어봅니다.
이름, 나이, 주소 등등. 본인확인을 거쳐 옷을 홀딱 벗깁니다.
한켠에 옛날 푸세식 화장실 같은 공간을 만들어두고 똥구멍 아래로 향하고 앉으라고 합니다.
거기에 아마 뭘 넣고 들어왔는지 확인하려고 하는것 같습니다.

그리곤 새것으로 보이는 질 안좋은 런닝과 팬티 그리고 다이소에서도 안팔것 같은 진짜 얇고 작은 수건 한장.
모텔에가면 줄듯한 질안좋은 세면도구들을 지급하고 찬물로 샤워를 시킵니다.
(제가 5월 27일쯤 들어갔는데 날이 꽤 추웠는데도 찬물로 시키더군요...)

그리고 줄세워 각자 배정받은 방으로 이동합니다.
신입방이라고 불리는 곳인데 본방으로 배정되기전에 2-3일정도 먼저 배정하는 방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2-3일간의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뜻인거라 생각합니다.

살면서 그렇게 지저분한 방(?) 은 처음봤습니다.
식기도 그렇고 정말 여기다 밥을 먹어야 하는지? 이걸 정말 덮고 자야하는지? 생각이 들만큼..
지저분하고 누구의 머리카락인지 다리털인지도 모를 오만 잡동사니 것들이 다 묻어있는 베게를 베고 자야합니다.
그래요 나는 죄가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현재는 용의자 신분이니 이런것을 감내해야겠죠.

미결수(형이 확정되지 않는 수용자) 의 신분이라 하루 1번씩 면회가 가능했습니다.
가족들은 물론이고 동생과 집사람이 자주 왔습니다.
동생이 접견실 앞에 일주일 식단이 붙어있는데 되게 잘나오나보다며 웃으면서 이야기하는데...
진짜 모르는 말을 하지 말아야지.

카레? 짜장? 네 맞아요. 소세지야채볶음? 네 맞습니다. 그런거 나옵니다.
근데 카레가 카레가 아니고 짜장이 짜장이 아닙니다. 그나마 양도 매우 적습니다.
이곳은 깡패들이 왕인곳입니다. 깡패들은 안에서 좋은 대우를 받으며 온갖 맛있는것들을 다 해먹고 다니지만..
일반 수용자들은 깡패의 눈치를 보며 그가 던져주는 콩꼬물을 먹고 살아야합니다.

이제 본방으로 갑니다. 이곳은 각 죄명마다 각기 다른 방으로 구별이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그 방 또한 초범과 재범이 나뉘어 있습니다. 예를들면 이런식입니다.
절도방은 절도죄나 그에 포함되는 죄를 지은 사람이 들어갑니다. 그 절도방도 절도초범방과 절도재범방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다른방도 마찬가지입니다.

크게 구분되는 몇개의 방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강력방(성범죄, 폭력, 강도 등의 강력범죄) , 절도방(절도, 야간무단침입), 경제방(사기, 횡령, 배임 등의 경제범죄)
마약방(말 그대로 마약관련 범죄), 교특방(교통사고, 뺑소니 등 교통범죄), 기타방(기타 잡범방)

이정도로 나뉩니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저 중에서도 초범과 재범방으로 나뉩니다.

저는 죄명이 배임이었는데 왜인지 모르겠으나 기타초범방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들어간 기타초범방은...
저 많은 방들중에 가장 그나마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로 구성되어 있는 방입니다.
이 방은 깡패도 없고 '악' 지르는 인간도 없는 그냥 조용한 방입니다.

기타 초범방이라 구속적부심사나 보석 혹은 집행유예 등으로 빨리빨리 인원이 빠지기 때문에...
순환이 빠른편입니다. 이 방에서 실형을 받는 경우는 드문편이고 실형을 받더라도 보통 1년 미만의 작은 형을 선고받는 경우입니다.
기타방이고 초범방이다보니 아직 사회에서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있다보니 거의 1-2에 한번씩 다들 접견이 오는편이고...
그에 따라 가지고 있는 영치금(구치소 내에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돈)이 다들 넉넉하다보니...

안에서 먹을 수 있는건 다들 다 사먹고 하는 편입니다. 이런 방의 경우 소지(사동도우미)가 자주 왔다갔다하며...
편의를 봐주는 편이고 그에 따라 방에서는 소지에게 먹을것이라든지 기타 다른 물품을 제공합니다.
그 물품을 받아먹었으니 반찬의 양이며 그런것들이 다른방보다 좀 더 넉넉하게 인심좋게 지급되는 편입니다.

화장실은 공간 전체가 투명한 아크릴판 같은 재질로 둘러쌓여있는데 투명하다보니 안에서 큰일을 보든 작은일을 보든...
전부다 밖에서 보입니다. 그래서 교도관 알게 모르게 수건같은것으로 임시로 막곤 하는데 교도관이 보면 떼라고 이야기는 하지만..
본인들도 그 정도는 배려심으로 넘어가곤 합니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밥먹을때 안에서 큰일을 보는것은 가급적 금지하는 편이고...
관복(구치소에서 지급하는 죄수복) 또한 단벌이기때문에 화장실을 갈때는 다 벗고 내의만 입고 가는것이 생활화 되어있습니다.
보통 방 안에서의 계급은 들어온 순서대로 정해지는데 그에따라 높을수록 잠자리나 청소 또는 설거지를 하지 않는 등의 혜택이 있습니다.

인원은 저 포함 12명이었고 제가 나갈때까지도 12명 미만이었던적은 없습니다.
방안의 평수는 화장실 포함 약 6.99평정도 되고 관물대(개인소지품 보관함)와 화장실 등을 제외하면 사람이 있을 수 있는 공간은..
5평 미만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곳에서 12-3명이 식사를 하며 잠을 자야하는 공간입니다.
1인당 개인에게 주어지는 공간이 약 0.5 ~ 0.6평정도 라고 보시면 됩니다.

방 안에서 뜨거운물은 따로 나오지 않으며 무조건 찬물로 샤워를 해야합니다.
많은 인원이 좁은 곳에서 생활을 하기때문에 적어도 1인 1회 샤워는 필수적으로 해야합니다. 그래야 서로 불쾌하지 않습니다.
식수는 외부에서 정해진 시간마다 지급이 되며 식수통이라는 곳에 받아서 그것으로 식수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뜨거운 상태기때문에 이불에 박아뒀다가 샤워할때 일부 사용하거나 설거지 기름뺄때 혹은 컵라면을 먹을때 사용합니다.
커피를 마시는데에도 사용이 됩니다.

일주일에 1번씩 뜨거운물로 샤워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데 샤워시간은 약 15분정도 입니다.
혼자서 하는게 아니라 커다란 샤워실에 1방씩 집어넣어 샤워를 시킵니다.
그때 각자 밀린 빨래를 그 짧은 시간내에 서로 도우며 하거나 합니다. (찬물로 빠는건 때도 안빠지고 추워서 힘들기 때문입니다.)

소지간(소지가 일을할때 대기하는 공간) 안에는 커다란 온수통이 있는데 여기서는 그것을 '오뚜기' 라고 합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다들 그렇게 부릅니다. 제가 있던 방처럼 소지와 교감이 잘 되는 방은...
소지들이 수시로 뜨거운 커피 마시라며 뜨거운 물을 1-2통씩 피트병에 담아다 주기도 합니다.

방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교화란 없습니다. 바보처럼 왜 걸렸을까? 라는 후회만이 있습니다.
저는 한달이 좀 안되던 때... 진범이 자수를 해서 출소명령을 받고 풀려났습니다.
풀려나기 전날에 검사가 언질을 해주더군요. 그리고 그동안 조사과정에서 서운한거 있으면 풀라고 하고...
억울하겠지만 안에 있던 시간 몇푼이라도 보상 받아야하지 않겠냐면서 과정을 알려주었습니다.

저는 검찰에 다녀오고 방안에 들어와 방사람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오전에 검찰에 다녀오고 몇시간 있으니 인터폰으로 교도관이 출소준비하라고 부르더군요...
그제서야 방 사람들한테 말하고 고마웠다고 먼저 나가서 미안하다고...
그렇게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그곳을 나왔습니다.

다시는 가고 싶지 않는 곳입니다.
다음달부터 다시 회계사 생활을 시작합니다. 회사에 소속되어 있다보니...
독립적인 회계사보단 시간이 나질 않지만...

아마 이직을 해야할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아무리 괜찮다고해도...
이유야 어쨋든 날 고발한 회사에 더는 몸담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여러분 절대 죄짓지 마시길 바랍니다.
아니 설령 죄를 지어야겠다면 구치소나 교도소에 가지 않을 만큼만 지으십쇼.
거긴 정말....저는 그중에서도 가장 괜찮은 곳에 있었음에도 그정도인데...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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