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압(구정)·서(초)·방(배)’라는 단어가 말해주듯 방배동은 압구정, 서초에 밀리지 않는 강남권 요지 중 하나였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방배동은 압구정, 서초 등 강남권 다른 지역에 밀리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재건축이 진행되어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반포·개포 등과 달리 소규모 아파트와 단독주택 위주인 약점이 드러난 것이다. 고소득층이 점점 빠져나가면서 동네의 명성도 점점 퇴색되었다.
최근 방배동 일대가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옛 명성을 되찾을지 주목 받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만 3개 단지 분양이 예정되어 있고, 다른 단지들도 새 아파트로 가는 단계를 착실하게 밟아나가고 있다. 정비사업이 마무리되면 방배동 일대는 1만 가구가 넘는 ‘미니 신도시’로 거듭난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피한 단지 많아
방배동의 최대 특징은 단독주택·다가구주택·다세대주택(빌라) 등을 중심으로 재건축이 진행되는 곳이 많다는 사실이다.
재건축 사업의 최대 걸림돌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한 곳이 많아 관심이 높다. 2017년 12월 31일 이전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면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었는데, 5·6·13·14구역이 신청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현재 재건축을 진행 중인 단독주택 구역 중에서 ‘대장주’는 단연 5구역이다. 방배동에서 가장 큰 규모인 3064가구로 재건축될 예정이고, 현대건설이 고급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적용할 예정이다.
1097가구 아파트 단지를 짓기로 한 6구역은 삼성물산이 시공사다. ‘래미안원페를라’라는 이름으로 재건축된다.
원래 5구역의 일부였던 14구역은 조합원 사이 의견 차이로 5구역에서 분리되어 따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487가구로 지어질 예정인데 최근 철거를 마치고 내년 착공이 목표다. 롯데건설이 시공사로, 고급 브랜드인 방배 르엘을 적용한다.
방배동엔 이미 재건축을 마친 새 아파트가 몇 개 들어서 있다. 속도가 가장 빨랐던 방배3구역은 353가구의 ‘방배 아트자이’로 탈바꿈해 2018년 10월 입주를 마쳤다. 방배 경남 아파트를 재건축한 ‘방배 그랑자이(758가구)’가 2021년 입주해 이 일대에서는 가장 신축 단지다. 방배그랑자이 전용 84㎡는 거래가 많지는 않지만 시세가 30억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방배동에 제대로 들어선다면 다른 강남 지역 못지않은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방배동이 그동안 집값 상승을 주도할 아파트 단지가 없어 상대적으로 가격 측면에서 낮게 평가받았던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방배동의 최대 단점은 다른 강남권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교통망이었다. 방배동과 강남 중심부 사이를 서리풀공원이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9년 4월 옛 정보사 용지를 지하로 관통하는 서리풀터널이 뚫리면서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을 비롯한 강남 중심부로 이동이 훨씬 쉬워졌다. 방배동에서 강남역을 거쳐 삼성역, 멀게는 잠실까지 직선으로 이동이 가능해진 셈이다. 일례로 터널이 완공된 뒤 내방역에서 서초역까지 이동 시간은 6~7분 남짓으로 단축됐다. 박합수 겸임교수는 “서리풀터널 개통으로 교통 여건이 개선되면서 방배동이 명실상부한 ‘강남 생활권’으로 편입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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