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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한국어로 쓰다 실패 후 영어로 쓴 첫 장편이 이렇게…안믿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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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6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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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한국 독자들이 어떻게 읽으실지… 처음 영국에서 출간됐을 때보다 더 긴장되네요."

자신의 첫 장편소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을 출간한 이미리내 작가는 처음에 영어로 쓴 작품이 드디어 모국어인 한국어로 번역돼 나왔다는 흥분감에 요즘 상기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이미리내는 한국에서 태어나 초·중·고교를 마치고 미국의 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현재는 가족과 함께 홍콩에 거주하며 영어로 소설을 쓰는 40대 초반의 전업 작가다. 

그는 지난 24일 연합뉴스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드디어 한국의 가족과 친구들이 제 작품을 읽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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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은 여자 주인공이 일제 강점기에서부터 해방과 한국전쟁, 분단된 한반도의 시공간을 종횡무진 오가며 펼치는 장대한 드라마다. 

한국의 한 요양원의 치매 환자 구역에 흙을 먹는 것으로 악명 높은 노인 '묵 할머니'가 입원해있다. 그녀는 요양사에게 자신의 기구한 인생 스토리가 담긴 부고를 써달라고 부탁하면서 자신의 삶을 요약한 여덟 단어를 들려준다. 

그것은 노예·탈출전문가·살인자·테러리스트·스파이·연인·어머니다. 요양사가 왜 일곱개 뿐이냐고 묻자 그는 비어있는 하나의 단어를 채우기 위한 이야기의 길고 긴 여정을 시작한다.

작가는 작고 연약했던 한 소녀가 거칠고 잔혹한 세상과 역사의 격랑 속에서 살아남아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을 미스터리 장르의 문법으로 솜씨 좋게 풀어냈다. 방대한 스케일과 묵직한 주제 의식, 극적 재미가 잘 어우러져 속도감 있게 읽힌다.

이 작품 특이하게도 모국어가 한국어인 작가가 영어로 먼저 쓴 작품이다. 

이 작가는 자신의 첫 장편인 이 소설(원제: '8Lives of a Century-old Trickster')로 미국의 초대형 출판사인 하퍼콜린스와 파격적인 선인세 계약을 맺은 뒤 지난해 영국에 이어 미국에서 작품을 먼저 출간해 현지에서 호평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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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는 "등장인물들의 고통을 피하지 않으면서도 구원에 가까운 이야기를 선사한다"라고 했고,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의 격동적 역사를 가로지르는 매혹적 이야기"라고 평했다. 

세계 10여 개국에서 출간이 확정된 이 작품은 또한 한국인 최초로 영국 여성문학상 롱리스트(1차후보)에 오르는 등 영미권 여러 문학상에도 노미네이트됐다. 최근에는 미국의 유명한 여배우 데미 무어가 이 작품을 휴가지에서 손에 들고 읽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작가는 한 때 영어가 서툴렀던 자신이 어렵게 영어로 쓴 작품이, 자신이 존경하던 대작가들이 책을 낸 유서 깊은 하퍼콜린스 출판사에서 출간되고 평단의 호평을 받은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아직도 자신을 한국계 2세 미국인 작가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적은 여전히 한국이고 일상 언어는 한국어가 영어보다 더 편하다고도 했다.


미국에서 대학에 다닐 때는 영문학 전공과목 성적이 좋지 않아 찾아간 한 저명한 교수에게서 "낙제는 면할 거다. 하지만 이걸로 먹고살 생각은 하지 마라"라는 훈수도 들은 적이 있다고 작가는 털어놨다.

"대형 강의였고, 교수님이 워낙 유명하신 분이어서 기억 못 하실 거예요. 그 경험 덕분에 저는 작가 지망생이나 어린 친구들에게 함부로 미래를 재단하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재능이 부족해도 능력을 키우고 또 운이 따라 준다면 나중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해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에서는 남성의 여성에 대한 가부장적 폭력과, 일본 제국주의의 군 위안부 문제, 북한의 비인간적 감시 체제 등 묵직한 역사적 맥락의 소재들이 큰 비중으로 나온다. 

일제강점기 평양 근처의 농촌 마을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학대를 견디던 주인공은 아버지의 폭행에 눈이 먼 어머니를 고쳐주겠단 말에 속아 인도네시아의 한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가고, 거기서 친구들의 참혹한 죽음을 보고 복수를 감행한다. 

작가는 이 부분을 쓸 때가 가장 힘겨웠다고 털어놨다. 

"당시 둘째를 임신 중이었는데, 그 부분을 탈고하자마자 병원에 실려 가 한동안 지내야 했어요. 우리의 아픈 역사다 보니 쓰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거죠. 그래도 주인공이 복수하는 장면을 쓸 땐 통쾌했어요."

이 작품은 역사의 격랑 속을 주체적으로 돌파해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이자, 고통과 한(恨)의 이야기를 후대 세대에게 구술해 전승하는, 이야기의 힘에 관한 소설이기도 하다. 

소설을 읽으며 강력한 스토리와 속도감 있는 전개, 신비로운 등장인물 등의 요소들로 인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돼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이 작가는 작품의 영상화 가능성을 놓고 미국 최대규모 엔터테인먼트 에이전시인 CAA(Creative Artists Agency)와 함께 검토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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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탈북자였던 이모할머니 고(故) 김병녀 여사가 해준 이야기들이 단초가 됐다. 

"60대의 나이에 가족들을 남겨두고 혼자 남으로 넘어오셨는데 그분 인생 궤적이 너무 특이했거든요. 또한 대단히 똑똑한 이야기꾼이셨죠. 코로나19때 작고하셨는데 이모할머니께 늘 감사할 따름입니다."

작가는 영어로 작품을 쓰기 전에는 한국어로도 소설을 써봤지만 실패했다고 털어놨다. 어쩔 수 없이 영어로 쓰기 시작한 단편들이 미국의 문예지 몇 곳에 채택됐고, 영어로 쓴 첫 장편으로 주목받기에 이르렀다. 그래도 언어와 상관 없이 문학을 쓰는 건 늘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지금도 하루 종일 써도 반쪽밖에 못 써요. 문학적인 글을 쓸 때는 영어로 쓰든 한국어로 쓰든 둘 다 느리고 어렵죠. '이건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소재를 만나면 그냥 '한 번 써보자' 하고 시작하는 거예요.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 방식대로 써보겠습니다."

위즈덤하우스. 정해영 옮김. 408쪽.


https://naver.me/GzEX4pG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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