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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줄어든 드라마 제작... 새벽4시에 불러도 항의 못하는 방송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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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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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미디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연평균 4개월 실업 상태에 놓였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경우가 절반에 그친 가운데 10명 중 6명은 수급 자격이 있어도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와 더불어민주당 강유정·이기헌·이용우 의원실은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질주를 멈춘 K콘텐츠 산업 그리고 방송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한빛센터는 이 자리에서 179명의 전·현직 방송미디어 비정규직 프리랜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최근 노동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드라마와 시사교양, 다큐, 교육, 예능, 스포츠 등 프로그램 제작 노동자가 참여했고, 주요 직무는 기획과 기술, 후반작업, 미술 직무였다(중복응답 기준 195명). 

방송미디어 비정규직 노동자 4명 중 1명 꼴로 서면계약 없이 일하고 있었다. 구두계약만으로 일하거나 계약 절차 자체가 없다고 답한 경우다. 방송제작 계약이 비자발적으로, 예측불가능하게 종료됐다고 밝힌 경우가 79%에 달했다. 57%p는 제작 종료를 이유로 일을 그만뒀고 12%p는 해고·권고사직을 당했다. 9%p는 제작이 중단되며 일자리도 없어졌다고 답했다. 


구직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2023년 3월부터 2024년 2월까지 1년 동안 월간 근무일이 10일 미만인 개월 수가 4.1개월이었다. 김희라 한빛센터 기획차장은 "사실상 1년 중 4.1개월을 실업 상태로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실업 상태에 놓인 비율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올해 상반기에 늘었다. 김 차장은 "편성과 제작 규모가 지난해 하반기 축소된 결과임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노동자 대부분이 사회보험 혜택도 받지 못한다. 고용보험 가입 경험은 51%에 그쳤고 예술인 고용보험·산재보험은 65%였다. 고용보험 가입자가 실업 상태에 놓이고도 실업급여를 못 받은 경우는 60%에 달했다. 해고·권고사직 당할 때 퇴직사유가 제대로 표기되지 않았거나 수급 방법을 몰랐던 경우다. 김 차장은 "노동자들은 1년 간 3분의 1 넘는 기간 실업 상태에 놓이지만 실업급여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있고 생계 지원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요약했다. 

방송작가와 PD, 연기자들은 제작이 줄어든 여파를 그대로 맞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영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장은 "6년 전 노조 만들어지고 노동조건과 페이가 개선됐는데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있다. 드라마 제작편수가 줄며 불합리한 구조를 참고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이제 다시 연속 27시간, 32시간까지 촬영한다. 콜 타임은 아침 7시인데 리허설한다고 새벽 4시에 사람을 불러낸다. 그런데 말을 못한다. 계약서를 쓰지 않아 쉽게 잘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송창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사무국장도 "노조에서 오랫동안 민원을 담당했는데, 요즘은 민원은 알아서 처리할 테니 일이라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조합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정부 압박에 방송사 편성이 좌우되는 상황에서 이들은 가장 먼저 해고 바람에 시달린다. 박선영 민주노총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최근 KBS 시사교양 폐지 추진,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지명,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연임 등 사건이 있었다"며 "방송사들은 이런 상황에 정상 편성을 할 수 없고 개편하면 가장 먼저 처리되는 게 제작진"이라고 했다. "PD나 기자처럼 정규직 분들이야 부서를 옮기면 그만이지만 우리는 아예 밖으로 뿔뿔이 흩어진다"며 "그러면서 정말 또 필요할 때는 '같이 일하자' 연락이 온다"고 했다. 

열악한 노동조건을 '방송산업 불황' 탓으로만 보는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성길 동아방송예술대 교수(창의융합교양학)는 "발제 자료에 나왔지만 지금 방송미디어산업이 정말 불황일까, 질주를 멈췄을까"라고 되물었다. 그는 "방송예술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수익을 창출하는 산업이다. 그 안에서 한국 방송사가 못 살아가는 것이지 영상미디어산업은 다양하게 확장되고 그 속에 노동자가 있다"며 "(발제에 인용된 기사처럼) '무너지는 생태계'가 아니라 바뀌어갈 뿐이다. 노동자의 관점으로 생태계를 바꿔나가는 것이 지금의 과제"라고 했다.


송창곤 사무국장은 한국의 스태프 제작환경이 뒤떨어진다는 간접 경험담을 전했다. 송 사무국장은 "중국 제작진들이 한국인 스태프나 한국 배우들을 너무 좋아한단다. 중국 스태프는 시간 안에 다 끝내고 퇴근시켜야 하는데 한국 스태프와 배우들은 '이거 2시간 더 해서 여기까지 하죠, 고민되면 다 찍어보죠' 한다는 것"이라며 "한국 스태프들은 밤샘촬영도 오케이, 일만 달라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정당한 보상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강유정 의원은 "'저널리즘토크쇼 J'라는 프로그램에 고정출연하다 한달 전 폐지를 통보 받았다. 많은 제작진이 프리랜서, 계약직, 파견직이었다"며 "새로운 플랫폼들이 들어서지만 한국 방송 문화에서 외려 서구에서는 절대로 하지 못할 부정적인 일들이 벌어지는 환경이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스럽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대로 된 계약서'로 출발해야 한다고 입 모았다. 참가자들은 방송스태프와 방송작가, 방송출연자 등 직무별 서면표준계약서 적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자 위주로 설계된 방송법을 바꾸거나, 영화비디오법을 개정해 방송사가 근로계약의무와 근로기준법을 지키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기영 지부장은 "한국 방송사 비정규직 전반을 살펴보면 식민지 같다. 제대로 고용계약하는 게 아니라 약탈해 빼먹다 버리고, 다른 곳에 가서 약탈하는 구조다. 그러지 않고는 유지되지 않는다"며 "이 상황에서 어떻게 콘텐츠 수출을 얘기할까. 방송사가 누려온 특권을 스스로 인정하고 노동자와 공정하게 계약을 맺어야 한다. 그게 싫으면 다 같이 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용우 의원은 "방송사들이 과거의 제작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는 한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며 "방송계엔 여러 고용형태가 복합적으로 자리잡았고 기본 구조로부터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문제가 파생되고 있다"고 했다. 이기현 의원은 "가장 시급한건 방송미디어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제도화하고 노동생태계로 완성되는 것 아닐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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