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종 사후의 혜빈 양씨
소헌왕후가 떡하니 잘 살아있던 시절 혜빈 양씨는 그냥 단종을 양육한 품계 높은 승은후궁 1일 뿐이었고 단종을 잘 키웠지만, 문종 시기를 지나서 단종 시기가 오니까 대비가 없는 상황에서 이 여자는 갑자기 수렴청정을 하게 됨. 원래는 내궁이라고 불렸던 실질적 중전 귀인 홍씨가 해야 하는 것이겠지만 김종서 및 공신들이 머리 좀 굴렸음. 이때 조정 어른으로서 수렴청정을 하게 된 혜빈의 눈이 좀 넹글 돌아감. 야망도 생겼고 이제 내가 제일 위라고 생각했던 1만 보고 2를 볼 줄 몰랐던 혜빈은 자신과 같이 협력해야 하는 귀인 홍씨를 대놓고 나보다 품계 낮은 종 1품 귀인이라고 무시함. 귀인 홍씨가 내궁이었고 사실상 문종의 왕비였는데 알고도 그랬다는 건 혜빈 양씨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는 뜻이나 다름없는 소리임. 아마도 혜빈은 단종을 위한다는 빌미+자기가 최고 어른이란 생각으로 그랬던 모양이지만 최소한 조정 상황을 생각하면 귀인 홍씨와 함께 의견을 잘 맞췄어야 했음. 결과? 계유정난~
한편 왕따당한 문종- 숙빈 홍씨
숙빈 홍씨는 문종 시절 귀인이었고, 일찍 요절한 딸 하나만 있었지만 그럼에도 문종의 사랑을 받은 후궁이었음. 우리가 다 알았듯이 문종 시기에는 중전이 없었고, 사실 조선 초기이기도 한 데다가 즉위하고 바로 왕비를 세우는 건 근본 절차라 그냥 세워도 되는 상황인데 문종이 굳이 삼년상 지내고 세우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대충 그렇게 됨. 대신 미리 삼년상 끝나면 얘가 중전이다! 땅땅 하고 귀인 홍씨를 내궁(內宮)으로 삼음. 진짜 귀인 홍씨는 왕비로서의 일을 3년 가까이 했고 머리와 옷도 왕비의 그것과 같이 입었음. 사실상 문종의 왕비는 귀인 홍씨가 맞았고 호칭도 홍귀인이 아니라 내궁이었음. 명나라로부터 왕비로 인정받고 함께 사신을 대접하기까지 했기 때문에 귀인 홍씨는 말만 아니지 왕비였던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문종 사후 단종시기에 같이 수렴청정을 맡은 혜빈 양씨에게 견제질+왕따를 당하게 됨. 귀인이 빈보다 낮다는 이유로. 수양대군이 숙빈으로 높이자고 김종서 일당한테 조언하는데 이건 어떻게 못 했을 정도. 문종의 패착이 자기 고집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이 왕따당하는 상황까지 왔다는 건데 결국 숙빈 홍씨는 왕따 못 시키게 자기를 빈으로 높여준 수양대군네 편에 붙은 뒤 계유정난이 일어남.
계유정난은 참고로 안평대군 제외 다른 왕족들 아무도 편 안 들어줌
안평이 사사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반발이 시작되었는데 그 정도로 김종서와 공신들, 혜빈양씨에 대한 평가가 바닥이었다는 뜻
이때 기록 보면 ㄹㅇ 드라마 한 편 찍어도 될 정도의 암투임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