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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Epik High) "Pump" 이즘(izm) 평

무명의 더쿠 | 07-24 | 조회 수 5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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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y 한성현
  • 앨범, EP, 싱글이 분량을 기준으로 한 형식이라면 믹스테이프는 의미에 의거한 포맷이다. 아마추어 음악가들이 스스로를 알리기 위해 종종 무단 샘플링을 통해 손수 만든 카세트와 CD가 그 시초였고, 디지털 시대에 와서는 '전통적인 홍보와 대중 반응을 신경 쓰지 않는 음반'으로 합의가 된 상태다. 상업적 성공과 확고한 자기표현 사이에서 줄타기를 벌이는 힙합에서 믹스테이프는 다른 장르보다 큰 가치를 지닌다. 그리고 긴 커리어 끝에 에픽하이가 드디어 이 신에 발을 들였다.

    거창한 함의는 없다. 열 장의 정규작 사이사이 소품집과 북 앨범 등 다양한 '비정규작'을 제작한 그룹이기도 하거니와 애초에 믹스테이프 호칭을 붙인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밝힌 만큼 방향성은 규격과 무관하다. 특별히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심리의 발현보다는 오래 활동 중인 팀이 자연스레 가지는 회귀 본능이다. 그간의 일대기를 엮어낸 다이나믹 듀오의 < 2 Kids On The Block >, 얼터 에고 슬림 셰이디에 사형 선고를 내린 에미넴의 < The Death Of Slim Shady > 등 동년배 뮤지션의 최근 추세와 비슷하다.

    익숙한 모토이니 '어떻게'가 관건이다. < Pump >의 경쟁력은 여기에 있다. 역사가 긴 팀이니 디스코그래피의 면면에 주석을 달되 지나친 복습의 수렁을 피한다. 긴밀한 협업 관계를 유지했던 넬의 김종완이 참여한 '행복했습니다'는 에픽하이의 이야기에 집중해 타인의 아픔을 모아 사회를 아우른 '행복합니다'와 선을 긋고, < High Society >의 스킷 '신사들' 시리즈를 재소환한 '신사들의 소신'은 거침없는 발언 대신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되는 2020년대의 문화를 웃어넘기고 만다. 20년 치의 정보는 참고하면 좋을 부연 설명으로 남을 뿐이다.

    사전 맥락 학습을 전제로 하지 않아도 충분히 먹힐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 Remapping The Human Soul >을 더 공격적으로 다듬은 올드스쿨 프로덕션, 월드투어에서의 호응이 벌써부터 그려지는 'Antihero'의 훅과 날렵한 비트 전환, 무대에 계속 머무르겠다는 투지를 엄중한 경고처럼 전달하는 'Late checkout' 등 말초적인 자극을 건드리는 포인트가 확실하다. 더불어 특기할 것은 미쓰라의 진일보한 기량. 좋든 싫든 타블로를 엄호하는 역할로 오해를 샀던 과거와는 달리 에픽하이 음반의 준 필수 요건이었던 여성 보컬 트랙의 빈자리를 손쉽게 채울 정도의 주전 공격수로 올라섰다.

    < 하입비스트 >와의 인터뷰에서 에픽하이는 신보를 놓고 파스타만 팔던 가게가 간편하게 끓인, 그러나 정이 담긴 라면 같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아날로그 사운드의 기용을 중심에 둔 < Lovescream >이나 독자 레이블 출범의 기념작 < 魂: Map The Soul >처럼 명확한 목적성이 있던 그간 비정규작에 비하면 < Pump >는 가볍고 간단하다. 그렇지만 원래 좋은 요리사일수록 기본기가 뛰어난 법. 그들의 생존 레시피에 서사와 같은 조미료는 필요하지 않다.

    -수록곡-
    1. Pretty much (Intro)
    2. Antihero ✅
    3. Late checkout ✅
    4. K-drama
    5. 신사들의 소신 (Good riddance)
    6. Group chat freestyle
    7. OK good ✅
    8. Off day
    9. 행복했습니다 (I was happy) (feat. Kim Jong Wan of Nell)




    https://youtu.be/GdmxzvZIh70?si=MXFjwA8vhydC2gIf

    https://youtu.be/ZHXVtl3SHQU?si=fblYd43kkZlVF9V3

    https://youtu.be/GWVk_DaeFK8?si=X6zL8STnP0OJur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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