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천만 영화가 두편이나 나와 기사회생하는가 했더니 한국영화계가 또 다시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다. 특히 초여름 시장은 ‘인사이드 아웃2’라는 복병 때문에 한국 개봉작들이 더욱 허덕였다. 그 와중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두 주인공이 있다. 바로 ‘탈주’(감독 이종필)와 ‘핸섬가이즈’(감독 남동협)다.
2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결과 ‘탈주’는 전날 누적관객수 200만4722명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인 2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올여름 개봉한 한국영화 중 최초 200만 관객 돌파 기록이며 올해 한국영화 개봉작 중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 3일 개봉한 ‘탈주’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병사 규남(이제훈)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 영화다. 지난 3일 개봉한 이후 ‘인사이드 아웃2’와 정상을 두고 엎치락 뒤치락하더니 3주차에 승세를 완전히 잡고 개싸라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개봉 21일만에 손익분기점까지 달성하며 장기 흥행을 예고한다.
‘탈주’가 200만명 넘는 관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요소로는 이종필 감독의 감각적 연출과 이야기 구성, 94분으로 압축한 짧은 러닝타임, 이제훈, 구교환, 홍사빈 등의 앙상블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현상’과 ‘규남’, 그리고 ‘선우민’(송강) 사이 묘한 관계성을 설정해놔 N차 관람 욕구를 높이고 있다. 곳곳에 숨겨놓은 이스터에그를 찾는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뿐만 아니라 ‘탈주해야 한다’는 한가지 목적을 향해 질주하는 영화적 속도감도 관객을 끌어들였던 성공 요인이다. 곁가지들을 다 쳐내고 단순명쾌하게 뻗어달리는 선택이 주효했던 셈이다.
앞서 여름 개봉작 중 가장 먼저 손익분기점을 달성한 ‘핸섬가이즈’도 다르지 않다. 평화로운 전원생활을 꿈꾸던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가 하필이면 귀신들린 집으로 이사 오며 벌어지는 고자극 오싹 코미디로, 이미 지난 20일 150만명을 넘어서며 제작비를 거둬들였고 이후 여전히 순항 중이다.
‘핸섬가이즈’가 장르적 장벽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마음을 완벽히 사로잡을 수 있었던 건 ‘코미디’와 ‘슬래셔’란 장르적 요소를 우직하게 심어놓고 달렸기 때문이다. 낯선 세계관을 세팅하는 초반부를 제외하고는 기상천외한 사건들을 정신 차리지 못할 정도로 촘촘하게 구성하며 재미와 공포를 함께 선사한다. 원작보다도 더욱 세련되고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했다는 호평도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이성민, 이희준이란 믿고 보는 ‘연기 차력사’들이 호흡한 것도 장르적 낯선 맛을 줄이는 요소였다.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두 사람의 앙상블에 많은 이가 마음을 열고 웃음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처럼 보릿고개를 뚫은 두 작품의 공통점은 알찬 제작비 안에서 꽉 짜인 이야기와 속도감을 들 수 있다. 화려한 톱스타 라인업이나 몇 백억대 제작비가 통했던 시대는 가고 이제는 웰메이드 이야기와 완성도에 관객들이 더욱 더 만족감을 느낀다는 지표로 볼 수도 있겠다. 두 작품 극장가에서 절찬리 상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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