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남성 육휴 8000여명 사용
출산 뒤 최소 1개월 사용 '의무'
휴직 첫달 통상임금 100% 지급
10년 이상 가족친화제도 드라이브
35개 계열사 '가족 친화인증' 유지
롯데e커머스 재무팀장인 전민석씨(44·남)의 삶은 2019년을 기점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6개월간 육아휴직을 내고 가족들과 제주살이를 하며 아이들을 오롯이 돌본 경험이 변화의 시작이 됐다. "바닷가에서 행복해하던 아이들의 표정과 몸짓, 말들이 여전히 잔상으로 남아있어요. 제 삶의 원동력이죠. 아이들 역시 요즘도 '어린 시절 아빠와의 따뜻한 기억'이 담긴 앨범을 함께 들춰보는 걸 가장 좋아합니다." 그는 복귀 후 팀장이 됐다. 근속연수 손해 없이 승진 연한에 맞춰 심사를 받으면서다. 회사에선 더 가열차게 일을 하게 됐지만 그럼에도 일을 핑계로 가정을 배제하는 결정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 "둘째를 낳고 아내와 '아이들과의 온전한 시간'을 한 번은 만들어보자고 결심했던 때가 2017년이었어요. 사회 전반적으로 휴직 이후 커리어에 대한 걱정이 컸던 때거든요. 롯데가 '남성 한 달 의무 육아휴직' 같은 가족친화제도가 잘돼 있다는 얘기에 이직을 결심했죠. 육아휴직 경험 덕에 아이가 커가는 순간순간 같은 중요한 부분을 덜 놓치며 살아가고 있어요."
처음엔 모두가 반신반의했지만 분위기가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2024년 현재 롯데에서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질문은 "네가 가?"가 아니라 "언제 가?"로 변화했다. 팀원끼리 여름휴가 일정을 조율하듯 자연스러운 일이 된 것이다. 남성 육아휴직제도 사용률은 90% 이상으로 2022년까지 남성 직원 누적 8000여명이 육아휴직을 다녀왔다. 전씨는 “어차피 한 달은 의무적으로 가는 것이니 여기에 한두 달을 더 붙여쓰기도 하고, 써본 후 필요성을 몸으로 느낀 후 또 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전씨와 같은 승진 케이스를 심심찮게 접한 직원들은 육아휴직 후 커리어 훼손에 대한 두려움 역시 크게 줄였다. 그는 "남성 의무 육아휴직 한 달은 그 자체가 주는 의미보다 회사의 전반적인 문화와 분위기를 바꿔놨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그룹 35개 계열사가 여성가족부 주관 '가족친화인증'을 유지하고 있다. 정승용 롯데지주 인재전략팀 수석은 "롯데는 육아 문제를 개인이 아닌 사회적 의무로 인식하고 임직원의 경제적, 정서적 부담을 낮춰줄 수 있도록 기업 주도적으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롯데의 가족친화제도는 이제 그룹을 대표하는 기업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 육아쪽은 롯데가 많이 괜찮은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