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야생동물로 오인한 총기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와 농작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유해조수 포획을 중단할 수 없는 만큼 자격기준 강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총기사고 8건 중 5건이 사람을 멧돼지 등으로 오인해 발생한 사고로 나타났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쳤다. 올해도 오인사격 2건이 발생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국내에서는 매년 10건 안팎의 오인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오인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로 일부 엽사들의 안전불감증을 지적했다. 특히 지자체가 구성하는 야생동물피해방지단의 선발체계에 문제가 많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야생동물피해방지단은 30~50명의 엽사로 구성되는데 최근 숙련도가 낮은 엽사들이 많이 포함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철훈 야생생물관리협회 부회장은 “예전에는 협회서 실력 등을 고려해 엽사를 추천했으나 최근에는 형평성 등을 문제로 공개 모집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실력이 부족한 엽사들이 고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20년 경력의 한 엽사는 “멧돼지 1마리당 보상금이 크다 보니 엽사들 사이에 경쟁이 생겼다”며 “도망가는 멧돼지를 잡을 사격술이 부족하다 보니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도망가기 전에 먼저 쏘고 보자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멧돼지를 잡으면 환경부에서 마리당 20만원의 포상금을 받는다. 여기에 지자체별로 5만~30만원(사체 이동비 포함)의 포상금이 별도 지급된다. 마리당 최대 5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ASF 확산 방지 등을 위해 야간에도 수렵 활동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었지만 별다른 안전대책은 없다. 엽사 개인이 야간랜턴이나 열화상카메라를 쓰기도 하지만 의무 사항은 아니다.
김 부회장은 “지금이라도 엽사 사격술을 검증하는 기준을 만드는 등 안전을 확보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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