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카페에서 만난 전 피겨 국가대표 임은수. 그는 8월 12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아이스쇼 ‘지쇼: 더 루나’에서 주인공 ‘윈터’ 역으로 관객과 만난다. 사진촬영 | 김종원 기자
“선수 은퇴요? 지금은 활동 안 하고 있을 뿐 …” 8월 12일 개막하는 아이스쇼 ‘더 루나’ 주인공 선수 시절보다 스케이트 타는 게 재미있어져 욕심 많은 20대 … “가장 큰 목표는 배우가 되는 것”
2년 전까지만 해도 임은수는 한국 피겨 스케이팅의 간판스타였다. 대표적인 ‘리틀 김연아’ 세대로 김예림, 유영, 이해인 등과 함께 우리나라 피겨 스케이팅을 이끄는 4천왕 중 한 명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이후 빙판 위에서 그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사람들은 임은수의 ‘사실상 은퇴’를 입에 올렸다.
“공식적으로 은퇴를 한 건 아니에요. (선수로서) 활동을 안 하고 있을 뿐이지.” “그렇다면 다시 선수 활동을 할 수도 있다는 건가요?” “네. 언젠가는 할 생각입니다. 아직은 아니고요.” 임은수는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둔 공식 연습에서 미국 선수의 스케이트 날에 종아리를 찍히는 부상을 당했다. 해외 전지훈련 계획은 엉망이 됐고 이는 이후에도 임은수의 행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역시 그가 선수생활을 ‘잠정적’으로 중단한 결정적 이유는 아니라고 했다.
“부상 때문에 스케이트를 쉬게 된 케이스는 아니고요. 사실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어요. 선수생활을 짧게 한 것도 아니고. 만약 진짜로 은퇴하게 된다면 기회를 만들어서 마무리하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임은수는 8월 1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막을 올리는 뮤지컬 아이스쇼 ‘지쇼: 더 루나(G-SHOW : THE LUNA)’에서 주인공 ‘윈터’로 나설 예정이다.
2060년. 지구 온난화가 심해져 극심한 더위의 여름과 극심한 추위의 겨울만이 남은 가까운 미래의 루나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한 공연으로, 임은수가 맡은 ‘윈터’는 유지원 박사와 함께 황무지를 신비의 섬을 만든 기업가 아틀라스 회장의 딸이다. 우연히 아빠가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루나 아일랜드를 없애려는 사실을 알게 된 윈터는 유지원 박사의 아들 가람과 함께 어릴 적 추억이 가득한 루나 아일랜드를 지키기 위해 페스티벌을 찾은 사람들과 의기투합한다.
스케이터들이 음악에 맞춰 스케이팅을 단막극 식으로 선보이는 갈라 스타일의 아이스쇼를 지양한 공연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빙판 위를 누비는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퍼포먼스는 물론 뮤지컬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14곡의 컬래버레이션을 볼 수 있다. 모든 노래는 이번 공연을 위해 작곡한 오리지널 곡들이다.
뮤지컬 배우들도 스케이트를 타고, 스케이터들도 노래와 안무를 한다. 임은수도 예외가 아니다. 심지어 그는 주인공이다!
“저도 공연을 하면서 노래해 본 적은 없었거든요. 가람과 부르는 듀엣곡에서는 솔로파트도 있답니다.”
“아직까지는 관객 앞에서 노래해 본 적이 없으니까 조금 걱정되는 부분이 있긴 하죠. 그렇긴 하지만 일단은 아직 개막까지 시간이 남았고요(웃음), 어떻게든 열심히 해서 공연 때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공연이라 확실히 지난해보다는 부담감을 덜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주인공의 무게감은 여전하다. “주연이다 보니 제가 실수를 하게 되면 공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니까요. 하지만 부담보다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더 큽니다.”
지난해 공연에서는 “선수의 마음이 좀 더 컸던 것 같다”고 했다. 올해는 조금 달라졌다.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겼거든요.”
사람들과 함께 재미있는 공연을 만들어 가는 것이 좋다. 부담도 되지만 기대가 더 크다. 공연을 보러 와 준 관객들에게 예쁘고 멋있게, 잘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부담보다 크다는 얘기였다. 박수의 질, 느낌도 다를 것 같다. 지난해 처음 아이스쇼 링크 위에 섰을 때. 첫 공연을 임은수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경기를 잘하고 나서도 박수를 받죠. 그런데 경기내용은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아요. 나중에 영상을 보면서 기억을 떠올리게 되죠. 그런데 공연은 다르더라고요. 저도 관객들이 보이거든요. 공연을 하면서 생각도 하게 되고요. 굉장히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피겨 스케이팅은 대표적인 개인 종목이다. 임은수는 ‘같이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선수 때는 저만 준비하면 되죠. 제 시간에 맞추면 그만이고. 그런데 공연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보니 제가 개인적인 시간이나 스케줄을 조금 포기해야 할 때도 있어요. 반면 같이 공연을 만들다 보면 서로 의지하고, 돕는 것. 그런 것들이 있더라고요. 이렇게 함께 준비한 공연을 올렸을 때는 표현하기 힘든 뿌듯한 느낌이 있죠.”
“제가 욕심이 좀 많아요(웃음). ‘더 루나’를 하면서 노래도 조금씩 배우고 있고, 링크장에서 저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보니 코칭, 안무짜기 같은 일도 하고 있고요. 여러가지를 시도해 보고 있는데, 저도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어요. 다양하게 시도하면서 ‘찾아가는 과정’ 안에 있는 것 같습니다.”
스케이트화를 ‘잠정적’으로 벗은 임은수는 연기에 대한 단단한 목표와 꿈을 갖고 있었다. 현재 임은수는 미래의 꿈으로의 점프를 위한 런 스텝(Run step·급히 활주하는 것)을 하는 것만 같다. ‘지쇼: 더 루나’는 아마도 그가 배우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길 위에서 만난 첫 관문이자 등을 밀어주는 든든한 지원군일 것이다. 8월 12일부터 31일까지. 임은수의 꿈은 달리고, 뛰어오르고, 돌고, 다시 달릴 것이다.
양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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