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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이런 외국인 선수 또 있었나…위대한 켈리, 6년의 진심이 동료들의 눈물로 [담당기자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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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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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켈리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어떤 이야기는 미완성이라 더 애틋한 기억으로 남는다. LG 트윈스와 케이시 켈리의 5년 반 동행은 끝까지 미완성으로 남았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다.


LG가 강팀으로 성장하는 동안 늘 함께했던 투수 켈리가 노게임으로 끝난 20일 잠실 두산전을 끝으로 한국에서의 여섯 번째 시즌을 마무리했다. 후반기 세 번째 등판이었어야 할 이 경기는 한 시간 30분이 넘는 중단과 그라운드 정비 끝에 결국 노게임이 됐다. 3회초 2사 후 경기가 중단된 가운데 켈리는 3회를 스스로 마무리하겠다며 다시 몸을 풀었지만 다시 비가 쏟아지자 허탈한 웃음과 함께 눈물을 쏟았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이어진 여섯 시즌의 동행은 이렇게 미완성으로 끝났다. 그러나 켈리가 그동안 남긴 숫자와 이야기들은 LG 역사에 남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압도적인 투수여서는 아니다.


매년 단년 계약을 맺는 외국인 선수지만 한국 선수들 못지 않게 팀을 생각했고 동료들을 진심으로 대했다. "외국인 선수가 아닌 LG 선수"라는 말과 "켈리 형"이라는 동생선수들의 호칭, 그리고 수많은 이들이 작별 앞에서 흘린 눈물에서 알 수 있다. 2019년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처음 만나 퍼펙트게임 도전까지 지켜본 담당기자의 시선으로도 켈리는 분명 특별한 무언가를 가진 선수였다. 늘 겸손하고 친절했다. 프로페셔널했다.



▶ 989⅓+2⅔…켈리는 왜 위대한 LG 선수였나


켈리가 KBO리그에 데뷔한 2019년부터 올해까지 6년 동안 모두 규정이닝을 채운 선수는 단 2명. 켈리와 삼성 원태인 밖에 없다. 켈리는 이 기간 989⅓이닝(과 2⅔이닝)을 책임졌다. 같은 기간 900이닝을 넘긴 유일한 선수가 바로 켈리다. 평균자책점은 3.25로 같은 기간 600이닝을 넘긴 투수 14명 가운데 5위였다. 완투는 3경기로 데이비드 뷰캐넌(전 삼성, 4경기)에 이어 2위다. 퍼펙트게임에 도전했던 경기를 포함해 두 차례 완봉승이 있고 한 번은 완투패였다.


투구 이닝은 단기간에 쌓을 수 있는 기록이 아니다. 켈리는 6시즌에 걸쳐 꾸준한 활약으로 1000이닝 가까운 기록을 쌓았다. 켈리의 꾸준함을 드러내는 기록이 바로 연속 경기 5이닝 투구 신기록이다. 켈리는 2022년 8월 5일 키움전 3이닝 7실점 전까지 2년 3개월에 걸쳐 75경기 연속 5이닝 이상 투구를 기록했다. KBO리그 역대 최장 기간 신기록으로 남아있다.


LG를 위해서라면 남들이 하지 않는 선택도 기꺼이 했기에 얻을 수 있었던 기록이다. 2020년 시즌이 끝난 뒤 총액 140만 달러에 2021년 연봉 재계약을 마쳤다. 2020년 대비 보장액이 20만 달러 줄고, 인센티브 포함 총액도 10만 달러가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관중 수입이 사라진 가운데 외국인 선수인 켈리도 구단의 지갑 사정을 받아들이고 삭감안에 사인했다.


가을 야구에서는 3일 휴식 후 등판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LG는 2022년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지만 선발 로테이션이 강한 팀은 아니었다. 켈리는 시리즈가 시작되기 전부터 1차전에 이어 5차전이 아닌 4차전에 등판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리즈가 1승 뒤 2패로 탈락 위기에 놓이자 켈리는 4차전에 등판했다. 결과는 패전이었지만 5이닝 2실점으로 자신의 몫은 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도 팀이 필요로 한다면 3일 휴식 후 등판에 나설 마음이었다. 시리즈가 1패 뒤 연승으로 이어지면서 켈리는 준우승 위기가 아닌 우승 확정을 앞둔 경기에 등판할 수 있었고 결국 승리까지 쟁취했다. 덕분에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승리를 기록한 최초의 투수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켈리는 고별전을 마친 뒤에 "지난 몇 년 동안 부진할 때마다 교체설이 돌았다. 신경 쓰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려 했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한글을 몰라서 그런 말(교체설)이 나오는지 몰랐다"며 웃어넘겼지만, 사실 스스로도 인정할 만큼 힘든 시간을 겪었다. 다른 선수였다면 이미 팀을 떠났을지도 모르는 성적에도 LG 팬들은 켈리의 부활을 기다렸고, 그래서 퍼퍽트게임 도전을 더욱 진심으로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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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켈리 가족 아내 ⓒ곽혜미 기자




아리엘은 켈리의 고별전을 앞두고 인스타그램에 남편을 향한 편지를 남겼다. 아리엘은 "내 멋진 남편에게, 지금은 어떤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방출 소식에) 완전 충격이었고 또 슬펐지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당신이 자랑스럽다는 것이다. LG를 향한 당신의 사랑과 열정, 그리고 충성심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당신인 이 팀을 정말 정말 사랑했고, 지난 5년 반 동안 우리의 집이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이 경기가 LG에서 마지막 투구라는 게 당신에게 얼마나 슬플지 잘 안다. 지난밤에 당신이 마지막으로 한번 더 그라운드에서 LG 동료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당신은 정말 당신의 동료들을 사랑한다. 또한 당신은 팬들을 위해서라도 더 던지고 싶어 했다. 난 그런 당신을 정말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 "켈리 형", "입단 동기", "외국인 투수가 아닌 LG 에이스"


LG 선수들은 켈리를 쉽게 떠나보내지 못했다. 눈물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김현수나 박해민도 펑펑 울었다. 사실 외국인 투수지만 LG 소속으로 1군에서 보낸 시간은 대부분의 동료 선수들보다 길었다. 그래서 켈리보다 어린 선수들은 그를 "형"이라고 불렀다.


LG 더그아웃 문화 형성에도 큰 몫을 했다. 첫 시즌을 함께 했던 타일러 윌슨의 영향으로 외국인 선수라도 기존 팀 문화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배웠고, 윌슨이 떠난 뒤에도 스스로 그 원칙을 지켜왔다. 켈리가 있는 동안 LG 외국인 선수들이 빠르게 한국 야구와 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가끔은 야생마 같은 오스틴 딘이 켈리의 고별식에서 여러번 눈물을 참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켈리와 함께 LG에 입단한 정우영은 인스타그램에 "입단 동기 형, 늘 멋있었고 고마웠고 존경했어요. 그동안 같이 한 팀에 있어서 너무 감사했어요"라고 적었다. 투수조장인 임찬규는 "형이랑 같은 시대에 태어나서 같은 팀에서 같이 선발 로테이션을 돌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고, 같이 상대팀 타자들도 분석하고 좋지 않을 때 많이 도와주고 형이랑 추억이 참 많아"라고 돌아봤다.


켈리와 오랫동안 함께 지내지 않은 선수들도 작별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했다. 올해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내고 있는 손주영은 "나는 선발이라 집에 있었는데, 올라온 영상을 보고 눈물이 났다. 사실 켈리가 이룬 업적을 보면서 진짜 대단했다고 생각했다. 켈리 같은 투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별식이 시작되자마자 펑펑 눈물을 쏟은 투수 김영준은 "그동안 정이 많이 든 것 같다"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2022년부터 LG에서 뛰었던 박해민은 눈이 붓도록 눈물을 쏟았다. 그는 "외국인 선수라고 말하기는 조금 그런 것 같다. 그냥 진짜 LG 트윈스의 한 선수, LG 트윈스의 에이스였다고 이야기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나도 삼성에 있을 때부터 많은 외국인 선수들을 봤지만, 켈리는 정말 실력부터 인성, 어린 선수들을 챙기는 것부터 하나부터 열까지 빠지는 게 없는 선수였다"고 얘기했다.


한편 켈리는 어떤 선수로 기억되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야구선수이자 인간 켈리로 더 기억했으면 좋겠다. LG에서 계약한 순간부터 팬들께서 큰 응원을 보냈다. 처음에는 KBO의 팬심을 잘 몰랐지만, 경험해 보니까 팬심에 큰 감명을 받았다. 나갈 때마다 그래서 최선을 다했고, 할 수 있는 것을 다 보여 드리려 노력했다. 그 일환으로 팀을 위해 희생하기도 했는데, 진짜 최고의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고 야구 잘했던 선수로 기억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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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켈리 ⓒ곽혜미 기자




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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