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어느새 데뷔 20년을 훌쩍 넘긴 두 배우지만 신기하게도 직접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입을 모아 서로의 첫인상에 대해 ‘스타를 만난 기분’이었다며 팬심(心)에서 나오는 설렘을 드러냈다. 지난 7월 3일 첫 공개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화인가 스캔들>로 첫 호흡을 맞춘 배우 김하늘과 정지훈은 작품의 강렬한 매력에 망설임 없이 대본을 집어 들었다고. 작품에 대한 첫 느낌이 매우 강렬하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어떤 점이 가장 마음을 사로잡았나? 김하늘 대본을 받아들고 이전에 내가 했던 작품들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데 시선이 갔다. 이 작품만의 선명한 느낌에 끌렸다. 선악 구도도 뚜렷하고 캐릭터들도 각각 명확하다. 그동안 로맨스물이나 섬세한 감정선을 표현하는 작품을 많이 해왔었는데 이렇게 명료한 구조의 드라마에서 나의 그런 장점을 살릴 수 있겠다 싶었다. 정지훈 이 작품만이 가진 약간 고전적인 면이 매력적이었다. 마치 영화 <보디가드>처럼 한 여자를 지키려는 남자의 순정일 수도 있고. 무엇보다 김하늘 선배를 비롯해 서이숙, 윤제문 선배 같은 탄탄한 선배님들이 계셔서 ‘아, 이 작품은 내가 이분들을 따라가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에 든든함을 느꼈다. 아주 오래전에 <이 죽일 놈의 사랑>이라는 드라마에서 경호원으로 나왔는데 그 역할은 언더 커버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정말 한 여자를 지키는 캐릭터다. 무척 단순하지만 복잡하게도 표현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재벌가 며느리와 경호원이라는 범상치 않은 역할로 드디어 두 사람이 데뷔 20여 년 만에 처음 만났다. 호흡을 맞춰보니 서로는 어떤 사람인 것 같나? 김하늘 지훈 씨는 처음부터 너무 멋있었다. 스타를 직접 보게 된 느낌이랄까. 나는 에너지가 좀 많은 사람이다. 쉴 때도 가만히 못 있고 뭐든 하는 사람 있지 않나. 그런데 지훈 씨도 똑같더라.(웃음) 굉장히 열정적이어서 스스로 납득할 때까지 계속 감독님께도 물어보고 이렇게 했다 저렇게 했다 정말 적극적이었다. 성격도 좀 급한 편이라 촬영장에서 늘 열정적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에 나중에는 지훈 씨를 보고만 있어도 계속 웃음이 터졌다. 나도 성격이 급한 편인데 지훈 씨가 제가 본 배우들 중 성격 급한 걸로는 단연 1등이다. 정지훈 김하늘 씨는 저희 세대에게 고교 시절 로망 같은 스타다. 하늘 선배가 나온 잡지를 보며 “와, 이 사람은 누군데 이런 신비롭게 예쁜 느낌이 있나” 하고 감탄하던. 그런 분을 드디어 촬영장에서 처음 만났는데 정말 친절하시더라. 그리고 준비성에 굉장히 놀랐다. 나도 가능하면 촬영장에 일찍 오는 편인데 하늘 선배도 늘 30분, 1시간씩 먼저 와서 준비하고 계시더라. 그리고 역시 베테랑이라 그런지 굉장히 차분하시다. 난 현장에서 열심히 이것저것 알아보고 다닌다면 하늘 선배는 현장의 공기와 상황, 에너지를 조용히 간파하면서 본인이 할 일을 눈치 빠르게 잘 캐치하는 스타일 같다. 이번 작품에서 두 사람의 케미가 돋보이는 멜로도 기대해볼 수 있을까? 김하늘 첫 촬영이 완수와 도윤이 함께 있는 장면이었는데 스태프들이 막 박수 치고 너무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 사실 재벌가 며느리와 경호원이라는 설정상 직접적인 멜로 신이 많지는 않은데 그냥 둘이 있는 것만으로도 쿨한데 설렘이 있는 ‘얼음 멜로’ 같은 느낌? 그런 분위기가 살아서 재밌고 신선했다. 정지훈 멜로는 확고하게 있는데 확고하게 뚜렷하지는 않다.(웃음)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살짝살짝 은근한 듯 매력적인 로맨스가 있달까. 예를 들어 도윤이 차에서 정신을 잃은 은수를 안아 올려서 걸어가는 장면에도 심쿵 포인트가 있다. 처음엔 약간 밍밍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들을 둘러싼 센 캐릭터가 많아서 몰입감을 확 주기 때문에 짜임새가 있다.
스태프들이 입을 모아 두 사람 모두 촬영장에서 ‘자기 관리 끝판왕’이라고 하던데 비결이 뭔가? 김하늘 나는 평소에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일을 찾아 다니는 스타일이긴 한데 지훈 씨를 보며 정말 놀랐다. 그 바쁜 촬영 스케줄에도 하루에 두 번씩 운동을 하더라. 거기에 나도 자극받아서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정지훈 어머님이 당뇨병으로 일찍 돌아가셔서 어릴 때부터 건강관리에 좀 철저한 면이 있다. 운동 습관이 몸에 배면 스트레스를 훨씬 덜 받는다. 모든 스트레스는 하고 싶지 않은 걸 해야한다고 생각할 때 받는데 하고 싶지 않은 일도 습관이 되면 편하다. 운동을 정말 하기 싫은 날도 일단 천천히 걷기 시작하면 어느샌가 30분 걷고 뛰게 되지 않나. 할 일이 많아 운동할 수 없다는 것도 모두 핑계다. 할 일이 많을수록 더 운동을 해야지. 두 배우 모두 롱런하는 스타다. 아마 데뷔 때 함께했던 동료들 중 지금은 활동하지 않는 이들도 많을 것 같다. 20년 넘게 지속적으로 사랑받아온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김하늘 30대까지는 비슷한 나이 또래 배우들에 대해 경쟁심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마음은 하나도 없다. 대신 왠지 뭉클한 존경심 같은 게 생기더라. 서로 말은 안 해도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활동해오고 있는지 공감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20년 넘게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기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가 다 보인다. 지훈 씨도 저렇게 열심히 하니까 저 자리에 있구나 하는 느낌이 선명하게 전해지지 않나. 전에는 한 작품 하면 좀 쉬고 여행도 가고 싶고 그랬는데 이제는 지훈 씨나 저나 한 해 한 해가 너무 소중하다는 걸 아는 나이가 됐다. 우리가 언제까지 멜로를 할 수 있을지, 그러려면 어떻게 스스로를 관리해야 할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지훈 하늘 선배랑 대사를 맞추면서 ‘내가 이 상황에 어떻게 할까’가 아니라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까에 집중했다. 그래서 대사 연습을 하면서 하늘 선배한테 “이거 잘 받아들여져요? 이런 대사 느낌 어때요?”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 것 같다. 여자 입장에서 과연 도윤의 말이 어떻게 전달되는지가 중요하니까. 롱런을 원한다면 시청자들과의 관계도 이치가 같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일이 ‘고객님’들을 모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분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 나를 좋아하는 분만큼 싫어하는 분도 있겠지만, 손님을 맞는 식당 주인처럼 늘 누군가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갖춰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