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식스 운동화를 신은 블랙핑크 제니. 사진=제니 SNS
나이키 주가가 최근 급락했지만 이와 반대로 주가가 급등한 스포츠용품 브랜드가 있습니다. 일본 아식스입니다.
아식스 주가가 오른 건 물론 실적이 개선됐기 때문입니다. 아식스의 영업이익은 2020년 -130억9000만엔에서 이듬해 138억4500만엔으로 흑자 전환했고, 지난해에는 461억4400만엔으로 2년 만에 3배 넘게 높아졌습니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지난해 대비 60.9% 높은 742억2500만엔입니다. 나이키의 현 회계연도(올 6월~내년 5월)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직전 회계연도 대비 14.8% 낮은 53억7900만달러인 것과 대비됩니다.
아식스 신발은 오랫동안 '아재(아저씨) 운동화'라는 오명(?)에 시달렸습니다. 오죽하면 미국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달 게재한 기사의 제목이 '아빠 스니커즈를 만드는 아식스 주가가 폭등하고 있다(Asics Stock Catches Fire Along With ItsDad Sneakers)'였을까요. 그런데 알고 계시죠? 최근 패션 트렌드는 인위적인 멋 부림보다는 편안함, 세련됨보다는 복고를 추구한다는 걸요. 아식스 실적이 크게 개선된 건 이런 트렌드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 내용을 볼까요. 이 기사는 "아식스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인기가 크게 높아졌다"고 운을 뗍니다. 이어 "친구들과의 모임 등 다른 여가생활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늘었고, 재택근무자 역시 편안한 신발을 찾기 시작했다"며 "사람들은 아식스의 러닝화가 달리기에 적합하게 디자인됐고, 걷기에도 매우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식스가 러닝화 라인의 제품이 많고 품질도 좋다는 평가를 듣고 있거든요.
아식스에 투자하고 있는 한 사모펀드의 매니저는 "아식스는 오랫동안 미관보다는 실용성을 중시했다는 점에서 디자인과 광고에 신경을 많이 쓰는 나이키와 다르다"며 "이런 특성이 복고라는 최신 트렌드와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asics' 키워드의 미국 내 검색량(기간 내 최고치를 100으로 뒀을 때 해당 기간의 상대 수치, 검색 기간은 2023년 1월 1일~2024년 7월 20일)은 2023년 1월 1~7일 28에서 이달 14~20일 100으로 높아졌습니다. 최근 수치가 최대치입니다. 특히 지난 2월 11~17일 45에서 최근까지는 2배 이상 급등했습니다. 'nike'가 지난해 11~12월에 잠깐 반등했던 것을 제외하면 이 기간 내내 60근처에서 맴돌았던 것과 대비됩니다.
최근 연예인들이 지속적으로 아식스 신발을 신고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거나 대중에게 노출시키는 게 이런 흐름을 잘 보여줍니다. 블랙핑크의 제니와 리사를 비롯해 태연, 채정안, 이시영 등 국내 연예인은 물론이고 제니퍼 로렌스 등 미국 헐리우드 연예인까지 아식스 신발을 신은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지금까지 아식스를 많이 띄웠는데, '현타' 한번 갖고 넘어가죠. 아식스의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시가총액은 나이키에 비할 바가 못됩니다. 아식스의 시총은 2조209억8200만엔(128억3291만달러)으로, 나이키(1097억3000만달러)의 9분의 1 정도에 불과합니다. 아식스가 나이키를 넘어설 수 있을까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서학개미는 아식스보다는 나이키의 주가 회복에 베팅했습니다. 국내 투자자는 최근 한 달간(지난 19일 기준) 나이키를 9789만달러어치 순매수했습니다. 이 기간 국내 투자자의 해외 종목 순매수 7위입니다.
아식스 운동화 '코트 FF 3 노박 파리'. 아식스 홈페이지에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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