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저출산 해법으로 언급되는 이민자 개방이나 가족 친화적 정책을 이미 시행하고 있는 나라에서도 저출산 흐름은 확인된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2022년 출산율이 1.6명으로 1950년 3명에서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미국 정부는 이민자 유입으로 2030년까지 인구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반이민 정서에 따른 이민 규제 강화는 변수가 될 수 있다.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해 저출산 탈출에 성공했던 프랑스에선 지난해 출산율이 1.68명까지 떨어지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인구 재무장"을 거론하고 나섰다.
육아에 적극 참여하는 아빠를 칭하는 '라떼파파'의 나라로 불리는 핀란드나 노르웨이 등 북유럽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 각국이 최고 수준의 산모 관리와 넉넉한 육아 휴가 등 핀란드의 출산 및 육아 정책을 벤치마킹했지만 정작 핀란드의 출산율은 2022년 1.32명을 기록, 1776년 집계 시작 후 최저로 떨어졌다. 노르웨이(1.41명), 스웨덴(1.52명), 덴마크(1.55명) 등도 출산율이 인구 대체율인 2.1명에 못 미친다.
각국 정부는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많은 비용만 들고 효과는 제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두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출산율 하락이 대부분 사회와 경제가 긍정적으로 발전하면서 생긴 결과물이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해 점점 더 많은 선택권을 갖게 되면서 출산에 따른 기회비용도 그만큼 커졌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출산율 하락은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라고 FT는 지적했다. 고령 인구 증가에 따른 의료비와 연금 부담이 미래 세대에 전가될 수 있어서다. 정부 재정은 압박을 받고 미래 세대의 세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노동시장에 젊은이들이 줄어들면 혁신과 생산성 향상도 제한될 수 있다.
FT는 출산율 감소의 배경이 되는 사회·경제적 요인은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만큼 궁극적으로 선진국들은 젊은층의 감소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 빈자리는 결국 고령 근로자와 인공지능(AI), 자동화가 메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1970년부터 2014년까지 세계 인구가 두 배 넘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상황에서 출산율 감소와 인구 감소가 지나치게 암울하게 평가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존 윌모스 유엔 경제사회국 인구국장은 NYT에 "일본은 1970년대부터 인구 감소와 싸우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최대 경제 대국 중 하나"라면서 "인구 감소가 사람들이 상상했던 재앙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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