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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주말판] 전현직 대치동 학원 강사들이 본 드라마 ‘졸업’… 현실과 허구 사이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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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1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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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영된 드라마 ‘졸업’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를 배경으로 강사들의 일과 사랑을 다뤘다. 이야기는 자타공인 ‘등급 올리는 귀신’이라 불리는 국어과 강사 서혜진(정려원 분)과 그의 제자에서 동료가 된 이준호(위하준 분)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혜진은 학생들의 성적을 급격히 향상시키는 능력으로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는다. 이준호는 고등학교 1학년 첫 모의고사에서 8등급을 받았으나, 혜진의 수업을 통해 1등급까지 올라 명문대에 진학한 인물로 묘사된다.


드라마는 로맨스물로 주목받았지만, 사교육 현장을 담아내려는 뚜렷한 목적이 자리잡고 있다. 이 작품에서 대치동 학원가는 단순한 배경을 넘어서, 그속에 있는 인간군상의 욕망을 주요 소재로 활용했다. 실제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들은 이 드라마를 어떻게 봤을까. 강사들은 자신들의 일상과 직면하는 도전, 그리고 학생들과 맺는 관계에 대해 솔직하게 토로했다. 대치동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전현직 학원 강사들을 만나 사교육 현장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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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학원 강사라는 업을 이어가고 있어요. 언제, 어떤 계기로 이 길에 접어들었나요? 


한기연 해라시아국어시강원 원장(이하 한) : 보통 과외하다가 시작하지 않나요? 저는 국문학을 전공했는데, 영어 과외로 시작했어요. 당시 국문과 졸업생들의 진로가 다양하지 않았고, 국어 과외는 수요가 없던 시절이었죠. 문법 위주로 시험 출제가 이뤄지던 시절이라 나름 좋은 평가를 얻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제 영어 발음이 이상하다고 지적하더라고요. (웃음) 다행스럽게도 국어 강의에 대한 수요가 생기면서 전공이었던 국어로 과목을 바꾸었죠.


최병두 강사(이하 최) : 학부때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학원에 국어 시강(시범 강의)하러 갔는데, 그날 출근을 못한 선생님 대타로 급하게 수학 수업에 들어갔어요. 아이들이 한 명씩 와서 수학 문제를 물어보는데, 학생들의 똘망똘망한 눈빛이 뇌리에 각인됐어요. 그날 학원장으로부터 결원이 생긴 수학 강사 제안이 와서 졸업 때까지 수학을 가르쳤죠. 전공인 국어에 대한 미련이 많았던 지라 학원을 그만두고 전공 관련 직업을 찾으려고 했는데, 문뜩 대타 수업때 만났던 학생의 눈빛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때 교육이 천직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김수진 시대인재 강사(이하 김) : 어렸을 때부터 교사가 꿈이어서 사범대에 진학했어요. 아르바이트와 강의 경험을 위해 학원 일을 시작했는데, 어쩌다 보니 지금까지 학원계에 있게 됐네요. (웃음)


허선영 강사(이하 허) : 고등학교 때 여러 친구들에게 수학을 알려주며 저한테 가르치는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짝꿍이었던 친구를 5등급에서 2등급으로 올리는데 일조하기도 했죠. 그 과정에서 큰 보람도 느꼈고요.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로 가까운 동네 학원에서부터 강사를 시작했는데, 그게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는 사교육의 대명사처럼 여겨져요. 


한 : 대치동이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학원 밀집 지역으로 자리매김한 배경에는 임차 비용과 관련된 전략적 선택이 있었어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반포 상가터미널 및 그 인접 거리가 학원가의 중심지였고, 규모 역시 현재에 비해 작은 편이었습니다. 학원 중심이 대치동으로 옮겨진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임대료 문제였죠. 당시만 해도 대치동의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했기 때문에 많은 학원이 이전하면서 자연스럽게 학원가가 조성된 겁니다.

허 : 대치동은 많은 학생을 수용하는 대형 학원도 있지만, 집중 관리나 학생 맞춤형 소수정예 학원이 많아요. 개별 학생의 필요에 맞춘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효과적인 학습을 도모하는 데 중점을 두는 형태죠.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강점이 있죠.

최 : 최근 중계동 학원가가 강북의 대치를 꿈꾸고 있어요. 업계에선 현재 중계동이 커리큘럼, 교재 패턴, 수업 전반에 걸친 시스템 측면에서 대치동 학원가의 형태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말합니다. 혹자는 중계동이 이제 대치동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하기도 해요.


대치동 학원의 교육 방식이나 커리큘럼이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무엇이 있나요? 


한 : 현재 대부분의 학원에서 시행 중인 출결 관리, 학생 테스트 관리, 조교 고용 및 문제 제작 방식 등 많은 요소들이 대치동에서 시작됐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성적 향상에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전국 학원가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대치동 학원가는 교재 연구 등 과감한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분업화가 잘 되어 있습니다. 이는 대치동 이외의 일반 학원에서는 따라오기 힘든 시도이며, 그 차별성이 두드러집니다.


최 : 강사 초창기 제가 일하던 학원에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전혀 없었습니다. 도움을 줄 사람이 없어 교재와 커리큘럼을 직접 연구하고 제작해야 했습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모의고사를 모두 타이핑해 한글 파일로 저장하고 편집하여 프린트물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대치동 학원으로 옮긴 후에는 완전히 다른 환경을 경험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교재 연구팀, 채점과 서브 작업을 담당하는 팀, 상담 팀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러한 분업화된 시스템 덕분에 업무 효율성이 극대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경쟁력 면에서는 대치동 학원이 가장 앞서 있다고 봅니다. 다른 지역 학원에서 종종 대치동 커리큘럼 도입 요청이 들어오는데, 이는 대치동 방식에 대한 높은 신뢰를 보여줍니다.

허 : 대치동 학원과 학부모는 비즈니스 관계라고 보면 됩니다. 낸 학원비만큼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죠. 학원과 학부모 간의 소통은 인간 대 인간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기브앤테이크가 확실하다는 것입니다. 강사들은 학부모와 학생이 요구하는 부분을 최대한 수업에 반영하려고 노력하죠. 그래서 다른 지역에서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이 학생 상담을 하게 됩니다.

김 : 개인적으로 대치동과 다른 지역 학원가가 시스템적으로 크게 다르다고 보지는 않아요. 다만 대치동 학생들은 새로운 콘텐츠, 새로운 교재를 많이 요구하는 편이예요. 이로인해 너무 어려운 문제, 소위 킬러 문항이 만연한 듯 싶어요. 어려운 문제를 풀기보단 기초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한 : 최근 학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있어 본인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학원이 종합적으로 관리를 해주길 바라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학원에서 다양한 관리 방안 도입하고 있습니다. 학생 개개인의 필요를 더욱 꼼꼼하게 파악하고 대응하는 거죠.



사교육 트렌드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까요? 


한 : 기존의 대형 학원들은 앞으로 그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할 것입니다. 매년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는 불가피한 현상일지 모르나, 그 실효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대형 학원의 유명 강사의 강의를 몇 백 명이 현장에서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소화하는 학생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200명이 동시에 수강한다고 가정할 때, 한 강의실에 100명, 옆 강의실에 또 다른 100명이 모니터를 통해 수업을 듣는 형식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인터넷 강의와 무엇이 크게 다를까요?

최 : 현재, 교재를 대량 생산하는 시스템을 갖춘 업체들이 학원가를 점점 더 잠식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입니다. 소규모 학원들은 자체적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기 어려워서, 대치동의 콘텐츠를 구매하거나 벤치마킹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모든 학원이 대치동화되는 과정처럼 보입니다.

김 : 제가 반포에서도 수업을 하고 있는데, 어느 날 형제 셋을 저에게 맡긴 학부모가 찾아와 감사 인사를 전하셨습니다. 자식들이 저에게 잘 배워서 대치동 학원에 가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 말을 듣고 기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마음이 참 묘했습니다. (웃음)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반포에 있는 소수정예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이 오히려 공부를 더 잘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대치동 학원가로 이동하지 않고, 그 지역 학원에서 꾸준히 공부하는 아이들 말입니다. 최근에는 그곳 학부모들도 팀을 짜서 그룹 과외 수업을 요청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수업이 늘어났는데, 학원가도 변화된 부분이 있을 듯싶어요.


최 : 코로나 기간 동안 부모님들의 인식이 전환된 긍정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학원에 가야만 공부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영상을 통해서도 충분히 학습할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영상 강의에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강사가 학생들의 실력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면 수업에서는 학생들을 직접 보면서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지만, 영상 강의에서는 그게 어렵습니다


허 : 처음 비대면 수업을 시작할 때, 학생과 강사 모두 혼란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습니다.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대면과 비대면 방식을 동시에 활용하거나 전적으로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등, 수업 방식의 융통성이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김 : 예전에는 결석한 학생이 있으면 따로 불러서 보강 수업을 진행하곤 했습니다. 시간이 맞지 않으면 밤 12시나 새벽 1-2시까지도 보충 수업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해야 학생들이 수업 진도를 따라가는데 무리가 없고, 학원 입장에서도 손실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수업 영상을 받아 집에서 공부하겠다는 학생들이 많아졌습니다. 수업 녹화본을 학생에게 전달하면 굳이 학원에 오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강사와 학생 모두 이러한 변화에 대해 편리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 : 학원과 강사들의 업무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단순히 보강 영상을 제공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수업 중 이해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학생이 질문을 하면, 그 답변도 영상으로 제작하여 보내주어야 합니다. 디코딩과 같은 기술적 문제들도 존재하여, 이 모든 과정은 많은 시간을 소모하게 만듭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학생들이 영상을 받아가지만 실제로 시청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결과적으로 학원과 강사의 업무는 증가했지만, 학생들의 성적 향상이 그에 비례하지 않는 거죠.



사교육을 하는 이유는 성적 향상일 겁니다. 성적을 올리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세요?

김 : 기본적인 학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초를 쌓아야 합니다. 기초가 부실하면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과학의 경우, 수업 시간에 집중하여 풀이 과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스스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학교 내신 시험 문제들은 대부분 기출문제나 약간 변형된 형태로 출제되므로, 여러 번 풀어보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 : 국어를 가르치면서 저는 항상 읽기 능력을 강조합니다. 이는 단지 국어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과목에도 적용됩니다. 수학도 결국 기호로 표현된 글이니까요. 글에 대한 감각이 없다면,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도 사고의 폭을 넓히는 것은 어렵습니다.

허 : 문제를 많이 풀어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약점을 파악할 수 있으며, 동일한 유형의 문제에서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때까지 훈련할 수 있습니다. 기출 문제를 분석하고 풀이하며, 유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도 이어집니다. 이렇게 많은 문제를 풀어가면서 학생들은 스스로 취약한 부분을 인지하고 보완해 나갈 수 있게 됩니다.

한 : 조금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보면, 무엇보다도 교사와 학생 간의 깊은 교감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뢰가 쌓여야만 학생들이 교사의 가르침을 따르고, 그 결과로 실력도 향상될 수 있습니다. 어휘력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말의 약 50%가 한자와 연관되어 있는데, 현재 한자 교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죠. 이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식이 풍부한 것과 그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본인만의 교수법 원칙이 있다면요?


김: 모든 문제를 풀 때 비슷한 접근 방식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각 문제마다 다른 방법을 사용하는 대신, 큰 틀에서의 기본 원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수능 문제는 표나 그림을 글자로 변환한 것에 불과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 기본 원리를 열심히 가르치고, 학생들이 그 안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최대한 유도합니다.


최 : 정독 연습을 꾸준히 하면 이해력이 향상되고, 문제 해결 속도도 자연스럽게 빨라집니다. 사고력을 기르면 국어 실력은 당연히 좋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한 것이 이제는 커리큘럼과 수업 방식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한 : 모든 것을 다 아는 입장이 아니라 학생들과 같이 풀어가자고 해요. 나도 모르니 함께 알아 가자고 하죠. 낯선 소설, 현대시, 민요들이 나와도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가르치려고 노력합니다. 나 역시 모르는 부분이 많으니, 우리 모두가 함께 알아가자고 제안합니다.

허 : 수업을 토크쇼 진행하듯 원활히 흘러가게 전체적인 프레임을 미리 짜두는 편이예요. 개념 설명 시 이해가 쉽도록 예시도 많이 준비하고요. 나름 체화된 교수법이 있지만 흥미로운 방식이 눈에 띄면 벤치마킹하기도 해요.


안주하면 도태되는 직업입니다. 강사로서 겪었던 어려움이나 도전 과제가 있다면요?

김 : 아이들의 신뢰를 얻는 일은 언제나 중요한 과제입니다. 가끔 제가 가르치는 방식이 유명 강사의 방법과 다르다고 의문을 제기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저의 설명대로 문제를 풀면 쉽게 해결되지만, 유명 강사와 다른 점을 확인하고 싶어하죠. 사실, 그 강사의 문제 풀이 방식은 조금 복잡합니다. (웃음) 화학에서는 요령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문제를 정확히 읽고 기본에 충실하게 풀어나가면 됩니다.

한 : 학생이 수능 시험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받으면, 저도 많이 힘들어요. 평소 공부를 잘하던 아이가 낮은 점수를 받아 어머니께서 저를 붙들고 몇 시간 동안 눈물을 흘리신 적도 있습니다. 평소 실력과 시험 성적이 반비례하는 현상은 주로 아이들의 성향이나 성격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기에, 이를 바꾸려는 노력을 기울입니다. 이 부분은 제가 이 일을 하면서 끊임없이 맞닥뜨리는 도전 과제입니다.

허 : 공부에 흥미를 잃은 학생들을 변화시키는 것에 대한 고민이 늘 있어요.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과연 나의 책임인지, 아니면 그 범위를 넘어서는 문제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 직업의 어려움 중 하나는 경조사에 참석하거나 아플 때 충분히 쉬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하루 이틀 정도의 휴식은 가능하지만, 장기간의 휴식은 불가능해 해외여행 같은 것은 꿈도 꾸기 어렵습니다.

최 : 강사로서 일하다 보면 야근이나 터무니없는 불만 처리 등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순간은 학생들이 힘들어할 때입니다. 2017년도 수능은 정부가 사교육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출제하겠다고 예고했던 해로 기억됩니다. 그때 저와 3년 동안 공부한 학생이 있었는데, 한 번도 모의고사에서 1등급을 놓친 적이 없던 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수능에서 3등급을 받았습니다. 그날 그 학생이 울면서 저에게 전화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시험 보러 갈 때 실수하지 않을까 항상 초조해집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실력을 온전히 발휘하도록 돕는 것이 제 도전 과제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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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야기를 해보죠. 드라마 ‘졸업’이 학원강사의 삶을 현실적으로 표현한다는 평가가 있어요. 현직 대치동 강사가 자문을 하기도 했고요. 현실성이 얼마나 있다고 보나요. 


한 : 로맨스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내용이 현실을 상당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원장과 부원장 사이의 권력 다툼이나 학원 간의 중상모략은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오히려 다른 학원의 강사를 빼내오는 문제는 실제보다 덜 강조된 것 같습니다. (웃음)

최 : 비슷한 소재의 ‘일타스캔들’보다는 더 현실적인 학원의 모습을 담았어요. 학교 교사와 학원 강사 간 대치 장면이라 던지, 돼지엄마가 실강의를 요구하는 장면을 보고 상당히 많이 검증됐다는 생각을 했어요.

허: 대사가 현실적이라 봤어요. 김현탁 원장과 서혜진이 국밥집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 준호한테 강사라는 직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힘든 일이 있어도 강의실에 들어갈 때 웃으며 들어가는 혜진의 모습이 공감되고 짠하기도 했고요. 현실성이 없는 부분은 가르친 학생과의 로맨스겠죠. 드라마라서 가능한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등장인물 중에 가장 학원 강사와 비슷한 사람은 누구라고 보나요. 표상섭(김송일 분)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던데.


최 : 드라마에서 표상섭이 학원으로 이직하여 진행한 강의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학원강사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임팩트라고 생각합니다.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지식과 많은 양의 정보를 아이들에게 주입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강의를 듣고 나서 ‘뭔가 알 것 같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학원강사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그 장면은 정말로 임팩트 있었으며, 진짜 학원강사처럼 느껴졌습니다.

제가 재수를 하던 시절, 다니던 학원에서 국어를 가르치시던 선생님은 정말 인기가 많았습니다. 500여 명이 들어가는 큰 강의실을 꽉 채우는 분이었으니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강사가 된 후, 문득 그 선생님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지식을 아주 쉽게 전달해 주셨다는 느낌이 강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드라마에서 표상섭이라는 인물이 구전 동요를 부르며 문학의 본질을 설명하는 장면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그 선생님 생각이 났습니다. 문학의 본질을 설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그 내용을 담아내려 했던 작가와 이를 구현한 배우 모두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본질을 힘있게 전달하는 방식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 저는 백발마녀 최형선(서정연 분)이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로 봤어요. 경쟁심을 가지고 진짜 치열하게 학원을 운영하잖아요.

허 : 표상섭 역을 맡은 배우가 연기를 너무 잘 하더라고요. 진짜 학교에 있을 것 같은 선생님 이미지, 전형적인 공무원상, 특히 저희 원장님이랑 너무 닮아서 더 몰입됐어요. (웃음) 저희 원장님도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 사교육계로 오신 분이거든요.



강사 선발을 오디션을 통해 진행하는 신이 나오는데, 보편적인 과정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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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 일부 학원은 영상 촬영을 통해 시강을 진행하고, 다른 학원들은 대면으로 이를 수행합니다. 각 학원의 채용 방식은 다르지만, 규모가 크고 연봉이 높은 학원일수록 기준이 엄격해집니다. 강사들 사이에서 월 천만 원의 급여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한 특정 학원은 PPT 발표와 강사 역량 시험에서 1등을 차지한 사람만을 채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 : 유명 학원에서 강사의 약력을 살펴보면, 종종 ‘강사 선발대회 1위’라는 문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강사 공채 콘테스트와 같은 행사도 있었습니다. 제 친구들 중에는 학교 교사가 많은데, 그들도 종종 스카웃 제의를 받는다고 합니다. 학원 측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새로운 강사를 찾아내고 있습니다.

한 : 오디션을 보기도 하지만, 인맥을 통해 선발하는 전통적 방식이 아직은 더 많을 겁니다. 현재 학원들은 검증된 인재를 원하기 때문에 신입보다는 경력자를 더 선호합니다. 또한, 이 직업은 외모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주인공 이준호는 대치동 학원을 다니며 8등급에서 1등급으로 도약한 인물로 묘사됩니다. 실제로 이런 사례를 본 적이 있나요?

허 : 중학교 시절까지 학업을 소홀히 하다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대학에 진학한 사례는 드물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초가 부족한 상태에서 고등학교 시절에 시작하여 최고 등급을 받고 명문대에 입학하는 것은 어려울 겁니다.

한 : 7등급에서 2등급으로 향상된 학생을 지도한 경험이 있습니다. 준호처럼 8등급에서 1등급으로 도약하려면, 무엇보다 어휘력이 필수적입니다. 실제로 대치동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 중에는 어린 시절부터 책을 많이 읽어온 아이들이 많습니다. 어휘력은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잠재력이 됩니다.

김 : 가르친 학생 중 한 명이 1등급을 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고3 때 수능 공부를 시작했는데, 4월 모의고사에서는 화학에서 겨우 3점을 받았던 친구였죠. 그러나 이 학생은 열심히 공부하여 결국 수능에서 48점으로 1등급을 달성했습니다. 처음에는 가정불화로 인해 세상이 싫어 공부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공부하기로 결심한 후, 정말 끈질기게 매달렸습니다. 꾸준함만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 : 제 수업을 통해 가장 크게 성적이 오른 친구는 5등급에서 1등급으로 상승한 사례입니다. 하지만 더 기억에 남는건 8~9등급이었던 한 아이가 목표로 삼았던 5등급까지 도달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그 아이를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아픕니다.



드라마 첫 회를 보면 서혜진이 문제가 잘못 출제됐다고 따지기 위해 학교에 항의 방문해요. 이런 사례를 들어본 적 있나요?


최 : 항의 방문을 한 사례는 들어본 적 없어요. 하지만 학교에서 출제한 문제가 논란이 된 경우는 몇 번 있었죠. 제가 가르치던 학생 중에 공부를 꽤 잘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제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시험 문제로 접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학교에서는 그 답안을 틀렸다고 채점했답니다. 확인해 보니 문제 자체에 오류가 있어서 복수 정답이 가능했더라고요


학생은 선생님께 이의를 제기했지만, 선생님은 복수 정답이 아니라고 단언했다고 해요. 그래서 제가 몇 가지 대안을 마련해 설득해 보라고 조언했는데, 학생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정답은 2번, 가!”라며 보지도 않고 학생을 내쫓았다고 하더군요. 저는 “네가 틀린 게 아니라 제도가 잘못된 거야. 선생님이 이것을 수정할 용기가 없는 것뿐이야. 이 점수에 연연하지 말고 다음에는 100점을 맞자”라고 위로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그 선생님은 나중에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셨어요.

출제 문제가 잘못된 경우는 종종 발생합니다. 학교 선생님이라고 해서 완벽할 순 없겠지요. 인간인 이상 실수는 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 실수를 인정하고 수정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김: 과학에서는 잘못된 문제가 자주 등장하곤 합니다. 질문 자체가 잘못되어 답을 찾을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 저는 “얘들아, 힘이 부족해서 미안하다.”라며 자조적인 사과를 하게 됩니다.

한 : 젊은 시절, 학교에 전화를 걸어 시험 문제의 오류에 대해 강하게 항의한 적이 있습니다. 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논문을 인용하며 반박했지만 상대방은 인정하지 않았어요.



학교 교사인 표상섭이 학원 강사인 서혜진을 ‘기생충’이라고 경멸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장면은 단순히 드라마적 허용일까요, 아니면 현실에서도 은연중에 존재하는 현상을 반영한 것일까요?


허 : 그렇게 극단적인 표현을 하는 사람은 드물지만, 일부 사람들은 학원 강사를 임용고시에 실패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직업이나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김 : 저와 함께 교대를 다닌 친구들 중에는 학교 교사가 된 사람도 있고, 저처럼 학원 강사로 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각자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서 종종 기간제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수업 중에 “나 곧 대치동 가서 수업할 거다”라고 공개적으로 말한다고 합니다. 대치동에서 수업할 때, 소위 명문고에서 가르친 경력이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학원으로 진출하기 위해 학교에서 경력을 쌓으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한 : 지역마다 특성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강북 지역에서는 교사와 학원이 충돌할 일이 거의 없어요. 하지만 대치동, 목동, 중계동처럼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는 자연스럽게 학원과 선생님이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되더라고요.

사교육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사교육이 더 늘어날 거라고 봐요. 그 이유 중 하나는 학교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열정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어요. 학생들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더 신경 써주는 곳에 마음을 기울일 수밖에 없어요. 사교육을 억제하는 유일한 방법은 공교육을 경쟁력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드라마에서 강사들이 자신이 예상한 문제가 모의고사에 나올 때 기뻐하는 장면이 있어요. 다들 그런 경험이 있을 겁니다. 시험 적중률이 높다는 건 강사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한: 강사들이 예측한 문제가 실제 시험에 자주 출제되면, 그것은 강사 개인의 명성과 학원의 수익 증대에 직접적으로 기여합니다. 대형 학원들은 이러한 성공 사례를 마케팅 전략에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홍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것은 자신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음을 의미하며, 큰 만족감을 줍니다. 특히 국어 과목처럼 범위가 넓어 정확한 문제 예측이 어려운 경우, 적중률이 높으면 학생들이 시험을 보는 데 드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며, 이는 교육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허 : 보통 5년간의 기출 문제를 골라 풀어보고 분석하죠. 어떤 유형에서 어떤 문제가 자주 출제되는지, 그리고 문제를 만들 때 교과서를 어떻게 인용하는지를 고민하며 많은 노력을 기울여요. 그런데 문제가 적중되면, 그 시간과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는 느낌이에요.

김 : 실제 사례인데, 학생들이 “선생님, 시험 문제가 우리가 연습한 프린트와 똑같았어요”라고 말해주더라고요. 제가 “그럼 문제를 잘 풀었니?”라고 물었을 때, “아니요, 풀지 못했어요”라는 대답을 듣고 깨달았죠. 아무리 문제 적중률이 높다 하더라도 학생들이 직접 공부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요. (웃음)

일례로 화학 과목 시험 문제는 대부분 학교에서 제공하는 자료집에서 출제됩니다. 자료집은 다양한 모의고사 문제들을 결합하여 만든 것입니다. 화학은 선택과목 중 가장 인기가 적은 과목 중 하나로, 너무 어렵게 문제를 내면 아무도 선택하지 않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화학은 암기해야 하는 과목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화학 시험문제의 적중률이 크게 의미 없게 만드는 요소가 됐습니다.

최 : 국어 과목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나 이전에 접한 적이 있는 문학 작품의 중요한 요소를 파악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예컨대, 홍길동전과 같은 지문이 주어졌을 때, 우리는 비교적 익숙함을 느낄 수 있지만, 실제로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홍길동전의 내용은 전체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특히, 낯선 내용에서 핵심 인물들을 제외시키고 나면 해당 문학작품이 홍길동전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집니다. 이런 유형의 문제는 학생들에게 큰 도전이 되며, 많은 경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최 선생님은 작년 수능에서 두 문제를 맞춘 경험이 있어요. 

만약 제가 대형 학원에서 일했다면, 분명 홍보 플랜카드에 제 이름이 걸렸겠죠? (웃음) 시험 문제를 예상할 때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합니다. 현재의 국제 정세나 경제 동향, 사회적 이슈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그에 맞는 지문을 선정한 뒤 학생들과 함께 풀어 보죠. 대부분의 선생님들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고 생각합니다. 시험 문제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운이 크게 작용하는 부분이지만, 실제로 예측이 맞아떨어질 경우 학생들과의 관계가 한층 더 돈독해지며 서로 간의 신뢰도 쌓아가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옵니다.



드라마 초반에 전교 1등 학생 이시우(차강윤 분)가 무료 수업을 듣고 학원을 옮기는 에피소드가 비중있게 다뤄지는데, 실제로도 중요한 이슈일까요?


한 : 만약 어떤 학원이 전교 1등을 포함한 우수한 성적을 자랑하는 학생들을 보유하고 있다면, 그 학원에 대한 신뢰성은 자연스럽게 상승할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경쟁 학원들 사이에서 우수한 학생들을 영입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며, 일부 부모님들은 자녀를 더 나은 교육 환경으로 옮기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도 합니다.

허: 우수한 학생들이 등록하는 학원은 자체적으로 큰 홍보 효과를 발휘합니다. 만약 전교 1등 학생이 다른 곳에서 무료로 수업을 듣다가 해당 학원으로 옮기게 된다면, 이는 주목할만한 사건이 됩니다. 상위권 학생이 사용하는 교재와 프린트물도 효과적인 마케팅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드라마 후반부에 수업자료 유출 에피소드가 비중있게 다뤄져요. 본인만의 학습자료는 영업 비밀일텐데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요?


김 : 학원의 컴퓨터를 열면 강사들의 자료가 모두 공개되어 있습니다. 이로 인해 드라마처럼 큰 논란이 생기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대치동의 유명한 강사들은 자신의 교재를 교무실에 그대로 두고 다닙니다. (웃음) 자료를 베끼느냐 마느냐는 결국 강사의 자존심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저도 제 자료를 만들기는 하지만, 문제의 변형보다는 실용성에 맞추는 정도입니다. 기본적으로 내신 기출문항 시험지들을 모아서 정리하고 있습니다. 문항에 변형을 준 적도 있지만, 기존 문제도 어려워하는 상황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보진 않았습니다. 시험문제가 수능특강 문제 그대로 숫자 하나 안 바꾸고 나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문제 변형보다는 더 많은 문제를 풀게 하는 접근을 택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기본을 잘 알 수 있도록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데 중점을 둡니다. 문제는 수준별로 나누어 푸는 것에 집중합니다. 그렇게 여러 번 풀다 보면 아이들이 잘 따라오더군요.

한 : 학원가에서 자료 유출 사건이 발생하긴 해요. 드라마와 다른 점이라면 강사의 학습자료가 아닌 학생들의 수강 명단을 빼오는 것이죠. 이러한 자료들이 돈으로 사고 팔리기도 합니다.

강사들 중에는 컴퓨터 사용에 서툰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학원 공용 컴퓨터에 자료들이 무질서하게 널려 있는 경우가 많죠. 이는 핵심적인 자료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스스로 만든 귀중한 자료라면 그렇게 허술하게 관리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제가 만든 자료를 아주 철저히 관리합니다. (웃음) 모든 기출시험 문제와 모의고사 문제들을 모아 타이핑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합니다. 국어 과목은 방대한 영역에서 출제되기에, 모은 자료를 기반으로 계속 변주하여 새로운 문제들을 학생들과 함께 풉니다. 강사가 나태해지면 학생들은 금방 알아차립니다. 그런 모습을 보이면 바로 다른 학원으로 옮길 것입니다.

허 : 과거에 대형 학원에서 근무할 때, 학원 내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한 테스트지는 절대 배부되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은 오답 풀이만 노트에 적은 후, 모든 테스트지는 파쇄기에 넣어 처리했습니다. 자료 유출을 철저히 막기 위해 시험지조차 외부로 나가지 못하게 했던 것입니다. 대형 학원에서는 문제나 자료의 유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최 : 강사 초기부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터득해야만 했어요. 이 과정에서 자료를 직접 제작하여 활용하는 것이 일상화되었고요. 시험 준비 자료로는 기존의 시험 문제들과 시중에 나와 있는 참고서들을 분석하여, 그것들을 변형시켜 나만의 교재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이렇게 만든 자료는 유형별, 심화 문제, 그리고 기출 문제 형식으로 구성되어 학습에 활용합니다.



드라마 후반부 혜진과 준호가 교육 방침을 두고 갈등을 빚어요. 성적 향상이 목적인 학원에서 상상과 공감 등 공부의 본질을 논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한편으론 기술, 기능 만능주의가 된 사회를 투영한듯 싶기도 하고요. 


한 : 이상과 현실이 부딪히는 순간, 드라마는 더욱 흥미롭게 전개됩니다. 그러나 사교육 분야에서 이상적인 이론을 주장하는 것은 거의 허황된 이야기입니다. 공교육조차 실현하지 못하는 것을 사교육에서 이루려 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최: 현실적으로 학원은 사교육의 한 부분이기에, 기술 중심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교육에서 교육의 본질을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상황인 듯합니다. 그러나 드라마를 통해 본질과 기술의 충돌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놓치고 있는 점들을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했다고 봅니다.

허 : 대형 학원에서는 분기가 정해져 있고, 반드시 교재를 끝내야 하기 때문에 모든 학생을 다 끌고 가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잘 따라오는 학생들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임시방편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사가 문제를 모두 풀어주고 학생들이 받아 적게 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죠. 이런 수업 방식을 채택하고 나면 종종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초임 강사 시절에는 저도 이준호처럼 생각했지만, 지금은 서혜진의 방식이 더 옳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앞으로 사교육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한 : 정권이 바뀌거나 특정 여론이 형성될 때마다 정책이 너무 자주 변합니다. 그에 따라 매번 사교육은 새로운 대안을 찾아 움직이고요. 인구는 줄어들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입니다. 부모들은 자식 교육에 더 많은 욕심을 낼 것이며, 사교육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어찌 보면 졸업이라는 드라마가 사교육의 미래를 예견한 것 같기도 합니다. 학원 수강생이 강사가 되어 돌아오지 않습니까? 학원 강사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꽤 많습니다. 학원 강사가 일반 직장보다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김 : 한 사람의 강사로서 열심히 수업을 하겠다는 마음가짐만 있을 뿐입니다. 사교육이 아무리 비난을 받더라도, 좋은 강의를 위해 노력하고 아이들이 만족하는 수업을 제공한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 : 사교육은 언제나 변화무쌍한 풍파 속에 있습니다. 정부의 교육 정책이 바뀔 때마다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죠. ‘공교육 정상화’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사교육 정상화’라는 표현은 들어본 적이 없을 겁니다. 이는 사교육이 정상화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으며, 정상화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늘 공교육을 바로잡고 사교육을 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만 높아집니다. 그러나 사교육은 정책 변화에 따라 스스로 변모하며 살아남는 자생력을 키워왔습니다. 이 자생력이 오늘날의 사교육을 형성하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교육 시장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요구에 맞춘 교육을 제공하는 형태로 발전해 왔습니다. 따라서 사교육에서 전인교육이라는 개념은 꿈꾸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전인교육이 사교육에서 실현될 수 없는 법도 없습니다. 공교육과 사교육이 상호 보완하며 함께 나아간다면, 공교육의 부족한 부분을 대체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사교육 시장이 전인교육과 성과 중심 교육 모두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제가 꿈꾸는 사교육 시장의 미래 방향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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