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시간당 100㎜ 벌써 8회
파주 하루 385.7㎜… 사상 최고
올해 장마철 비가 일부 지역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송곳 폭우’ 현상이 나타나면서 전국 곳곳의 7월 일 최대 강수량 기록이 경신됐다. 기후변화로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비를 뿌리는 수증기가 더 많이 생성돼 전례 없는 폭우가 잦아진 데다가 비구름이 띠모양으로 집중 형성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중국 남동부를 향해 북상하는 제3호 태풍 개미의 영향으로 장마전선(정체전선)이 북상하면서 22일 중부지방에 또다시 비가 내릴 전망이다.
파주시와 연천군 등 경기북부 8개 시·군에 호우특보가 발효된 지난 17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성석동의 한 도로 옆 주차장에 차량이 침수돼 있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제공 |
21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한 매서운 장맛비는 전국 곳곳에서 7월 기준 일 최대 강수량 기록을 갈아치웠다.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에 머물던 17일 경기 파주는 일 강수량이 385.7㎜로 관측을 시작한 2001년 이래 7월 중 가장 많았다. 직전 최고 기록은 2011년 7월27일 관측된 322.5㎜다.
중부지방에 앞서 폭우가 집중됐던 남부지방은 일찌감치 기존 일 최대 강수량 기록이 바뀌었다. 8일 경북 안동과 상주의 일 강수량은 각각 211.2㎜와 196.1㎜로 집계돼 역대 7월 중 하루 동안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특히 상주는 7월 일 강수량이 처음으로 200㎜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 18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에서 소방대원들이 침수된 공장에 고립된 근로자를 구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
올해는 짧은 시간 비를 퍼붓는 ‘극한 호우’가 많았다. 극한 호우란 1시간 누적 강수량 50㎜ 이상, 3시간 누적 강수량 90㎜ 이상인 기준을 동시에 충족하거나 1시간 누적 강수량이 72㎜ 이상인 경우를 뜻한다. 시간당 100㎜의 비는 폭포수에 비유될 만큼 많은 비를 의미한다.
올여름 시간당 100㎜ 강수는 이날까지 벌써 8차례 발생했다. 지난해 시간당 100㎜ 폭우가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이례적으로 강한 비가 연달아 쏟아진 것이다. 9일엔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기록상 전북 군산 어청도 일대에서 자정 무렵부터 1시간 동안 146.0㎜ 비가 내렸는데 관측 사상 최고 기록이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시간당 100㎜의 호우는 정말 흔하지 않은 현상으로 수십년에서 수백년에 한 번 내려야 할 비가 쏟아진 것”이라며 “물 폭탄의 재료가 되는 수증기를 직접적으로 만드는 해수면 온도 상승이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극한 호우로 인한 농작물 피해도 이어졌다. 17일부터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집중호우로 농작물 1300여㏊가 침수 피해를 보았다. 앞서 7∼10일 침수 지역을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이달에만 1만2000㏊에 달한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7일부터 시작된 2차 호우로 경기와 충남 등의 농작물 1354㏊가 침수되고 농경지 10㏊가 유실·매몰됐다. 작목별로는 벼 피해가 가장 컸으며, 지역은 충남도가 전체 침수 피해의 70%를 차지했다.
농작물 피해가 커지며 상추 등 채소와 제철 과일의 가격도 다시 들썩이고 있다. 농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은 19일 기준 적상추 소매가격이 100g에 2107원으로 1주일 만에 56.3% 올랐다고 밝혔다. 1년 전보다는 16.5% 높은 가격이다. 깻잎은 100g에 2550원으로 1주일 전보다 17.3% 올랐다. 1년 전보다 11.7%, 평년보다 31.6% 각각 오른 수준이다. 같은 기간 시금치는 17.5%, 풋고추는 12.3% 각각 올랐다. 배추는 1년 전보다 24.0% 올랐다.
극한 호우는 당분간 멈추겠지만 이날부터 북상한 태풍 ‘개미’의 영향으로 22일부터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장맛비가 다시 시작될 예정이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필리핀 마닐라 동북동쪽 약 520㎞ 해상에서 올라오고 있는 태풍이 한반도 남단에 위치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강도를 강화하고 북쪽으로 확장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22일 새벽부터 북태평양 고기압이 중부 지역까지 확장하고, 북한 쪽에 대기 상층으로 기압골이 지나면서 비구름대가 다시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2일 경기 서해안에 최대 80㎜, 23일엔 경기 북부에 최대 8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재 예상 경로대로라면 태풍 개미는 대만 동쪽 바다를 거쳐 중국 상하이 쪽에 상륙할 것으로 보여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낮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2/0003952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