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다카에서 학생들의 할당제 반대 시위 격화로 국경수비대(BGB) 대원들이 배치됐다. 사진=로이터통신
'공무원 할당제'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의 격화로 사망자 수가 100여명이 넘자 방글라데시 정부가 군대를 배치하고 통행 금지령을 내렸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밤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는 오는 21일 오전 10시까지 전국에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경찰력을 지원하기 위해 군대를 배치하라고 명령했다.
방글라데시 군 대변인은 AFP에 "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군대가 배치됐다"고 밝혔다. 방송사 채널 24는 21일 오전 10시까지 통행금지령이 유지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방글라데시 군은 시위의 중심지인 다카 곳곳에 모래주머니를 이용해 도로를 차단하고 장갑차로 순찰을 강화했다. 이날 정오부터 2시간 동안 주민들이 생필품을 살 수 있도록 통행금지령을 해제했을 때는 검문검색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에도 수천 명이 모였고 시위대는 전국 주요 도로를 봉쇄하고 경찰 차량과 정부 시설에 불을 질렀다. AFP 통신은 지난 16일 첫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하시나 총리의 퇴진 요구로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방글라데시 경찰은 고무탄과 최루탄을 쏘며 강경 진압으로 맞서고 있고 일부 경찰은 군중을 향해 실탄을 사용하며 이들을 강제 해산시켰다.
방글라데시 당국도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통신 서비스를 차단했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정보과학연구소의 수석 과학자인 존 하이데만은 "인구 1억 7000만 명에 가까운 국가에서 인터넷을 차단하는 것은 2011년 이집트 혁명 이후 볼 수 없었던 과감한 조치"라고 말했다.
인터넷이 중단되면서 정확한 사망자 수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AFP통신이 주요 병원을 통해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이번 시위로 지난 16일 이후 지금까지 115명이 사망했으며 사망자 절반 이상은 경찰 발포에 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시위대와의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실패했다. 아니술 하케 법무부 장관은 BBC에 시위대와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지만 시위에 참여한 한 학생은 "정부가 너무 많은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는 그 어떤 협상에도 응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시위는 '독립전쟁 유공자 자녀 공무원 할당제' 정책이 추진되면서 시작됐다. '공무원 할당제'는 1971년 독립전쟁 참가자 자녀들에게 공직 30%를 할당하는 정책이다.
방글라데시의 청년 실업률은 40%에 달해 정부 일자리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이들은 이번 할당제가 올해 1월 4선 연임에 성공한 하시나 총리를 지지하는 친정부 단체의 자녀들에게 지나친 혜택을 줘 불공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대법원은 다음 달 7일 최종 판결을 할 예정이었지만, 정부가 격화하는 시위를 이유로 판결을 앞당겨 달라고 요구해 오는 21일 이 문제를 다루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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