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최화정 유튜브가 왜 흥하는지 짚은 동아일보 칼럼
13,303 30
2024.07.20 15:59
13,303 30
(최)화정적 공간[소소칼럼]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577482?sid=103

TFOssI

27년간 진행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하차한 최화정은 두 번째 주방으로 유튜브를 택했다. 영상 속 최화정은 빨간 립스틱을 바른 채 국수를 말아 먹는다. 화사한 스트라이프 셔츠 차림으로 묵은지를 볶는다. 


이 채널은 방송인 홍진경을 ‘공부왕찐천재’로 리브랜딩한 유튜브 PD의 두 번째 히트작이다. 전작은 연출 역량이 두드러진다면, 이번엔 출연자를 있는 그대로 비추는 데 집중한다. 여기선 최화정이 낭랑한 목소리로 생활 팁을 듬성듬성 알려주고 무언가 발랄하게 먹는 것이 전부다. 여름 입맛이 돌게끔 하는 것 말고 달리 특별한 ‘와우 포인트’는 없다. 유명 게스트도, 카타르시스 있는 무한도전 스타일의 실소 유발 자막도 넣지 않는다. 


요리와 음식 영상을 보여주지만, 본격 요리 채널이라고도 할 수 없다. 어느 날은 수십 년 다닌 콩국수 집에 가서 디저트로 비빔국수를 먹을 뿐이다. 있는 그대로의 최화정. ‘안녕하세요 최화정이에요’라는 채널명이 곧 채널의 정체성 그 자체다. 


영상은 올라올 때마다 조회수 100만 회를 매번 넘기면서 화제가 된다. 요즘 같지 않게 조미료 치지 않은 영상에도 사람들이 몰리는 건 그녀의 ‘다정한 지능’ 덕분이다. 최화정은 음식에도 ‘익스큐즈 미’ 하는 해맑은 예의를 지녔다. ‘애기’ 제작진에겐 어미새처럼 “일단 먹고 보라”며 손수 만든 음식을 권하고 본다. 어깨 펴고 미소 지으면 못 할 일이 없다고 말한다.


이처럼 유쾌의 지속가능성을 조리하는 60대 소녀에게 대중은 고마워하고 있다. 한 구독자는 “옛날부터 봐오던 분이 여전히 그대로여서 그게 좋았다. 나이 드는 게 자꾸 싫어져서 우울했는데 덕분에 힘내본다”는 댓글을 달았다. 이런 댓글들은 자연스레 이 채널을 완성하는 ‘킥’(요리에서 결정적 한 수)이 된다. 


댓글을 다는 이들은 모두 그녀의 온화함에 이끌려온 사람들이다. 댓글 창엔 최화정의 식기들만큼이나 알록달록한 각자 삶의 그릇들이 모여든다. 어디에도 하소연할 길 없던 사람들이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이처럼 다정한 공간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캔디’로 불리는 구독자들은 감상을 넘어 다짐에 가까운 말을 남긴다. 그녀처럼 다정하고, 행복해지겠다는 약속을 하고 간다. 


“부모님 병간호에 지쳐서 입맛도 없었는데 이제 화정님 레시피 따라 하느라 바빠질 것 같아요.” “우울증이 있지만 언니처럼 행복해져 보려고요. 언니가 먹는 제품들 다 따라 사고 싶어요.”


(중략)


사람들이 조미료 없이 해맑고, 순수한 다정함에 이토록 매료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본다. 닳아가는 미각에 대한 체념 대신 최화정을 ‘손민수’(다른 사람의 취향을 모방하는 것)하며 다시 맛깔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는 아닐까. 사람들은 지금 그녀의 주방이 먹여주는 작은 용기를 한술 뜬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목록 스크랩 (0)
댓글 3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에이지투웨니스x더쿠💜] 밤팩트의 원조 AGE20'S가 베이스 기강 잡으러 왔습니다! 실키 픽싱 팩트 체험 이벤트 539 09.02 46,734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2,416,182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6,073,88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3,864,205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16.05.21 25,121,416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1 21.08.23 4,586,610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9 20.09.29 3,552,230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37 20.05.17 4,110,252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76 20.04.30 4,652,665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18번 특정 모 커뮤니티 출처 자극적인 주작(어그로)글 무통보 삭제] 1236 18.08.31 9,264,036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7494 기사/뉴스 기시다 일본 총리 오늘 방한‥"한·일 협력 확대 논의" 9 07:46 218
307493 기사/뉴스 평생 1명도 안 낳는 K저출산…집집마다 3명은 낳는 이스라엘 38 07:32 2,334
307492 기사/뉴스 [단독] 카라큘라, 쯔양에게 옥중 편지 보내...YTN 단독 입수 29 01:50 7,189
307491 기사/뉴스 김대호 “방송으로 집 공개… 집 앞에 가방 갖다 놔” (‘홈즈’) 7 01:35 6,883
307490 기사/뉴스 [NBA] ‘GD의 위엄’ 파이널 MVP 브라운이 한국에 왔다고? 4 00:49 1,994
307489 기사/뉴스 [SPO 현장] "저를 버렸습니다" 홍명보, 경기력도 버렸다...59000명 관중 앞에서 대참사 벌어져 7 00:20 3,328
307488 기사/뉴스 [단독] 카라큘라, 쯔양에게 옥중 편지 보내...YTN 단독 입수 27 00:07 5,763
307487 기사/뉴스 BL스타 빌킨 푸티퐁 주연 '할머니가 죽기 전 백만장자가 되는 법'...10월 개봉 확정 1 00:05 2,391
307486 기사/뉴스 [SC 현장인터뷰]'팬과 대치' 김민재 작심발언 "못하길 바라며 응원, 아쉬웠다…시작부터 못한 것 아니다" 19 09.05 3,282
307485 기사/뉴스 1박2일, 런닝맨, 나 혼자 산다...일회용 플라스틱으로 가득한 예능 5 09.05 5,345
307484 기사/뉴스 한국전 수훈선수 팔레스타인 골키퍼 “소속팀 없이 1년 넘게 개인 훈련만…우리도 꿈이 있다” 8 09.05 1,835
307483 기사/뉴스 [b11 현장] '한국전 MOM' 팔레스타인 GK의 고백, "무소속으로 개인 훈련만 했어… 꿈을 위해 싸우고 있다 " 6 09.05 1,390
307482 기사/뉴스 암투병 장근석의 진심 “삶의 시간 생각보다 짧더라. 일단 저지르고 후회해”(나는 장근석) 8 09.05 4,836
307481 기사/뉴스 '소년시절의 너'의 재발견, 재개봉으로 개봉 성적 넘는다 12 09.05 1,446
307480 기사/뉴스 정경미, 아이돌같은 11살 子 근황 자랑‥딸은 윤형빈 판박이(신랑수업)[결정적장면] 6 09.05 4,520
307479 기사/뉴스 국내 통신망 유선 인터넷 접속 장애‥전국서 '먹통' 14 09.05 3,198
307478 기사/뉴스 [패럴림픽] '발로 써내려 간 편지' 육상 전민재 선수 "아버지 보고 계시죠?" 5 09.05 1,016
307477 기사/뉴스 "저를 버렸습니다" 홍명보, 경기력도 버렸다...59000명 관중 앞에서 대참사 벌어져 18 09.05 3,963
307476 기사/뉴스 日 미쳤다! '화력 대폭발'…중국 끝없이 농락 '7-0 대승' [WC 3차예선 리뷰] 3 09.05 998
307475 기사/뉴스 조선대 캠퍼스서 쓰러진 20대…코앞 대학병원 응급실서 이송 거부 6 09.05 2,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