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최화정 유튜브가 왜 흥하는지 짚은 동아일보 칼럼
13,966 30
2024.07.20 15:59
13,966 30
(최)화정적 공간[소소칼럼]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577482?sid=103

TFOssI

27년간 진행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하차한 최화정은 두 번째 주방으로 유튜브를 택했다. 영상 속 최화정은 빨간 립스틱을 바른 채 국수를 말아 먹는다. 화사한 스트라이프 셔츠 차림으로 묵은지를 볶는다. 


이 채널은 방송인 홍진경을 ‘공부왕찐천재’로 리브랜딩한 유튜브 PD의 두 번째 히트작이다. 전작은 연출 역량이 두드러진다면, 이번엔 출연자를 있는 그대로 비추는 데 집중한다. 여기선 최화정이 낭랑한 목소리로 생활 팁을 듬성듬성 알려주고 무언가 발랄하게 먹는 것이 전부다. 여름 입맛이 돌게끔 하는 것 말고 달리 특별한 ‘와우 포인트’는 없다. 유명 게스트도, 카타르시스 있는 무한도전 스타일의 실소 유발 자막도 넣지 않는다. 


요리와 음식 영상을 보여주지만, 본격 요리 채널이라고도 할 수 없다. 어느 날은 수십 년 다닌 콩국수 집에 가서 디저트로 비빔국수를 먹을 뿐이다. 있는 그대로의 최화정. ‘안녕하세요 최화정이에요’라는 채널명이 곧 채널의 정체성 그 자체다. 


영상은 올라올 때마다 조회수 100만 회를 매번 넘기면서 화제가 된다. 요즘 같지 않게 조미료 치지 않은 영상에도 사람들이 몰리는 건 그녀의 ‘다정한 지능’ 덕분이다. 최화정은 음식에도 ‘익스큐즈 미’ 하는 해맑은 예의를 지녔다. ‘애기’ 제작진에겐 어미새처럼 “일단 먹고 보라”며 손수 만든 음식을 권하고 본다. 어깨 펴고 미소 지으면 못 할 일이 없다고 말한다.


이처럼 유쾌의 지속가능성을 조리하는 60대 소녀에게 대중은 고마워하고 있다. 한 구독자는 “옛날부터 봐오던 분이 여전히 그대로여서 그게 좋았다. 나이 드는 게 자꾸 싫어져서 우울했는데 덕분에 힘내본다”는 댓글을 달았다. 이런 댓글들은 자연스레 이 채널을 완성하는 ‘킥’(요리에서 결정적 한 수)이 된다. 


댓글을 다는 이들은 모두 그녀의 온화함에 이끌려온 사람들이다. 댓글 창엔 최화정의 식기들만큼이나 알록달록한 각자 삶의 그릇들이 모여든다. 어디에도 하소연할 길 없던 사람들이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이처럼 다정한 공간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캔디’로 불리는 구독자들은 감상을 넘어 다짐에 가까운 말을 남긴다. 그녀처럼 다정하고, 행복해지겠다는 약속을 하고 간다. 


“부모님 병간호에 지쳐서 입맛도 없었는데 이제 화정님 레시피 따라 하느라 바빠질 것 같아요.” “우울증이 있지만 언니처럼 행복해져 보려고요. 언니가 먹는 제품들 다 따라 사고 싶어요.”


(중략)


사람들이 조미료 없이 해맑고, 순수한 다정함에 이토록 매료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본다. 닳아가는 미각에 대한 체념 대신 최화정을 ‘손민수’(다른 사람의 취향을 모방하는 것)하며 다시 맛깔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는 아닐까. 사람들은 지금 그녀의 주방이 먹여주는 작은 용기를 한술 뜬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목록 스크랩 (0)
댓글 3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유이크🤍] 거칠어진 입술을 멜팅 보습막으로 보들보들 촉촉하게! 유이크 #립스팀밤 NEW 컬러 출시 468 00:06 13,861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3,052,774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6,776,87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4,783,844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6,135,429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2 21.08.23 4,902,794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0 20.09.29 3,924,906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41 20.05.17 4,487,036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78 20.04.30 4,954,01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18번 특정 모 커뮤니티 출처 자극적인 주작(어그로)글 무통보 삭제] 1236 18.08.31 9,663,129
모든 공지 확인하기()
312019 기사/뉴스 “한강, 이름 딴 기념관 원치 않아”…광주시 요청 사양 12 18:51 1,223
312018 기사/뉴스 이진호, 제발회 1시간 전 “불법 도박했다”…방송가 발칵 10 18:36 2,779
312017 기사/뉴스 [단독]"제2의 노벨상 이어가야 하는데..." 인문·번역 내년 예산 뚝뚝 11 18:15 949
312016 기사/뉴스 검찰, 김건희 도이치 주가 조작 의혹 수심위 생략·무혐의 결론 36 18:12 997
312015 기사/뉴스 어도어 김주영 대표, 국감 증인 출석…하니와 공개석상 대면 무슨 말 할까 [왓IS] 22 18:10 1,402
312014 기사/뉴스 [속보] 헌재, ‘재판관 6명이면 재판 불가’ 헌법재판소법 효력 정지 11 17:56 2,409
312013 기사/뉴스 '프로젝트 7' 미연·문별·이대휘·남우현·후이·유회승·신유미, 스페셜 디렉터로 출연 17:56 322
312012 기사/뉴스 미국, 이스라엘에 사드 추가 배치…“이란 핵 공격 방어” 2 17:51 268
312011 기사/뉴스 [단독] 개그맨 이진호, 불법도박 사채 빚만 최소 13억원…연예계 인맥 앞세워 무담보 대출 565 17:41 41,694
312010 기사/뉴스 씨엔블루, 오늘(14일) 3년만에 컴백…타이틀은 '그리운건 그대일까 그때일까' 3 17:35 270
312009 기사/뉴스 '이진호 리스크' 불똥 튄 넷플릭스, '통편집' 포기한 이유 [공식입장] 24 17:21 3,864
312008 기사/뉴스 “한강, 노벨상 상금 전액 독도에 기부”…또 퍼진 가짜뉴스 16 17:18 2,667
312007 기사/뉴스 아이돌 선배' 남우현→유회승·이대휘, '프로젝트7' 스페셜 디렉터 출격 12 17:08 955
312006 기사/뉴스 이스라엘, 탱크로 유엔부대 정문 부수고 '강제 진입' 19 17:04 1,869
312005 기사/뉴스 [단독] '도박 고백' 개그맨 이진호, 6월 사기 혐의 피소...합의로 취하 20 16:56 5,565
312004 기사/뉴스 9월 반도체 수출 역대 최대…ICT 수출은 역대 2위 2 16:55 394
312003 기사/뉴스 “암 재발, 치료효과 없던 환자들 희소식”…‘면역항암제’ 끝판왕 나온다 21 16:54 2,891
312002 기사/뉴스 공직도 대기업도 때려치운다… ‘최후의 자격증’ 따러 로스쿨로 13 16:47 1,439
312001 기사/뉴스 이렇게 출시되나? 여러가지 바뀌는 현대 ‘아이오닉 6’ 신형 예상도 등장 4 16:44 820
312000 기사/뉴스 조유리, '오징어게임2' 공개 앞두고 뜻깊은 선행…유기견 임시보호 일상 공개 16:29 1,0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