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습관 바뀌고 ‘취향 소비’ 영향… MZ세대 중심 놀이문화로 정착
유명 빵집은 평일 ‘오픈런’ 기본… 택배 주문 1분 만에 마감되기도
지역 관광-경제 마중물 기대… 지자체, 빵 지도로 관광객 유치
“빵집 중심 ‘로코노미’ 기회”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동 빵집 ‘후와후와’에서 손님들이 빵을 고르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16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망원동 빵집 ‘후와후와’. 평일임에도 매장 앞으로 빵을 사러 온 손님이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그 시각 입장을 위해 대기 중인 손님은 42팀이었다. 예상 대기 시간은 2시간 19분. 정오에 오픈해 겨우 두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유리문 안쪽으로 보이는 매대 곳곳이 비어 있었다. 약 33m²(약 10평) 크기의 작은 동네 빵집인 이곳은 이른바 ‘빵지순례(빵+성지순례)’를 즐기는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곳이다.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샌드베이글’, ‘쫀득빵’ 등 대표 상품을 맛보러 순례자들이 찾아온다.
대학생 보현 씨(24·경기 시흥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진을 봤는데 빵이 맛있어 보여서 1시간 넘게 지하철을 타고 왔다”며 “일주일에 두세 번은 빵집 투어를 다니는 편”이라고 말했다. 고등학생 이모 양(17·경기 고양시)은 “이 가게의 빵을 좋아해서 여러 번 방문했다”며 “지금은 대기 순번표를 받아놓고 주변에서 시간을 때울 수 있지만 대기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에는 가게 앞에서 2시간 넘게 기다렸다가 빵을 사 먹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 유명 빵집 ‘오픈런’… ‘빵케팅’ 신조어도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맛있는 빵만 먹을 수 있다면 먼 지역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다니는 빵지순례가 인기를 끌고 있다.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유명한 빵집을 찾아 그곳에서만 파는 제품을 사 먹는 것이 일종의 놀이문화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들은 주로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각종 SNS 채널을 통해 유명한 빵집 정보를 나눈다. 전국의 유명 빵집만을 소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의 팔로어는 수만 명에 이르기도 한다.
일반 여행객들이 지역의 관광 명소, 향토 음식 등을 따져 여행지를 고른다면 빵지순례자들은 그 지역의 유명 빵집을 기준으로 여행지를 고른다. 약 10년 전부터 유명한 빵집을 투어해 왔다는 최모 씨(30)는 “빵지순례의 매력은 새로운 장소를 그 동네에서만 파는 빵으로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가장 최근에는 강원 양양군에 있는 빵집을 다녀왔고, 제주도까지 빵지순례를 다녀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직접 매장을 찾기 어려운 경우에는 유명 빵집 제품을 택배로 주문하기도 한다. 일부 인기 있는 제품들은 판매 수량에 비해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이 몰려 판매를 개시한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품절되기도 한다. ‘빵케팅(빵+티케팅)’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배경이다. 실제 빵지순례자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 ‘빵소담’에는 “매주 빵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빵케팅에 실패해 휴가를 내고 매장에 직접 방문했다” 등의 후기가 잇따랐다. 빵케팅 노하우를 공유하는 게시 글도 다수다.
● 빵집이 지역 관광·경제 마중물 효과
이처럼 빵지순례가 대세로 떠오른 것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취향 소비’를 즐기는 MZ세대의 특징이 맞물린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한국유통학회장을 지낸 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장은 “빵, 커피 등 서구의 식문화가 익숙해지면서 베이커리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해 왔다”며 “특히 빵집과 베이커리 카페 등이 소위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인스타그램에 사진 찍어 올리기 좋은)’한 인테리어, 디자인 등을 주도하면서 빵지순례가 MZ세대 사이에서 유행으로 떠오른 것”이라고 했다.
빵지순례의 특징은 대부분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아닌 지역 기반의 동네 빵집이 중심이 된다는 점이다. 유명한 빵집은 일종의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대전의 지역 빵집 ‘성심당’이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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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https://naver.me/x5GgCce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