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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에스프레소] 밥줄 쥔 알고리즘, ‘근로자 접근권’ 보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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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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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적이 있다.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 여행지나 문화를 소개하는 채널이었다. 열심히 해서 구독자 10만명을 달성한 채널에 주는 ‘실버 버튼’ 한번 받아보자고 다짐했다. 쉬었다가 재개하길 반복했지만 나름 꾸준히 운영했다. 그만큼 구독자도 차곡차곡 쌓아갔다.

한번은 막 공개한 쇼츠 영상에서 자막 오류를 발견한 적이 있었다. 즉각 영상을 삭제하고 틀린 부분을 손본 뒤 다시 게시했다. 이후에도 섬네일(미리보기 화면) 설정을 잘못해서, 영상 노출이 좀처럼 되지 않아서 몇 번을 지우고 다시 올렸다. 그때만 해도 몰랐다. 그게 스스로 내 채널 무덤 파는 짓이었음을. 이후 며칠이 지나도록 내가 올린 영상들은 단 1회도 노출되지 않았다. 해법을 찾던 중 유튜브 쇼츠 담당자 토드 셔먼의 인터뷰를 보게 됐다. “영상을 삭제하고 다시 게시하면 알고리즘은 그 채널을 ‘스팸 계정’으로 간주한다.” 나는 눈물을 머금고 채널을 삭제할 수밖에 없었다.

알고리즘은 정말 무서운 존재였다. 알고리즘이 내 채널을 얼마나 인정해 주느냐에 따라 영상 노출이 결정됐다. 조회 수는 거기에 비례했다.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지 못하면 성공도 없었다. 이용자들이 섬네일을 보고 클릭하는 비율을 높이려고, 한번 클릭한 시청자는 영상을 끝까지 보게 하려고 머리를 싸맸다. 이 모든 것이 영상 노출 빈도에, 나아가 채널의 흥행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혹여라도 알고리즘 눈밖에 나는 일을 하진 않을까 늘 노심초사했다. 어느덧 직장 상사, 아니 사장님 모시듯 ‘알고리즘의 의중’을 받들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동안 알고리즘에 관해선 확증 편향 문제가 주로 거론되곤 했다. 알고리즘이 개인 맞춤형 환경을 제공해 이용자들을 더욱 편협한 세상 속에 가둔다는 비판이다. 그런데 유튜브 알고리즘에 전전긍긍해 본 뒤론 그 알고리즘이라는 게 우리의 벌이도 쥐락펴락하는 존재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자영업자나 영세 소상공인들은 자신의 상품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노출되느냐에 따라 수입이 달라진다. 배달‧택배‧대리운전 등 플랫폼 종사자들에게 알고리즘은 취업 규칙과 다름없다. 잘 지키는 만큼 괜찮은 일감이 들어온다. 배달 기사들은 배달 앱이 정해주는 ‘추천 배달 시간’이 터무니없이 짧더라도 이를 지키려고 신호 위반과 과속을 불사한다고 한다. 시간 안에 배달하지 못하면 다음번 배차에 불이익이 따르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은 장막 뒤에 숨은 보스다. 수많은 이의 밥줄을 움켜쥐고 있지만 그게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은근슬쩍 불공정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쿠팡이 알고리즘과 제품 후기를 조작해 PB(자체 브랜드) 상품에 특혜를 준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1400억원의 과징금을 잠정 부과받은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 며칠 뒤 열린 한 학술 대회에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편향된 방식으로 설계되거나 인위적으로 조작된 AI 알고리즘은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권을 제한하고 공정 경쟁 질서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 의회는 지난 4월 플랫폼 종사자 보호 차원에서 관련 지침을 도입하면서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한편 알고리즘에 대한 근로자들의 접근권을 보장하도록 했다. 최소한 일하는 과정에서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정도는 당사자들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알고리즘 개선 작업에 근로자 대표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비단 근로자에게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모두가 알고리즘의 지배를 받는 시대, 역으로 우리는 그 알고리즘에 대한 사회적 감시 방안을 논의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알고리즘이라는 보스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846625?sid=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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