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에스프레소] 밥줄 쥔 알고리즘, ‘근로자 접근권’ 보장을
8,817 3
2024.07.19 14:29
8,817 3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적이 있다.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 여행지나 문화를 소개하는 채널이었다. 열심히 해서 구독자 10만명을 달성한 채널에 주는 ‘실버 버튼’ 한번 받아보자고 다짐했다. 쉬었다가 재개하길 반복했지만 나름 꾸준히 운영했다. 그만큼 구독자도 차곡차곡 쌓아갔다.

한번은 막 공개한 쇼츠 영상에서 자막 오류를 발견한 적이 있었다. 즉각 영상을 삭제하고 틀린 부분을 손본 뒤 다시 게시했다. 이후에도 섬네일(미리보기 화면) 설정을 잘못해서, 영상 노출이 좀처럼 되지 않아서 몇 번을 지우고 다시 올렸다. 그때만 해도 몰랐다. 그게 스스로 내 채널 무덤 파는 짓이었음을. 이후 며칠이 지나도록 내가 올린 영상들은 단 1회도 노출되지 않았다. 해법을 찾던 중 유튜브 쇼츠 담당자 토드 셔먼의 인터뷰를 보게 됐다. “영상을 삭제하고 다시 게시하면 알고리즘은 그 채널을 ‘스팸 계정’으로 간주한다.” 나는 눈물을 머금고 채널을 삭제할 수밖에 없었다.

알고리즘은 정말 무서운 존재였다. 알고리즘이 내 채널을 얼마나 인정해 주느냐에 따라 영상 노출이 결정됐다. 조회 수는 거기에 비례했다.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지 못하면 성공도 없었다. 이용자들이 섬네일을 보고 클릭하는 비율을 높이려고, 한번 클릭한 시청자는 영상을 끝까지 보게 하려고 머리를 싸맸다. 이 모든 것이 영상 노출 빈도에, 나아가 채널의 흥행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혹여라도 알고리즘 눈밖에 나는 일을 하진 않을까 늘 노심초사했다. 어느덧 직장 상사, 아니 사장님 모시듯 ‘알고리즘의 의중’을 받들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동안 알고리즘에 관해선 확증 편향 문제가 주로 거론되곤 했다. 알고리즘이 개인 맞춤형 환경을 제공해 이용자들을 더욱 편협한 세상 속에 가둔다는 비판이다. 그런데 유튜브 알고리즘에 전전긍긍해 본 뒤론 그 알고리즘이라는 게 우리의 벌이도 쥐락펴락하는 존재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자영업자나 영세 소상공인들은 자신의 상품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노출되느냐에 따라 수입이 달라진다. 배달‧택배‧대리운전 등 플랫폼 종사자들에게 알고리즘은 취업 규칙과 다름없다. 잘 지키는 만큼 괜찮은 일감이 들어온다. 배달 기사들은 배달 앱이 정해주는 ‘추천 배달 시간’이 터무니없이 짧더라도 이를 지키려고 신호 위반과 과속을 불사한다고 한다. 시간 안에 배달하지 못하면 다음번 배차에 불이익이 따르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은 장막 뒤에 숨은 보스다. 수많은 이의 밥줄을 움켜쥐고 있지만 그게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은근슬쩍 불공정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쿠팡이 알고리즘과 제품 후기를 조작해 PB(자체 브랜드) 상품에 특혜를 준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1400억원의 과징금을 잠정 부과받은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 며칠 뒤 열린 한 학술 대회에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편향된 방식으로 설계되거나 인위적으로 조작된 AI 알고리즘은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권을 제한하고 공정 경쟁 질서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 의회는 지난 4월 플랫폼 종사자 보호 차원에서 관련 지침을 도입하면서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한편 알고리즘에 대한 근로자들의 접근권을 보장하도록 했다. 최소한 일하는 과정에서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정도는 당사자들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알고리즘 개선 작업에 근로자 대표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비단 근로자에게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모두가 알고리즘의 지배를 받는 시대, 역으로 우리는 그 알고리즘에 대한 사회적 감시 방안을 논의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알고리즘이라는 보스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846625?sid=110
 

 

목록 스크랩 (1)
댓글 3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에이지투웨니스x더쿠💜] 밤팩트의 원조 AGE20'S가 베이스 기강 잡으러 왔습니다! 실키 픽싱 팩트 체험 이벤트 543 09.02 47,665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2,418,914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6,078,95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3,869,025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16.05.21 25,123,711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1 21.08.23 4,587,447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9 20.09.29 3,554,993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37 20.05.17 4,110,252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76 20.04.30 4,654,61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18번 특정 모 커뮤니티 출처 자극적인 주작(어그로)글 무통보 삭제] 1236 18.08.31 9,266,130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7557 기사/뉴스 청주서 교통사고, 120km 떨어진 원주로…병원 16곳서 “진료 불가” 10:51 86
307556 기사/뉴스 파리올림픽 출전한 마라토너..연인 공격에 전신 화상 입고 숨져 7 10:48 936
307555 기사/뉴스 전국 인터넷 접속 장애 복구‥하루치 요금 감면 검토 중 2 10:45 458
307554 기사/뉴스 항공기 착륙 전 비상구 개방한 30대, 항공사에 '7억 원 배상' 판결 4 10:42 284
307553 기사/뉴스 쿠팡플레이에서 즐기자! 임영웅 vs 기성용 '쿠팡플레이와 함께하는 하나은행 자선축구대회' 3 10:41 188
307552 기사/뉴스 "응원봉 파도타기, 터졌다"…아이브, 도쿄돔 日냈다 2 10:40 249
307551 기사/뉴스 김재중 “父 폐암 수술로 폐 반 절제,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편스토랑) 7 10:38 579
307550 기사/뉴스 '서진이네2', 마지막 영업 어땠나…PD "고민시 눈물→종무식 담겨" [인터뷰] 3 10:34 237
307549 기사/뉴스 안은진, 덱스 '고해' 플러팅에 짜증 "최악..개명할 것"(언니네 산지직송)[종합] 28 10:22 2,367
307548 기사/뉴스 만취해 포르쉐로 역주행해 ‘쾅’…귀가하던 50대 배달원 숨져 21 10:13 1,112
307547 기사/뉴스 '서진이네2' 박현용 PD "한식 메뉴 선정 이유? 멤버들 고생시키려고" [인터뷰] 7 10:12 1,049
307546 기사/뉴스 초등교사 인기 시들…작년 전국 교대서 667명 자퇴 등 중도탈락 11 10:12 1,109
307545 기사/뉴스 장인약과로 유명한 장인한과 장인 더 카페 사건 215 10:08 24,942
307544 기사/뉴스 ‘편스토랑’ 이찬원의 이상형.. “성격과 취미가 잘 맞는 사람” 4 10:04 1,522
307543 기사/뉴스 박보영X안재홍, 제29회 부국제 개막식 사회자 확정(공식) 3 10:04 434
307542 기사/뉴스 '삼형제 아빠' 덮친 음주운전자는 의사…"열심히 기도하겠다" 23 09:57 1,685
307541 기사/뉴스 중학교 동창 11명·교사 1명 ‘딥페이크’ 성착취물 만든 남고생...장당 1천원에 팔아 7 09:55 763
307540 기사/뉴스 ‘서진이네2’ PD “고민시 혹사 논란=제작진 불찰…시즌3 뷔? 미정”[EN:인터뷰] 181 09:54 14,542
307539 기사/뉴스 파주 아파트 6층서 여고생 '추락사'…"학교폭력 연관성 조사" 1 09:54 778
307538 기사/뉴스 CU 생과일 하이볼, 이번엔 제주산 ‘청귤’…“200만캔 한정” 6 09:52 1,4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