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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내 사이비 담임 선생님.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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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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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접 겪은 실화고 그냥 기록겸해서 남기고 싶어서 적는 글

더쿠에 지금 쓰고 있는 바로 이 글이 원본이야

누가 정확히 알아볼까봐 조금 각색했음을 미리 밝힘


나는 열살무렵 어머니 아버지가 갈라섰고 그걸 계기로 삐뚤어지기 시작한 다섯살차이 동생 한명과 할머니, 돈을 벌어온다는 핑계로 집에 잘 들어오지 않는 아버지와 이렇게 같이 살게 되었어

부모님이 이혼하게 된 과정이나 이유 이런거 진짜 쓰려면 백장도 쓸 수 있지만 이 이야기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 그냥 안 적을게


처음에는 아버지, 나, 동생 이렇게 셋이서 살기 시작했어

돈을 벌겠다며 이것저것 일을 벌이던 아버지는 고향의 전답, 우리가 살고있는 집을 담보로 대출을 정말 영혼까지 끌어모아 빚을 지게 되었고, 처음엔 우리집을 가끔 오가며 우리를 돌봐주던 할머니가 살고 계시던 집까지 팔아 그 돈도 다 해먹었어. 그때부터 할머니랑도 같이 살게 되었어

유치원생때부터 밥먹듯이 가출하고 거짓말 하는 내 동생, 일주일에 6일은 술을 마시고 기분이 제멋대로인 아버지, 노년에 떠맡게 된 손주 두 명을 아주 아주 귀찮게 생각하는 할머니와 어떻게든 꾸역꾸역 살아가던 나는 어찌저찌 14살이 되어 중학생이 되었어

중학교에 들어가서 처음 만난 담임선생님은 내 가정환경 조사서 - 요즘도 이런 거 쓰는 지 모르겠는데 여기에 진짜 별 말 다 적게 되어있었어 - 를 보고 나에게 더 신경을 써 주셨어

도시락도 제대로 못 싸오니까 점심 시간에 외출증을 쥐어주시며 나에게 작은 심부름 같은 걸 시키고 남은 돈으로 김밥이라도 사 먹고 오라고 하셨어

내가 좀 더 커서 가사일에 익숙해져 도시락을 싸오기 시작하니 나중에는 방과후나 점심시간, 쉬는 시간에 몇층에 있는 선생님 책상에 뭐 두기, 혹은 아침에 오면 교실 티비장, PC 열쇠 들고가서 문 열어놓기(티비나 교실 컴퓨터가 다 열쇠로 잠겨있었음) 작은 일을 부탁하고 답례로 저녁밥을 사주거나 집에도 종종 초대하셨어

담임 선생님은 세남매의 어머니셨는데 그 집에서 종종 밥을 먹곤 했어

집에 가봤자 학원도 안 가고 엄마 없다고 소문나서 동네에서 따돌림 당하던 내가 같이 놀 친구가 있던 것도 아니고 갔다가 술마신 아버지라도 마주치면 이런 저런 핑계로 두드려 맞아 온몸에 멍이 들기 일쑤였으니 나는 선생님 집에 가는 게 좋았어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선생님께서 자기 교회의 일이라며 도와줄 수 있겠냐고 짧은 글들 타이핑 작업을 부탁하시더라고

그때는 컴퓨터 도입 초기라 컴맹인 사람들이 많았어 한 반에 집에 컴퓨터 없는 학생들이 70%는 됐던 듯해

아무튼 선생님이 맡긴 글들은 대부분 교회의 일정, 행사 내용들 이런 거였고 가끔 간증이라는 글들이 있었는데, 그땐 간증이 뭔지도 몰랐고 간증이라는 단어 자체를 그때 처음 봤어

아무튼 그런 관계가 2학기 말까지 계속 되었고 연말에는 선생님이 다닌다던 교회에서 파티를 한다고 가자고해서 한번 다녀왔었네

그때쯤 뭔가 잘못 된 걸 알았어 ㅎㅎㅎ 선생님이 날 '그 교회'에 다니게 하려고 했더라고

교회 따라갔다는 말을 듣고 아버지가 난리를 치고 매질을 했고 그 뒤로는 학년이 바뀌고해서 그 선생님의 전도는 실패로 돌아갔어

중학교 2학년이 되고 생일이 지나서 일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마자 방과후에 하루에 6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래서 더는 선생님의 심부름을 할 수 없다고 거절했던 이유도 있고.

'그 교회'가 사이비 였다는 건 아주아주 나중에, 10년 이상 시간이 흐른 뒤에 문득 내가 타이핑했던 교회 이름을 검색 해 보고 알게 되었지


참 신기한게, 내 얼굴에는 가정이 불우하고 애정결핍이라는게 쓰여져 있었나보더라

그 뒤에도 여러 사이비 전도단(?)들이 나에게 붙어서 여러가지 작업을 했거든

결국 사이비에 빠지진 않았지만 사람을 점점 못 믿게 되더라고.

나한테 접근하던 사람들은 사이비가 너무 많았어서 지금도 사람을 잘 못 믿고 어떤게 정상적인? 관계인지 모르겠어. 어디까지가 통상적인 선의이고 어떤게 빈 말이고 의례상 하는 말인지 늘 헷갈리고 의심하게 되네.


그래도 나는 그 선생님이 밥 챙겨주고, 가끔 재워주고, 그 집 아이들이랑 놀고, 나에게 말 걸어주셨던 거 평생 잊지 못할 추억처럼 남았다

만약 내가 그 사이비에 빠져들었다가 호되게 당하고 나왔다면 이렇게 여유롭게 회상은 못했겠지?


오늘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글을 적었네

얼렁뚱땅 결론이지만 다들 사이비 조심해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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