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내 사이비 담임 선생님.txt
6,656 11
2024.07.19 13:22
6,656 11
내가 직접 겪은 실화고 그냥 기록겸해서 남기고 싶어서 적는 글

더쿠에 지금 쓰고 있는 바로 이 글이 원본이야

누가 정확히 알아볼까봐 조금 각색했음을 미리 밝힘


나는 열살무렵 어머니 아버지가 갈라섰고 그걸 계기로 삐뚤어지기 시작한 다섯살차이 동생 한명과 할머니, 돈을 벌어온다는 핑계로 집에 잘 들어오지 않는 아버지와 이렇게 같이 살게 되었어

부모님이 이혼하게 된 과정이나 이유 이런거 진짜 쓰려면 백장도 쓸 수 있지만 이 이야기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 그냥 안 적을게


처음에는 아버지, 나, 동생 이렇게 셋이서 살기 시작했어

돈을 벌겠다며 이것저것 일을 벌이던 아버지는 고향의 전답, 우리가 살고있는 집을 담보로 대출을 정말 영혼까지 끌어모아 빚을 지게 되었고, 처음엔 우리집을 가끔 오가며 우리를 돌봐주던 할머니가 살고 계시던 집까지 팔아 그 돈도 다 해먹었어. 그때부터 할머니랑도 같이 살게 되었어

유치원생때부터 밥먹듯이 가출하고 거짓말 하는 내 동생, 일주일에 6일은 술을 마시고 기분이 제멋대로인 아버지, 노년에 떠맡게 된 손주 두 명을 아주 아주 귀찮게 생각하는 할머니와 어떻게든 꾸역꾸역 살아가던 나는 어찌저찌 14살이 되어 중학생이 되었어

중학교에 들어가서 처음 만난 담임선생님은 내 가정환경 조사서 - 요즘도 이런 거 쓰는 지 모르겠는데 여기에 진짜 별 말 다 적게 되어있었어 - 를 보고 나에게 더 신경을 써 주셨어

도시락도 제대로 못 싸오니까 점심 시간에 외출증을 쥐어주시며 나에게 작은 심부름 같은 걸 시키고 남은 돈으로 김밥이라도 사 먹고 오라고 하셨어

내가 좀 더 커서 가사일에 익숙해져 도시락을 싸오기 시작하니 나중에는 방과후나 점심시간, 쉬는 시간에 몇층에 있는 선생님 책상에 뭐 두기, 혹은 아침에 오면 교실 티비장, PC 열쇠 들고가서 문 열어놓기(티비나 교실 컴퓨터가 다 열쇠로 잠겨있었음) 작은 일을 부탁하고 답례로 저녁밥을 사주거나 집에도 종종 초대하셨어

담임 선생님은 세남매의 어머니셨는데 그 집에서 종종 밥을 먹곤 했어

집에 가봤자 학원도 안 가고 엄마 없다고 소문나서 동네에서 따돌림 당하던 내가 같이 놀 친구가 있던 것도 아니고 갔다가 술마신 아버지라도 마주치면 이런 저런 핑계로 두드려 맞아 온몸에 멍이 들기 일쑤였으니 나는 선생님 집에 가는 게 좋았어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선생님께서 자기 교회의 일이라며 도와줄 수 있겠냐고 짧은 글들 타이핑 작업을 부탁하시더라고

그때는 컴퓨터 도입 초기라 컴맹인 사람들이 많았어 한 반에 집에 컴퓨터 없는 학생들이 70%는 됐던 듯해

아무튼 선생님이 맡긴 글들은 대부분 교회의 일정, 행사 내용들 이런 거였고 가끔 간증이라는 글들이 있었는데, 그땐 간증이 뭔지도 몰랐고 간증이라는 단어 자체를 그때 처음 봤어

아무튼 그런 관계가 2학기 말까지 계속 되었고 연말에는 선생님이 다닌다던 교회에서 파티를 한다고 가자고해서 한번 다녀왔었네

그때쯤 뭔가 잘못 된 걸 알았어 ㅎㅎㅎ 선생님이 날 '그 교회'에 다니게 하려고 했더라고

교회 따라갔다는 말을 듣고 아버지가 난리를 치고 매질을 했고 그 뒤로는 학년이 바뀌고해서 그 선생님의 전도는 실패로 돌아갔어

중학교 2학년이 되고 생일이 지나서 일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마자 방과후에 하루에 6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래서 더는 선생님의 심부름을 할 수 없다고 거절했던 이유도 있고.

'그 교회'가 사이비 였다는 건 아주아주 나중에, 10년 이상 시간이 흐른 뒤에 문득 내가 타이핑했던 교회 이름을 검색 해 보고 알게 되었지


참 신기한게, 내 얼굴에는 가정이 불우하고 애정결핍이라는게 쓰여져 있었나보더라

그 뒤에도 여러 사이비 전도단(?)들이 나에게 붙어서 여러가지 작업을 했거든

결국 사이비에 빠지진 않았지만 사람을 점점 못 믿게 되더라고.

나한테 접근하던 사람들은 사이비가 너무 많았어서 지금도 사람을 잘 못 믿고 어떤게 정상적인? 관계인지 모르겠어. 어디까지가 통상적인 선의이고 어떤게 빈 말이고 의례상 하는 말인지 늘 헷갈리고 의심하게 되네.


그래도 나는 그 선생님이 밥 챙겨주고, 가끔 재워주고, 그 집 아이들이랑 놀고, 나에게 말 걸어주셨던 거 평생 잊지 못할 추억처럼 남았다

만약 내가 그 사이비에 빠져들었다가 호되게 당하고 나왔다면 이렇게 여유롭게 회상은 못했겠지?


오늘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글을 적었네

얼렁뚱땅 결론이지만 다들 사이비 조심해 ㅎㅎㅎ

목록 스크랩 (0)
댓글 1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손해 보기 싫어서 X 더쿠💍] 손해영의 '3일 단기 신랑 알바'를 찾습니다!(☆★남녀 무관★☆) 197 09.01 21,701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2,331,865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5,986,971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3,745,864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16.05.21 25,001,081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1 21.08.23 4,548,843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9 20.09.29 3,506,198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36 20.05.17 4,070,777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76 20.04.30 4,617,70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18번 특정 모 커뮤니티 출처 자극적인 주작(어그로)글 무통보 삭제] 1236 18.08.31 9,223,182
모든 공지 확인하기()
1392243 이슈 예린 YERIN 세번째 미니 앨범 'Wavy' 뮤직비디오 티저 18:03 1
1392242 이슈 추후 공업고등학교가 어디야? 1 18:02 172
1392241 이슈 나이비스 nævis Origin Story ep. 04 Code Black 18:02 22
1392240 이슈 QWER '가짜 아이돌' Official MV 18:02 69
1392239 이슈 루셈블(Loossemble) - 'TTYL' MV 2 18:01 23
1392238 이슈 1박2일 이준 상탈에 스태프들 술렁술렁 1 18:01 187
1392237 이슈 BOYNEXTDOOR (보이넥스트도어) '부모님 관람불가' Official MV 2 18:00 137
1392236 이슈 테디 걸그룹 미야오 MOOVV 단체 트레일러 7 18:00 314
1392235 이슈 DAY6(데이식스) "녹아내려요" M/V 8 18:00 309
1392234 이슈 자컨으로 공포 콘텐츠 찍다가 눈물 한 바가지 흘린 남돌 멤버 17:59 207
1392233 이슈 뿌리가 집게손으로 지랄하던 남자들 고소했나봄 13 17:59 905
1392232 이슈 오늘자 행사가는 지디 17:59 343
1392231 이슈 레진 착취 사건은 업무 관계에 있어 '경제적인 착취'는 인정받았으나 성착취에 대한 부분은 레진의 대형로펌인단 끌어치기 쇼로 법적 증거가 제출되어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고 13 17:55 639
1392230 이슈 군대보다 더 힘들었다는 고등학교 생활 6 17:53 1,313
1392229 이슈 새롭게 앞머리 가발한 듯한 수지 인스타 업뎃 8 17:43 2,251
1392228 이슈 안티페미주장을 분석한건 참 좋은데, 반대로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은 분석 안하나요? 42 17:43 1,469
1392227 이슈 불촬물 본 작가를 비난하는 페미니스트들이 소위 '시체팔이'를 한다고 주장하시는 모 작가님 워딩 대단하십니다.twt 50 17:39 2,376
1392226 이슈 떡볶이 소금빵 카레 소금빵 28 17:39 2,749
1392225 이슈 이효리♥이상순, 60억 평창동 저택 이사 앞두고 제주도 결혼식 추억 4 17:39 2,266
1392224 이슈 딥페이크 일러스트 사과문 게시 후 인스타 계정 비공개로 돌린 1366충남센터 35 17:39 2,2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