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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권을 위한 발명품, 단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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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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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여성시대 흥미돋이야기해주는여시







ㅎㅇ 여시들

이번 이야기는 단두대 탄생과 동서양의 사상적 차이에 관한 짧은 이야기임. 직접적인 시체나 유혈 사진 없으니 편하게 읽어도 됨.








중세 서양은 알다시피 명예와 기사도를 중시함. 그래서 같은 사형이라도 방법에 따라 명예로운 사형, 명예롭지 못한 사형으로 나뉘었음. 이렇게뒤지나 저렇게뒤지나 뭔 차이지 싶지만 쟤네한테는 존나 심각한 문제였다고 하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주면 됨. (현대에도 의외로 이게 중요한 논제라 나치 독일 전범이나 후세인 같은 독재자들이 군인답게 명예롭게 총살 시켜달라고 요구한 경우도 꽤 있음)

일단 화형은 존나 고통스러운 죽음이었음. 교수형도 마찬가지임. 현대의 교수형은 사실 경추를 탈골시켜 순식간에 죽이는 거임. 하지만 저때 그런 기술이 있을 리 없음. 무식하게 목 졸라 죽이는데 재수 없으면 30분 넘게 매달려서 고통 받다가 죽어야 함. 예수를 배신한 유다가 목 매달아 자살했기 때문에 더더욱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함.

따라서 서양에서는 참수형이 그나마 명예로운 죽음이었음.






얘네는 참수 도구도 따짐. 도끼는 고기 도축할 때도 쓰지만 검은 전장에서만 사용함. 따라서 도끼에 의한 참수형보다는 검에 의한 참수형이 명예로움.


근데 인간의 목을 자르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님. 좀 무시무시한 말이지만 참수형을 깔끔하게 하려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함. 프랑스에서 사형 집행인은 대대로 세습되는 귀족이었음.

이렇다보니 사형에도 불평등이 발생함. 평민들은 주로 교수형을 당했고, 참수형은 귀족들의 전유물이었음. 게다가 사형 집행인한테 뇌물을 주지 않으면 일부러 목을 잘못 치거나 뭉툭한 날을 사용해 어마어마한 고통 속에서 죽임.








프랑스의 기요탱은 이런 불평등을 타파하고 싶었음. 이 사람은 원래 예수회 신자라 사형 반대론자였지만 당시 사형은 민중의 큰 오락 중 하나였음. 기요탱 박사는 사형을 폐지할 수없다면 적어도 모두가 평등하고 죽음을 맞길 원했고, 사형수들이 최대한 덜 고통스럽게 죽을 수 있는 단두대를 도입하게 됨.

사형이 오락이라고.....? 할 수 있음






고대 로마 콜로세움에서는 검투사들이 지들끼리 죽이고, 때로는 맹수들과 대결함. 이건 로마 정치인들이 시민들을 통제하는 방법 중 하나였음. 로마 시민들은 콜로세움에 방문해 공짜 점심과 포도주를 먹으며 노예나 (당시에 박해 받던) 기독교인 등의 사형수들이 잔인하게 죽어가는 걸 보면서 즐거워했고, 로마 정치인들은 그렇게 시민들의 불만을 잠재움.


우리 입장에서 보면 참 잔인한 일이지만 중세 유럽은 황폐한 시기였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로판 속 화려한 파티와 오페라는 극소수 귀족들의 전유물이었고, 대부분의 평민들은 매일 노동했음. 그들에게 사형은 동네 사람들이 모여 구경하는 (거의 유일한) 오락거리였음. 현대로 치면 무료 영화나 스포츠 경기 같은 거임.



이런 사유로 사람들은 단두대 도입을 격렬하게 반대함. 귀족들 입장에서는 내가 평민들과 똑같이 죽는다는게 불명예로 느껴졌고, 평민들 입장에서는 오락거리가 사라지기 때문. 실제로 한 절도범이 처음으로 단두대에서 처형 당했을 때 구경하던 평민들은 너무 일찍 고통 없이 끝났다고 야유를 보냄.

하지만 프랑스 혁명이 발발하며 모가지 잘릴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단두대는 정착했고, 근대에 폐지되기까지 활발하게 사용됨. 기요탱 박사가 단두대에서 죽었다는건 근거 없는 낭설이고 천수 누리다 죽음.

다만 단두대 도입 초기, 과학이나 발명에 관심이 많았던 루이 16세가 단두대를 보고 칼날이 반달 모양이면 목뼈에 걸려 목이 잘 잘리지도 않고 사형수가 고통스러울 거라며 칼날의 형태를 개선했는데, 알다시피 루이 16세는 단두대에서 죽음. 아마 루이 16세 스토리가 와전돼서 기요탱 박사가 단두대에서 죽은 거로 알려진 게 아닌가 싶음.





여담으로 나치 독일은 하얀 장미처럼 나치에 반대하는 독일인들을 단두대에 올렸는데, 공포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칼날을 보며 눕게 함. 칼날이 자기를 향해 떨어지는 걸 보게 하려고. 여러모로 잔인한 놈들임.




마지막으로 동양은 서양과 반대임. 중국&한국의 경우 유교의 영향을 받아 신체발부수지모 사상이 유행함. 부모님이 물려주신 몸을 훼손하는 건 불효라는 거임. 따라서 사약이나 교수형이 명예로운 죽음이었고, 참수형은 극악의 죽음이었음.

중국 사형 중 능지형은 죄수의 몸을 회를 떠 죽이는 건데 사실 칼질 몇 번 하고 나면 죄수는 죽음. 고통을 주기 위한 방법도 맞지만 신체를 극도로 훼손해 최악의 불명예를 안겨주는 게 더 큰 목적임.




몽골에서는 샤머니즘의 영향으로 사람의 피에는 영혼이 있기 때문에 땅에 피를 흘리지 않고 온전히 죽으면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믿음. 징기스칸이 평생의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자무카를 사로잡았을 때 일화에도 이런 사상이 보임.

자무카의 재능을 안타까워한 징기스칸은 자기랑 같이 제국을 세우지고 회유하려 했지만 자무카는 정치적으로는 반대 입장이었지만 인간적으로는 평생의 친구이자 의형제였던 징기즈칸을 사랑했고, 이제 막 몽골의 지배자가 된 친구한테 짐이 되고 싶지 않았음. 그래서 자무카는 이 제안을 거절하고


"천하가 이제 자네를 위해 준비되어 있는데 내가 무슨 도움이 되겠나? 오히려 자네 옷깃의 이, 자네 옷깃 아래의 가시가 될 것이네. 자네가 허락해 나를 빨리 떠나게 하면 마음이 편해지겠지. 나를 죽일 때 피가 나오지 않게 죽이면 내 유골이라도 높은 곳에서 영원히 자네의 후손의 후손에 이르기까지 가호해 주고 축복할 것이네."

라고 유언을 남겼고, 징기스칸은 자무카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자무카를 자루에 넣고 목을 졸라 피를 흘리지 않고 죽여줬다고 함.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한 나라는 공식적으로 참수형이 폐지됐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단두대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단두대는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짐.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사형 집행인이 하는데 알라의 이름으로 하는 거라 자부심을 가지고 일한다고 함. 공무원인데 급여가 엄청 쎄고 복지도 정말 좋음. 인도주의적(?) 사형이라 사형수가 원한다면 헤로인 성분의 진통제에 취하게 해 고통 없이 보내줌)





음...어케 끝내지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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