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정보 SMP의 ‘현재'가 궁금하다면, 고개 들어 에스파를 보라
8,957 5
2024.07.18 03:35
8,957 5

에스파는 SMP를 계승한 걸 그룹이다. 무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여전한 위력을 발휘하는 SMP의 매력은 도대체 무엇일까.

 

 

6월의 마지막 날,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그룹 에스파의 공연을 보고 왔다. 두 번째 월드 투어 ‘2024 에스파 라이브 투어-싱크:패럴렐 라인(SYNK:PARALLEL LINE)’의 시작을 알리는 공연이었다. 지난해 발표한 네 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 ‘드라마(Drama)’와 데뷔곡 ‘블랙 맘바(Black Mamba)’로 시작해 지금의 에스파를 있게 한 대표곡 ‘넥스트 레벨(Next Level)’과 신곡 ‘아마겟돈(Armageddon)’으로 마무리되었다. 멤버들의 개성을 살린 개인 무대도, 여름 계절감을 살린 앙코르도 있었지만, 전반적인 공연 분위기를 이끈 건 당연하게도 앞서 언급된 곡들이었다. 공연은 두 시간을 꽉 채운 SMP의 ‘현재’였다.

SMP의 지금을 증명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에스파의 정규 1집 〈아마겟돈(Armageddon-The 1st Album)〉의 타이틀곡 ‘슈퍼노바(Supernova)’는 멜론과 지니의 6월 월간 음원 차트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또 다른 타이틀곡 ‘아마겟돈’도 10위권 내에 여전히 굳게 자리하고 있다. 피지컬 음반과 관련된 희소식도 많았다. 에스파 이름으로 낸 4개 앨범 연속 초동 밀리언 셀러라는 기록도 기록이지만, 앨범의 콘셉트를 이미지화한 CDP 버전 앨범이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3차 판매까지 열었는데도 최종 구매에 실패했다는 이들의 슬픈 후기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인기에 대한 분석은 여러 갈래다. 몇 년째 이어진 케이팝 ‘이지 리스닝’의 유행으로 비슷비슷한 ‘팝’이 양산되는 가운데 누구도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쇠 맛’을 뚝심 있게 밀어붙인 덕분이라는 말도, 지난해 발표한 ‘스파이시(Spicy)’부터 본격적으로 도드라지기 시작한 멤버들의 매력이 흥행을 이끌고 있다는 추측도 일리가 있다. 에스파를 검색할 때마다 마주치는 ‘밟히지 않는 음원 강자’라는 수식어에 함축된, 뜻밖에 얻은 화제성도 분명 긍정적인 영향이었을 테다. 원조 SMP를 계승한 거의 최초의 걸 그룹이라는 이들의 상징성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무려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여전한 위력을 발휘하는 SMP의 매력은 도대체 뭘까.

그렇게 다시 돌고 돌아, SMP다. 케이팝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SMP를 모를 수가 없다. 이제는 케이팝의 필수 요소이자 기초 상식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누군가 ‘혹시 SMP가 음악 장르인가요?’ 묻는다면 대답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장르…는 아닌데요. 그러나 만약 ‘다른 음악과 구별할 수 있는 형식과 전통’을 새로운 장르의 기본 조건이라고 한다면, SMP는 충분히 장르라 부를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을 지닌다. ‘SM 뮤직 퍼포먼스(SM Music Performance)’의 약어로 ‘퍼포먼스가 강조된 SM엔터테인먼트 음악’ 또는 ‘SM엔터테인먼트 음악과 퍼포먼스’ 정도로 느슨하게 풀이할 수 있는 이 스타일은 케이팝을 처음 보는 사람이 봐도 단번에 특징을 잡아낼 정도로 개성이 강하다. 하긴 개성만 강한 게 아니다. SMP는 그냥, 강하다.

 

케이팝의 계륵 취급 받던 SMP


SMP의 원조는 SM엔터테인먼트의 첫 남성 그룹이자 케이팝의 시조새라 불리는 그룹 H.O.T.다. 이들의 데뷔곡 ‘전사의 후예(폭력시대)’는 지금도 SMP의 특징이라고 언급되는 큰 틀을 기본으로 한다.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처럼 어두운 분위기와 상대를 향해 내뿜는 거친 분노가 깔려 있다. 그러므로 노래나 랩을 하는 사람은 무척 화가 나 있고, 이들의 감정이 극단으로 치닫는 구간에서는 웬만한 헤비메탈 저리 가라 할 만큼 강렬한 기타 리프가 작렬하는 경우가 많다. 세월이 지나며 덥스텝, 딥하우스, 어반R&B 같은 트렌디한 장르가 토핑처럼 얹히기도, 스타일에 따라 기타 솔로 대신 웅장한 오케스트라로 대체되거나 가끔은 둘 다 등장하기도 했지만, 앞서 언급한 SMP의 기본 틀은 절대 변하지 않았다. 곡의 하이라이트에서 ‘믿고 있었다고!’라는 감탄을 자아내는 메인 보컬의 성대 차력 쇼도 놓칠 수 없는 관전 포인트였다.

 

이렇게 뚜렷한 특징에도 어쨌든 ‘SM’이라는 기획사 이름이 들어 있는 점이 이 장르의 걸림돌이었다. 사실 케이팝에는 SM을 벗어난 SMP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오랜만에 가요계 복귀를 선언한 보이 그룹 B.A.P.는 한때 SM 그룹보다 SMP를 더 잘하는 팀으로 명성이 높았다. 유영진이나 켄지처럼 직접 곡을 쓰지는 않아도 이름의 이니셜을 딴 회사명부터 SMP의 아버지일 수밖에 없는 이수만이 자사 소속이 아닌 가수를 프로듀싱한 첫 사례로 주목받은 이달의 소녀의 ‘소 왓(So What)’과 ‘와이 낫?(Why Not?)’ 역시 SMP의 형식과 정신을 충실히 이은 곡이었다.

그래서 SMP가 케이팝의 기나긴 여정 동안 언제나 환영받았느냐 하면 그건 아니라고 대답하겠다. 음악은 물론 퍼포먼스와 비주얼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유행이 밀려들었다 밀려 나가는 케이팝 시장에서 SMP는 사실상 때마다 소환되는 동네북에 가까웠다. ‘쿨’과 ‘인싸’가 대세가 된 시대에서 세상의 부조리를 향해 뜨거운 외침을 내뱉고 기교보다 음색이 중요해진 분위기에서 고음 차력을 위해 힘을 비축하는 메인 보컬이라니. 좋게 봐야 전통, 나쁘게 보자면 구식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계륵 취급을 받던 SMP가 어느새 케이팝의 새로운 대안이 된 작금의 현실이 흥미로울 따름이다. 나만의 것을 믿고 자꾸자꾸 나아가다 보면 결국 그 진가를 알아보는 시대와 세대를 기필코 만나게 된다는, 창작자들 사이 전설처럼 떠도는 마법의 주문이자 정신 승리가 실현된 것처럼 그렇게, 다시 SMP의 시대가 찾아왔다. '끝과 시작의 아마겟돈’에서 ‘원초를 찾는’ 이들이 지금 이렇게나 많다니. 끊이지 않는 정반합(正反合)의 소용돌이 속 케이팝이 또 하나의 사이클을 만났다. 이 역시 SMP가 2006년 동방신기의 ‘O-正.反.合.(정반합)’으로 이미 주창했던 바라는 걸 생각하면, 우리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 SMP 안에서 ‘사랑도 묶인 채 미래도 묶인 채(샤이니 ‘루시퍼’)’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https://m.entertain.naver.com/article/308/0000035188

목록 스크랩 (0)
댓글 5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이글립스🧡]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 베이지 감성으로 새롭게 돌아온 이글립스의 <마이 베이지 로그> 컬렉션 체험 이벤트 366 08.28 17,738
공지 외부 링크 아이콘 표시 기능 업데이트 08.28 17,334
공지 더쿠 이미지 서버 gif -> 동영상 변환 기능 적용(GIF 원본 다운로드 기능 개선) 07.05 1,072,315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2,242,213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5,906,659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7,330,391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3,617,005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16.05.21 24,853,733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0 21.08.23 4,508,659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9 20.09.29 3,447,207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36 20.05.17 4,041,467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76 20.04.30 4,586,179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18번 특정 모 커뮤니티 출처 자극적인 주작(어그로)글 무통보 삭제] 1236 18.08.31 9,187,110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90536 기사/뉴스 부산에 상륙한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신세계百 센텀시티점에 꾸레쥬 단독 매장 오픈 10:58 146
2490535 이슈 이것이 교토의 한국인 대접하는 방법이다.twt 1 10:58 315
2490534 기사/뉴스 이미 성범죄 입건됐는데..NCT 태일, 8월 팬미팅서 "오래 함께했으면"[스타이슈] 31 10:52 2,263
2490533 유머 일꾼 뜻을 잘못 이해 했다는 사실을 알고 귀가 불타오르는 라이즈 앤톤 13 10:48 1,564
2490532 이슈 그 도서관에 신간이 없는 이유…‘직장 내 괴롭힘’ 때문? 12 10:44 1,646
2490531 기사/뉴스 문상민, 엔믹스 설윤 아기 사진에 “엄청 예쁘게 생겼다” 감탄(코드) 3 10:43 1,938
2490530 이슈 해외 Z세대 근황...jpg 30 10:42 4,156
2490529 정보 20분뒤 박터질거 같은 컬리 런던 베이글 뮤지엄 오픈런 + 구성 가격 정보.jpg 50 10:37 5,107
2490528 유머 과한 레즈비언은 커피 take-out 대신 이것을 한다 7 10:37 1,889
2490527 정보 감동적인 일본 맥도날드 50주년 광고ㅠㅜ 14 10:37 2,156
2490526 이슈 [MLB] 방금전 나온 8-6-2-3-2-5-4 병살 (수정) 68 10:34 1,700
2490525 이슈 싸이코패스 무물 봤는데.twt 9 10:34 1,523
2490524 유머 어쨌든 같이 침대에 있었던 기억은 납니다 6 10:31 2,845
2490523 이슈 요즘 매미는 크구나 지구온난화 때문인가 4 10:31 2,240
2490522 이슈 웨이브 '여왕벌 게임' 예고편 5 10:30 1,415
2490521 이슈 루머) 밍치궈 : 아이폰17프로맥스에만 램 12GB 탑재할 것 9 10:30 1,097
2490520 기사/뉴스 [단독] 박지훈, 웹툰 원작 드라마 '위아더좀비' 주인공 233 10:28 12,407
2490519 기사/뉴스 위너 이승훈, 18초 마운드 댄스 시구…민폐논란 끝 KBO 민원제기 623 10:25 24,228
2490518 유머 르세라핌의 자체 촬영 챌린지가 세상에 나오지 못한 이유 (아이돌 인간극장) 27 10:22 3,315
2490517 기사/뉴스 오뚜기, 밥에 비벼먹는 ‘파우치 참치’ 3종 출시 36 10:21 4,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