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내과 전공의들 ‘무응답’ 대응 유지
전공의들, 사직 처리 "예상된 수순"이지만 '배신감'
사직서를 수리하는 수련병원들이 늘자 전공의들은 '배신감'을 표했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제출한 사직서가 아닌,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겠다는 투쟁 방식인데 병원이 나서서 정부 편을 들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공의들은 병원과 교수들로부터 "버림 받았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내과 전공의들은 지난 15일 ‘내과 교수님들께 보내는 편지’라는 이메일을 보내 “현재 진행되는 6월 이후 사직 처리와 가을 턴(2024년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 공고는 전공의들을 분열시켜 임시방편으로 의료붕괴를 막고 과거 낡고 병든 의료체계로 회귀하려는 수습용 계책일 뿐”이라며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6월 4일 이후 사직서 수리 방침은 “전공의들을 향한 협박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전공의들은 “2월부터 6월까지 결근 동안 발생한 손해에 대해 전공의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많은 이들이 말하는 상황 속에서 2월 사직서를 6월로 처리하는 것은 법적 책임을 지기 싫다면 돌아오라는 1차 협박”이라고 했다.
또 “가을턴을 모집한다는 것은 기존 전공의들에게 본인자리를 뺏기기 싫다면 복귀하라는 2차 협박이나 다름없다”면서 “지금 돌아가면 4개월 간 공백을 수련으로 인정해주고 졸국년차는 내년 전문의를 차질 없이 딸 수 있도록 파격적인 혜택을 주겠다고 하지만 그런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라고도 했다.
전공의들은 “소신 있는 의사가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정치적 기구를, 지속가능성 있는 의료 시스템을 원한다”며 “각자도생과 개인주의적 신념이 팽배해지는 와중에도 내과에 지원해준 예비 1년차들이 내과에 잘 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병원에 남은 교수들을 “비판하지 않는다”고 했다.
전공의들은 “교수님들이 떠나면 환자들은 정말로 희망을 잃기에, 또 정부의 횡포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환자들이기에 자리를 괴롭게 지키고 있음을 저희는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사태 해결은커녕 상황을 악화시키는 방안만 내놓는 현실에 답답해하고 있다는 것도 제자들은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의사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수련병원과 교수들이 전공의를 버렸다는 비난글이 쏟아지고 있다. '무응답 전공의'에 대한 일괄 사직 처리는 “예상된 수순”이라면서도 결국 정부가 바라는대로 따르고 있다는 비판이다.
해당 사이트 게시판에는 ‘정부 압박으로 어쩔 수 없이 (전공의 TO를 신청했다는) 말은 하지 말길’, ‘지금 하는 걸 볼 땐 (전공의) TO 많이 가져가려고 서로 눈치보고 싸울 듯’, ‘사직 통보 받은 전공의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 분노만 치밀어 오르고 잠이 오질 않는다’, ‘전공의에 불이익 생기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교수들은 어디 있나’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교수들도 무응답 전공의를 일괄 사직 처리한다는 병원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오는 9월 하반기 모집을 신청하지 않겠다는 곳도 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강희경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6일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에게 서신을 보내 “미래 의료의 주역을 길러내는 교육자로 남을 것인가 젊은이의 저임금 노동의 착취자로 기록될 것인가 결정하는 날일 것”이라며 끝까지 전공의들을 기다려야 한다고 만류했다.
강 위원장은 무응답 전공의 사직서를 수리하면 “다시 한 번 절망에 빠진다”며 정부 정책을 바로 잡기 위해 병원을 나간 전공의들은 기다려줘야 한다며 김 원장을 향해 “현명한 선택”을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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