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문학이 사라진 시대를 투영한 드라마 ‘졸업’
4,550 4
2024.07.17 11:56
4,550 4
eRxvBt

대체 뭘 말하려는 걸까, 헷갈렸다. 제작진은 멜로드라마라는데 대치동 사교육 현장이 너무 강렬했다. 과한 교육열을 비판하는 사회 고발 드라마라기에는 서혜진·이준호 학원 강사들이 너무 키팅 선생(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아닌가. 학교교육은 고리타분하고 학원은 흔히 생각하는 그런 곳이 아니라고, 시대가 바뀌었다고 말하려는 것인가. 티브이엔(tvN) 드라마 ‘졸업’ 얘기다.

9회에서 답을 찾았다. 이 드라마는 국어를 가르치는 학교 교사와 학원 강사를 통해 문학이 사라진 시대를 환기한다. 서혜진(정려원)·이준호(위하준)·남청미(소주연) 강사와 중국 고대사 전공 대학원생 최승규(신주협)가 모여 이런 토론을 한다. “학교나 학원에서도 상상이나 공감이 필요한 문학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시험장 안에서도 상상과 공감은 가능하다”, “모든 사람들이 학문을 다 대치동처럼 대하면 세상 망한다. 공부 그 자체로서의 공부가 인류를 이만큼 성장시켰다”며 응원과 찬사, 존경의 메시지도 건넨다.

문학의 본질에 접근하는 드라마라니. ‘상상과 공감’을 통해 ‘문학’이라는 열쇳말을 읽어내니 8회까지 애매했던 이유가 이해됐다. 작가의 생애 따위 시험과 무관하다며 생략했던 서혜진이 박완서 작가의 일생을 이해시켜주는 의외의 시간을 가진 것만 봐도 지문 너머의 세계가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다. 적중률 높이려고 애써 외면했던 것일 뿐. 학교 교사 표상섭(김송일)이 기말시험에서 교과서 내 출제를 고집한 것도 “교과서 한권을 이해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말해주고 싶었던 거다. 그러나 누구도 이유를 묻지 않았고 모두 그의 방식을 고리타분하게 여겼다. 문학이 사라진 사회에 대해서는 학교나 학원이나 책임이 같다.


한국 드라마의 현실로도 읽혔다. ‘졸업’의 안판석 감독은 드라마 만드는 일의 가장 큰 학문적 배경은 문학이고, 문학을 파고든다는 건 모든 직업의 기초 훈련처럼 사고력을 단련시키는 연습이라고 말해왔다. 텍스트를 읽으며 이해하고 상상하며 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졸업’ 속 학교와 학원처럼 드라마 세계에서도 그런 교육과 훈련은 점점 불필요한 것이 되고 있다. 긴 호흡의 대서사극은 사라진 지 오래고, 소셜미디어(SNS)에서 ‘짤’(짧은 사진과 영상)로 유행할 법한 장면이 나열되고 있다. 서사와 맥락은 사라져 사고하게 만드는 작품도 찾아보기 어렵다. ‘하이라키’(넷플릭스)처럼 10대 주인공 학원 드라마는 수저계급론을 투영했다는 핑계로 자극적인 상황만 늘어놓고, 절망하는 세대에게 대안으로 권하는 게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하라(티빙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는 거다.

‘졸업’은 어쩌면, 문학이 사라진 드라마 세계에서 서혜진의 특강 같은 존재가 아닐까. ‘졸업’에서 이시우는 지문 너머의 세계를 강조하는 서혜진의 특강을 통해 비로소 문학을 이해하게 된다. 드라마 창작자들은 이시우가 될 수 있을까.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693846?sid=103

목록 스크랩 (0)
댓글 4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웨이브X더쿠] 다시 쓰는 <내 이름은 김삼순> 팬 시사회 스페셜 초대 이벤트 149 08.25 31,998
공지 더쿠 이미지 서버 gif -> 동영상 변환 기능 적용(GIF 원본 다운로드 기능 개선) 07.05 1,039,173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2,199,442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5,861,009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7,247,20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3,552,468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16.05.21 24,791,503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0 21.08.23 4,490,037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8 20.09.29 3,424,258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32 20.05.17 4,024,326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76 20.04.30 4,563,746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18번 특정 모 커뮤니티 출처 자극적인 주작(어그로)글 무통보 삭제] 1236 18.08.31 9,163,350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88693 이슈 [시골에간도시Z] 모두 주목! Gen-Z세대 아이콘들의 버라이어티 시골 생활⭐ | ENA | 9/8 [일] 저녁 8시 30분 첫 방송 09:11 57
2488692 이슈 [영화평론가 이동진] Q 책 VS 영화 중에 교양을 쌓기에 더 좋은 것은 무엇일까요? 1 09:10 157
2488691 이슈 인종차별이다 vs 그냥 멍청해서 물어본거다 3 09:10 365
2488690 이슈 [MLB] 오늘은 호수비 말아주는 애런 저지 1 09:10 19
2488689 이슈 일본 보그 10월호 커버 - 블랙핑크 리사 4 09:05 780
2488688 이슈 손해보기 싫어서 2화 선공개 1 09:05 242
2488687 기사/뉴스 "아직, 내 시대는 멀었다"…고민시, 고민의 시간들 09:04 230
2488686 이슈 <강매강> 메인 포스터 & 메인 예고편 공개 13 09:04 524
2488685 기사/뉴스 '큰손' CJ ENM "촬영 준비하는 영화 없어"...한국 상업영화 씨 마른다 27 09:02 1,105
2488684 정보 토스 17 09:02 756
2488683 이슈 "내가 이라크사람이라는걸 말했을때 미국인들 반응..." 2 09:02 1,039
2488682 정보 📢 오늘 10시부터 숙박세일함 9 09:00 1,724
2488681 이슈 100인의 셰프 최초 공개 |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 넷플릭스 6 09:00 789
2488680 이슈 27년 전 오늘 발매♬ SHAZNA 'Melty Love' 09:00 599
2488679 기사/뉴스 미 뉴욕시 버스 승객 절반이 무임승차, 전 세계 최고 3 08:58 1,000
2488678 기사/뉴스 [공식] 유재석→카리나·조나단 '싱크로유', 최종 MC 확정…도파민 책임질까 6 08:57 1,206
2488677 이슈 빌보드 테러중인 방탄소년단 팬덤 31 08:56 2,364
2488676 이슈 정년이로 돌아온 김태리 첫 스틸 공개 21 08:51 2,360
2488675 기사/뉴스 티웨이항공, 항공기 도입 지연...내년 3월말까지 무급휴직 접수 9 08:50 1,594
2488674 기사/뉴스 BTS 슈가-김호중, 음주운전 모자이크 굴욕 없었다('회장님네') 23 08:46 2,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