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페기 구(Peggy Gou) "I Hear You" 이즘(izm) 평
12,006 11
2024.07.17 02:40
12,006 11
VVoFJu



  • by 손민현
  • 이질적인 재료들이 특정한 질서를 갖출 때의 쾌감. '(It goes like) nanana'의 돌풍을 타고 고국에도 발을 뻗은 전자음악가 페기 구의 첫 정규음반이 품은 미학이다. 언더그라운드 디제이부터 라디오헤드의 판권까지 소유한 영국 레이블 엑스엘 레코딩스(XL Recordings) 딱지, 장르의 원천인 하우스에 기반하여 20세기 댄스 음악을 미니멀하게 꾸며낸 기조, 게다가 이 위를 무심하게 가로지르는 한국어까지. 페기 구를 둘러싼 다채로운 요소들은 그가 주최한 이 차분한 파티에서 모두 친밀하게 섞인다.

    유려한 히트 싱글을 다시 만끽하기도 전에 팝과 전자음악의 수려한 화합이 두드러진다. 얌전한 속도와 분위기가 돋보이는 무대로 몇 아티스트를 초대하고 각자의 음악을 편안히 유도해 진입의 벽을 낮췄다. 펑크(Funk) 장인 레니 크라비츠와 협업한 'I believe in love again'은 시간과 장르의 경계를 동시에 허물고, 힙합 넘버 'All that'에서는 라틴 권역 래퍼와 친교하며 문화 국경도 철폐한다. 확실히 이곳은 누구나 입장 가능한, 무경계를 지향하는 댄스 스테이지다.

    유연하게 연성된 한국어도 난입할 수 있는 적합한 환경이다. 각진 발음을 지닌 모국어 중에서도 가장 부드러운 단어가 자연스럽게 삽입되었다. 'Back to one'과 'Lobster telephone'에 나열된 문자들의 뜻은 아리송하나 몽환적인 보컬을 거치자 그저 소리의 조각으로는 부드럽게 허용된다. 페기 구가 지닌 개성과 뚝심을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외국인에게 느껴질 한국어의 이물감을 최소화한 것이다. 과거 히트곡과 다르게 언어를 전환했음에도 그 기세를 이어갈 수 있는 이유다.

    이쯤에서 동양의 곡선과 서양의 직선이 융합된 작품을 상상했다면 'Seoulsi Peggygou (서울시페기구)'가 가장 적합하다. 빠르고 곧은 드럼 앤 베이스가 골자를 형성하고 가창 대신 가야금을 필두로 둥글게 마감한 동양풍 사운드가 훌륭한 조화를 이룬 덕분이다. 육성을 제하니 가까워지는 본질이다. 애초에 이 무의식 속 무거운 의미를 담은 노랫말은 희박하지만 문자를 생략한 후반부 '1+1=11' 등의 트랙에서는 페기 구가 그리는 차분하고도 냉랭한 질감이 더 선명하게 나타난다.

    언어나 장르, 배경과 상관없이 끌어당기는 불가항력이다. 랍스터와 수화기가 합체된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에 담긴 기상천외한 함의를 이해하지 않아도 직관적인 감상이 단번에 다가오는 것처럼 말이다. < I Hear You > 역시 그 안에 담긴 뜻을 애써 분석하지 않고도 무심코 귀에 걸리고 욕망이 샘솟으며 듣다보면 기묘한 합일에 수긍하게 된다. 상충하는 동서양의 미학이 고풍스럽게 만난 일렉트로니카 시조(時調) 한 장이다.

    -수록곡-
    1. Your art
    2. Back to one ✅
    3. I believe in love again ✅
    4. All that (feat. Villano Antillano)
    5. (It goes like) nanana (edit)
    6. Lobster telephone ✅
    7. Seoulsi Peggygou (서울시페기구) ✅
    8. I go
    9. Purple horizon
    10. 1+1=11




    https://youtu.be/imYYKJasqvQ?si=sQhOZOlHvsl7KgfK

    https://youtu.be/1t-CfqToO7o?si=MxY0EOO7i9Wz6YGb

    https://youtu.be/bLsDLxISc5w?si=A3yhU3oRjxLut3-H

    https://youtu.be/qhY5XODqOsk?si=9Fae8Z2qmqGBqN_G

목록 스크랩 (0)
댓글 1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웨이브X더쿠] 다시 쓰는 <내 이름은 김삼순> 팬 시사회 스페셜 초대 이벤트 139 08.25 26,666
공지 더쿠 이미지 서버 gif -> 동영상 변환 기능 적용(GIF 원본 다운로드 기능 개선) 07.05 1,028,452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2,188,737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5,840,147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7,220,556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3,527,246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16.05.21 24,762,477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0 21.08.23 4,486,008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8 20.09.29 3,416,61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32 20.05.17 4,022,562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76 20.04.30 4,558,627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18번 특정 모 커뮤니티 출처 자극적인 주작(어그로)글 무통보 삭제] 1236 18.08.31 9,158,241
모든 공지 확인하기()
1388403 이슈 태극기에 나치문양 합성한 일본혐한시위대 4 20:25 417
1388402 이슈 내일모레 라디오스타 녹화 한다는 파리 올림픽 선수들 명단 ㄷㄷㄷ 2 20:24 848
1388401 이슈 소속사가 스타일링으로 외모 죽이고 있다는 아이돌...jpg 2 20:23 1,341
1388400 이슈 연락 끊은 큰딸 때문에 사연보낸 아빠.jpg 34 20:22 2,362
1388399 이슈 집들이 선물이 고민이라면? 20:19 270
1388398 이슈 영화 오마주 했다는 이번 제베원 GOOD SO BAD 뮤비 3 20:16 403
1388397 이슈 문화재도 사고팔고 할 수 있다는 목포시.jpg 28 20:14 3,068
1388396 이슈 텔레그램 딥페이크 능욕사태) 사실 여자애들 사진을 내리게 할게 아니라...jpg 46 20:13 3,513
1388395 이슈 황태자미가 느껴지는 변우석 유시몰 광고.gif 19 20:09 1,229
1388394 이슈 1년전 NCT단체콘에서 첫공개된 해찬 레전드 무대 파도 9 20:09 327
1388393 이슈 드라마 보면서 제일 짜증나는 상황은? 27 20:07 896
1388392 이슈 2017년에 일본 관심 많았으면 모를 수가 없다는 코미디언.jpg 15 20:07 1,515
1388391 이슈 오상욱 에스콰이어 코리아 9월호 커버 모델 X 타미힐피거 (후방주의) 6 20:06 1,222
1388390 이슈 몽골 빨랫비누 아이스크림 개맛있다… 23 20:06 3,436
1388389 이슈 오퀴즈 20시 정답 11 20:06 353
1388388 이슈 MEOVV DEBUT PRE-LISTENING POP-UP 사전 예약 안내 20:01 432
1388387 이슈 신규 예능 제보받는 스브스.X 1 19:59 1,183
1388386 이슈 90년대 반항미의 상징이었던 리암 갤러거.jpg 5 19:57 1,259
1388385 이슈 "K-팝 시상식만 무려 20개"...난립으로 사라진 권위 20 19:56 1,125
1388384 이슈 더보이즈 현재 인스타그램 업데이트 6 19:56 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