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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페기 구(Peggy Gou) "I Hear You" 이즘(izm)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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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7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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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y 손민현
  • 이질적인 재료들이 특정한 질서를 갖출 때의 쾌감. '(It goes like) nanana'의 돌풍을 타고 고국에도 발을 뻗은 전자음악가 페기 구의 첫 정규음반이 품은 미학이다. 언더그라운드 디제이부터 라디오헤드의 판권까지 소유한 영국 레이블 엑스엘 레코딩스(XL Recordings) 딱지, 장르의 원천인 하우스에 기반하여 20세기 댄스 음악을 미니멀하게 꾸며낸 기조, 게다가 이 위를 무심하게 가로지르는 한국어까지. 페기 구를 둘러싼 다채로운 요소들은 그가 주최한 이 차분한 파티에서 모두 친밀하게 섞인다.

    유려한 히트 싱글을 다시 만끽하기도 전에 팝과 전자음악의 수려한 화합이 두드러진다. 얌전한 속도와 분위기가 돋보이는 무대로 몇 아티스트를 초대하고 각자의 음악을 편안히 유도해 진입의 벽을 낮췄다. 펑크(Funk) 장인 레니 크라비츠와 협업한 'I believe in love again'은 시간과 장르의 경계를 동시에 허물고, 힙합 넘버 'All that'에서는 라틴 권역 래퍼와 친교하며 문화 국경도 철폐한다. 확실히 이곳은 누구나 입장 가능한, 무경계를 지향하는 댄스 스테이지다.

    유연하게 연성된 한국어도 난입할 수 있는 적합한 환경이다. 각진 발음을 지닌 모국어 중에서도 가장 부드러운 단어가 자연스럽게 삽입되었다. 'Back to one'과 'Lobster telephone'에 나열된 문자들의 뜻은 아리송하나 몽환적인 보컬을 거치자 그저 소리의 조각으로는 부드럽게 허용된다. 페기 구가 지닌 개성과 뚝심을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외국인에게 느껴질 한국어의 이물감을 최소화한 것이다. 과거 히트곡과 다르게 언어를 전환했음에도 그 기세를 이어갈 수 있는 이유다.

    이쯤에서 동양의 곡선과 서양의 직선이 융합된 작품을 상상했다면 'Seoulsi Peggygou (서울시페기구)'가 가장 적합하다. 빠르고 곧은 드럼 앤 베이스가 골자를 형성하고 가창 대신 가야금을 필두로 둥글게 마감한 동양풍 사운드가 훌륭한 조화를 이룬 덕분이다. 육성을 제하니 가까워지는 본질이다. 애초에 이 무의식 속 무거운 의미를 담은 노랫말은 희박하지만 문자를 생략한 후반부 '1+1=11' 등의 트랙에서는 페기 구가 그리는 차분하고도 냉랭한 질감이 더 선명하게 나타난다.

    언어나 장르, 배경과 상관없이 끌어당기는 불가항력이다. 랍스터와 수화기가 합체된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에 담긴 기상천외한 함의를 이해하지 않아도 직관적인 감상이 단번에 다가오는 것처럼 말이다. < I Hear You > 역시 그 안에 담긴 뜻을 애써 분석하지 않고도 무심코 귀에 걸리고 욕망이 샘솟으며 듣다보면 기묘한 합일에 수긍하게 된다. 상충하는 동서양의 미학이 고풍스럽게 만난 일렉트로니카 시조(時調) 한 장이다.

    -수록곡-
    1. Your art
    2. Back to one ✅
    3. I believe in love again ✅
    4. All that (feat. Villano Antillano)
    5. (It goes like) nanana (edit)
    6. Lobster telephone ✅
    7. Seoulsi Peggygou (서울시페기구) ✅
    8. I go
    9. Purple horizon
    10. 1+1=11




    https://youtu.be/imYYKJasqvQ?si=sQhOZOlHvsl7KgfK

    https://youtu.be/1t-CfqToO7o?si=MxY0EOO7i9Wz6YGb

    https://youtu.be/bLsDLxISc5w?si=A3yhU3oRjxLut3-H

    https://youtu.be/qhY5XODqOsk?si=9Fae8Z2qmqGBqN_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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