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낮과 밤이 다른 그녀', 젊음과 늙음은 상벌이 아니다
11,272 21
2024.07.15 23:51
11,272 21

[비즈한국] 자고 일어났더니 20대 후반에서 50대 중반으로 급 늙어버렸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그런데 잠깐, 만약 반대로 하루아침에 50대에서 20대로 뒤바뀐다면? 그래도 엄청나게 끔찍한 일로 느껴질까? JTBC 토일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는 해가 뜨는 낮이면 50대가 되고, 해가 지고 밤이 되면 원래의 20대로 돌아오게 된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과연 낮과 밤마다 달라지는 신체는 저주인가 혹은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기회인가. 

 

‘낮과 밤이 다른 그녀’는 8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취준생 이미진(정은지)이 하루아침에 폭삭 나이 먹은 50대 아줌마로 변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갑자기 낮이면 50대로 변하는 ‘노년 타임 저주(?)’에 걸리지만, 그는 굴하지 않는다. 행방이 묘연한 이모의 신분을 빌려 낮이면 서한지청 공공근로 시니어 인턴으로 일하는 임순(이정은)으로 활약하게 되는 것. 20대 이미진과 50대 임순과 모두 얽히는 서한지청 검사 계지웅(최진혁)과의 로맨스도 있고, ‘동백꽃 필 무렵’ 이후 로코물에 필수적으로 범죄 스릴러 영역이 곁들여지는 트렌드도 놓치지 않았다. 대중의 반응도 좋다. 4%로 시작한 시청률은 꾸준히 오르며 10화 8.4%를 기록했다. 


IqfyWz

주인공의 몸이 바뀌는 바디 체인지물 장르는 많았다. 어릴 적 키스 한 번으로 개구리에서 왕자로 변하는 그림 형제의 동화를 읽고 자란 우리는 최근 ‘조폭인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에 이르기까지 숱한 종류의 바디 체인지물을 접하고 자랐으니까. 몸이 바뀐다는 설정 자체는 지극히 익숙하지만 ‘낮과 밤이 다른 그녀’는 연령대가 다른 두 명의 배우가 각기 다른 시간 동안 한 인물을 그려내면서 각 세대가 겪는 고충과 그들을 바라보는 편견 등을 딛으며 세대 간의 소통을 꾀한다는 점이 특징. 

 

오랜 시간 취준생이었던 이미진은 언제나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왔으나 기준치 높은 이 사회에서 시원스레 합격의 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인물이다. 인적성 검사 1등, 체력검사 1등이지만 공무원시험 면접에선 자신보다 어린 20대 초중반 동명이인 응시자에 비해 나이만 많이 먹은 루저 취급을 당한다. 온갖 아르바이트 경험으로 쌓은 잡학지식과 자격증들과 열정이 있음에도 사회는 한 번도 그에게 시원스레 합격을 선언한 바 없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저주처럼 내려진 50대라는 신체 변화는 96년생 20대 이미진에겐 없던 기회를 준다. 가출해 행방불명 상태인 이모의 신분을 빌려 69년생 임순이 된 그가 공공근로 시니어 인턴 면접장에서 (다른 면접자들에 비해) 오직 젊다는 이유로 추켜세움을 받고 최연소 시니어 인턴으로 발탁되는 것. 물론 겉으로 보이는 신체만 늙었지, 그간 쌓은 지식은 여전하고 체력 또한 받쳐주니 뽑히지 않을 이유가 없다. 

 

20대였을 땐 주어지지 않던 기회가 50대의 신체가 되고 나서야 다른 기회로 돌아온다는 현실은 서글프다. 그렇다고 50대의 현실이 녹록하냐? 당연히 아니다. 나이로 차별하는 것으로 세계에서 대한민국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시니어 인턴으로 뽑힌 임순은 우연히 톱스타 고원(백서후)를 향한 황산 테러를 막는 활약을 펼쳐 계지웅 검사의 방에 사무관 보조로 발탁되지만, 싸가지 없을지언정 이성적 사고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던 계 검사 또한 나이 많은 임순의 존재를 눈엣가시처럼 여긴다. 이유는 단순하다. 나이 많은 연장자가 불편하다는 것. 


JejQnX

임순(사실 이미진)이 평균 1000타에 육박하는 타자 실력을 가졌건, 엑셀은 물론 코딩까지 자유롭게 다루건, MZ 뺨치는 속도로 어려운 배달 주문을 뚝딱뚝딱 마치건 상관없다. 계 검사와 수사관 주병덕(윤병희)은 임순이 사무관이라는 역할에 알맞은 연령과 모습이 아닌 것 자체를 불편해 한다. 피해자 고원에게 황산 테러범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는 이유로 임순을 힐난한 뒤 수사관에게 계 검사가 남기는 말을 보라. “내가 이래서 경력 없는데 나이는 많고 쓸데없이 말 많은 사람이랑 같이 일하기 싫은 거예요.” 계 검사의 말을 비롯해 극중 이미진이나 임순을 대하는 사회의 시선은 하나같이 정해진 기준점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일절 기회를 주지 않는 우리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내 씁쓸함을 안긴다. 서른 가까이 되도록 알바 빼곤 경력이 없어? 탈락! 나이가 많은데 경력이 없어? 탈락! 대체 어쩌란 말인지. 


그런 점에서 ‘낮과 밤이 다른 그녀’에서 공무원 시험에 탈락하고 취업 사기를 당하며 오열하던 20대 이미진이 50대 임순이 되어서도 순간순간 서러움에 폭발하는 모습은 무척 서글프다. 5화 후반에 “차라리 확 늙게 만들든가 꼬부랑 할머니를 만들지. 그럼 희망고문이라도 안 할 거 아이가. 이 꼴로 할 수 있는 게 뭔데!”라며 오열하는 장면을 보라. 나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은 매섭다. 문제는 어느 연령대든 감당해야 할 고충이 있고, 견뎌내야 할 편견이 있다는 것.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라 불리면서도 툭하면 조롱 섞인 유머의 대상으로 치부되는 MZ세대나, 부양할 가족은 여전한데 일할 자리는 적어져 힘든 ‘낀 세대’나 힘들긴 매한가지다. 임순의 말처럼 꼬부랑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면 나을까? 70대 이상 고령층이 되어도 30% 이상 일하는 사회에서 말이다.


물론 ‘낮과 밤이 다른 그녀’는 스릴러를 얹었을지언정 엄연히 장르는 로코물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순간순간 세대마다 얹혀진 삶의 무게를 곱씹곤 한다. ‘와, 저 타자 실력에, 엑셀에 코딩까지 하는데 취업이 안 되다고? 난 90년대에 태어났으면 절대 취직 못했다’라든가, ‘지금도 팍팍하긴 한데 50대면 진짜 뭘 해야 하지? 시니어 쪽을 빨리 뚫어야 하나?’ 등등. 계 검사-이미진(임순)-고원의 삼각관계보다 앞으로 톡톡한 활약을 보일 것 같은 시니어 어벤저스의 전직 형사 서말태(최무인)나 계 검사의 손발인 주병덕 사무관에 더 눈길이 가는 건, 나이 때문이겠지?

 

세대 간의 서사를 풀어내는 이정은과 정은지의 열연은 ‘낮과 밤이 다른 그녀’를 보게 만드는 강력한 이유. 특히 온몸을 바쳐 20대의 정신을 지닌 50대를 연기하는 이정은의 연기는 그야말로 눈이 부시다. 정은지 또한 ‘응답하라 1997’ ‘술꾼도시여자들’에 이어 세 번째 인생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수진대중문화 칼럼니스트




https://www.bizhankook.com/bk/article/27943

목록 스크랩 (0)
댓글 2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멜론🍈] 맡겨줘 덬들의 인생 플리,,,✨100만원, MMA티켓, 맥북까지! 선물과 함께 찾아왔어요🎶 221 10.05 73,898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3,013,450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6,725,470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4,709,252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6,068,325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2 21.08.23 4,866,630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0 20.09.29 3,907,193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41 20.05.17 4,464,949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78 20.04.30 4,934,97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18번 특정 모 커뮤니티 출처 자극적인 주작(어그로)글 무통보 삭제] 1236 18.08.31 9,636,555
모든 공지 확인하기()
311801 기사/뉴스 경찰, '인터넷 방송서 성폭력 중계' 30대 BJ 구속송치 3 23:15 1,060
311800 기사/뉴스 女초등생 룸카페 데려가 4번 성관계한 40대 '징역 3년' 311 22:57 15,456
311799 기사/뉴스 [와글와글] 반려견 '매너 워터' 필요할까‥누리꾼 갑론을박 242 22:52 13,513
311798 기사/뉴스 마약 탐지견 모모타로가 가방에 담긴 8000만 엔 상당의 마약 발견. 스페인 국적 남성(37) 체포 27 22:31 3,703
311797 기사/뉴스 [KBO] '마법의 여정' 마친 KT 이강철 감독 "선수들 덕분에 팬들과 함께 여기까지 왔다" 18 22:05 1,482
311796 기사/뉴스 제주도의회 최연소 의원의 '몰락', 성매매 인정 226 21:45 38,031
311795 기사/뉴스 “지금 들어오는 열차는 당고개, 당고개행입니다” 이 안내, 곧 못 듣는다 (불암산역으로 변경) 48 21:39 2,945
311794 기사/뉴스 현아·용준형, 연애 9개월만 결혼…매니저 축사에 눈물 흘려 258 21:29 48,008
311793 기사/뉴스 [단독] ‘상암 잔디’ 논란에 참고인 채택된 린가드… 국정감사 불출석 한다 19 21:22 2,596
311792 기사/뉴스 방탄소년단 제이홉 BT21 캐릭터 ‘MANG’, ‘서울숲 재즈 페스티벌’ 스페셜 게스트 올라 15 21:22 1,415
311791 기사/뉴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후 출판업계와 인쇄업계 현재 상황 416 21:16 52,367
311790 기사/뉴스 오늘 MBC 뉴스데스크 앵커 클로징 멘트🗞️ 325 21:01 42,111
311789 기사/뉴스 눈치 보는 검찰‥다음 주 김 여사 처분 발표? 8 20:54 650
311788 기사/뉴스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출판주 줄줄이 급등 5 20:46 2,174
311787 기사/뉴스 일본·중국·유럽‥전 세계가 한강 수상 축하 20:44 1,371
311786 기사/뉴스 '막대기 살인' 국가 손해배상 패소‥"경찰 과실 인정 부족" 2 20:41 939
311785 기사/뉴스 너구리 먹이 주던 美 여성…"100마리에 포위 당해" 21 20:38 5,113
311784 기사/뉴스 "적극적 대외 업무 위해 늘렸다"는 KBS 업추비‥박민 사장 지출 내역 보니 3 20:33 814
311783 기사/뉴스 명태균 "대통령 만들기 제일 쉬워"‥지방선거 공천도 개입? 20 20:28 1,437
311782 기사/뉴스 [속보] 북 "한국이 평양에 무인기로 삐라 살포…모든 공격수단 활동 태세" 46 20:24 4,7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