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거짓 기억 증후군(False Memory Syndrome)
4,703 3
2024.07.13 20:49
4,703 3

우편물이 하나 도착했다. 비슷한 또래의 사촌이 보낸 것이다. 우편물을 뜯어보니 빛바랜 사진 한 장이 들어있다. 대여섯 살 때의 나와 사촌이 유원지에서 찍은 사진인 듯하다. 동봉된 메모를 보니 사촌이 짐을 정리하다 찾아내, 반가운 마음에 보냈다고 했다.

 

기억에 전혀 없다. 너무 오래 전의 일이라 까맣게 잊은 모양이다. 마침 때맞게 사촌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사진봤지?  너 그 때, 집 잃어 버릴 뻔 했잖아. 난 아직 기억에 생생한데.” 


하지만 나에게는 그 유원지에 갔던 기억은 전혀 없다. 기억이 없으니 할 말도 없다. 결국 “그랬던가?”하고 건성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미아가 될 뻔 한 적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조작된 사진으로도 얼마든지 변하는 우리의 기억


며칠 후 사촌이 집으로 찾아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사촌이 한마디 한다. “그 때 너 미아 될 뻔 했던 기억 살아났어?” 그러고 보니 내가 미아가 될 뻔한 적이 분명 있었다. 기억을 되살린 나는 미아가 될 뻔했던 때의 경험을 생생하게 이야기했다.


실감나게 미아가 될 뻔했던 이야기를 하고 나니, 사촌이 한 마디 한다. 그 사진은 자기가 장난으로 만든 사진이었고, 미아가 될 뻔한 이야기도 꾸며낸 이야기였으며, 그 유원지에 간 적도 없었다고.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겪지도 않은 경험을 마치 겪었던 듯이 기억해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일까? 물론 있다.



https://img.theqoo.net/TQpBM

다음과 같은 Wade와 동료들의 실험(2002)을 살펴보자. 이 사진은 위의 왼쪽 그림과 같은 흔히 있을 수 있는 가족사진을 이용했다. 사진은 물론 피험자가 아니라 피험자의 가족들이 제공한 것이다. 그리고 그 사진을 오른쪽의 열기구를 타고 있는 진기한 경험의 사진으로 합성했다.물론 이것이 합성된 사진이라는 것을 피험자 본인은 전혀 모른다. 또한 이들이 열기구를 탄 경험이 없다는 것은 사전에 확인되었다.

 

50%는 열기구를 탄 적이 있다고 응답


실험에서는 이 사진을 피험자들에게 보여주고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풍선을 탔을 때 보았거나 일어났던 일을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후 두 번에 걸친 인터뷰에서 학생들의 50%는 풍선을 탔던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 때 겪었던 일을 생생하게 이야기했다. 한 학생은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내가 6학년 때의 일이라고 대단히 확신합니다. 음~ 밑에서 어머니가 사진을 찍고 있었던 것을 확실하게 기억합니다”

 

기억은 이처럼 암시에 의하여 변하기 쉽고 재구축되기도 한다. 따라서 기억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목격자의 증언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은 사회심리학에서는 일찌감치 입증된 사실이다.





https://img.theqoo.net/zXZiz




기억이 얼마나 가변적인 것인가를 보여주는 실험은 많다. Loftus의 실험을 보다 정교하게 디자인한 Grinley(2002)의 실험을 살펴보자.

 

어린 시절 디즈니랜드에 가본 적이 있다고 한 학생들에게 사람들이 디즈니랜드를 구경하는 장면을 찍은 광고사진들을 보여주었다.  사진 가운데에는 한 아이가 벅스 버니의 손을 잡고 있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피험자들에게 어린 시절 디즈니랜드에서 벅스버니를 만났던 장면을 구체적으로 묘사해보라고 했다. 실험자 가운데 62%가 벅스 버니와 악수를 했다고 말했다. 45%는 벅스 버니와 포옹을 했다고 기억했다. 벅스 버니의 귀나 꼬리를 만져보았다고 기억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한 학생은 벅스 버니에게 당근을 주었던 것을 기억하기도 했다.

 

하지만 디즈니랜드에는 벅스 버니가 없다. 있었던 적도 없고 있을 수도 없다. 벅스 버니는 디즈니의 라이벌격인 워너 브라더스의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디즈니랜드에서는 절대로 만나 볼 수 없는 캐릭터가 벅스버니인 것이다. 물론 그 광고 사진은 가짜였고, 그 사진으로 비롯된 피험자들의 기억 역시 가짜였다.

 

거짓 기억 증후군(False Memory Syndrome)


이처럼 암시에 의하여 없었던 기억도 되살려내는 것이 사람이다. 이런 까닭에 거짓기억 증후군(False Memory Syndrome)이 문제가 된다. 거짓 기억 증후군이란 정신 치료나 상담을 받던 사람들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성적 학대를 기억해 내게 되는 현상이다.

 

이런 기억을 떠올리고 성적 학대를 받았다고 부모를 고소했던 여성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여성들의 기억 가운데 상당수가 정신치료 중의 암시가 원인이 되었던 경우가 많아 상당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논란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목록 스크랩 (0)
댓글 3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넷플릭스x더쿠 팬이벤트🎬] 평화롭던 어느 날, 불청객이 찾아왔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온라인 팬 시사회 3 08.06 42,558
공지 [공지]디도스 공격으로 인한 사이트 접속 불량이 있었습니다. 08.08 22,938
공지 더쿠 이미지 서버 gif -> 동영상 변환 기능 적용(GIF 원본 다운로드 기능 개선) 07.05 720,554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1,845,261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5,507,148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6,759,578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3,037,100
공지 [필독]성별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16.05.21 24,312,018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0 21.08.23 4,311,051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7 20.09.29 3,259,766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20 20.05.17 3,872,004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73 20.04.30 4,424,575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963,856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77956 이슈 수만명의 야구팬이 동시에 USA를 외쳤던 이유 1 23:14 345
2477955 이슈 [KBO] 2.2이닝만 던지고 강판당한 선발투수만 3명인 오늘 3 23:14 299
2477954 기사/뉴스 '내일 라스트 댄스' 김홍열 "그냥 편하게 봐주세요" (2024.08.09/뉴스데스크/MBC) 2 23:14 174
2477953 기사/뉴스 BTS 슈가, 거짓말 '또' 들통났다…맥주 한잔 아닌 '만취' 수준 5 23:13 390
2477952 기사/뉴스 [낙태죄 입법공백] "임신중절 수술비, 부르는 게 값?"... 입법 공백 부작용 23:12 68
2477951 유머 본인 키에 관한 음모론이 억울했던 트와이스 쯔위 2 23:11 467
2477950 이슈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BDSM 커뮤니티나 트위터를 통해 만난 여성들을 성관계 촬영물로 협박하고 마약 유통·투약 혐의로 구속기소된 대학교 연합 동아리 회장 A씨에 대해 취재 중입니다. 23:11 116
2477949 이슈 버스킹으로 홍대 길거리 꽉 채웠다는 라잇썸 2 23:09 334
2477948 이슈 DRIPPIN(드리핀) 5th Single [Weekend] CONCEPT PHOTO #2 23:08 88
2477947 이슈 '3연벙' 말로만 들어보셨습니까?....jpg 10 23:06 1,151
2477946 기사/뉴스 "밀린 연금 9000만원 소급적용받나요?" '런던銅' 찾은 전상균의 역도인다운 대답[올림픽] 25 23:05 1,564
2477945 유머 내일 부산에서 노실 분 ㄹㅇ 14 23:02 2,658
2477944 이슈 새벽 12시 반에 방구석 콘서트 열다가 엄마 올라와서 혼난 남돌 5 23:02 1,673
2477943 이슈 [KBO] 정말 요상한 하루였던 오늘 프로야구 14 23:02 2,023
2477942 이슈 DAY6(데이식스) 9th Mini Album <Band Aid> Album Release Teaser 24.09.02 6PM 97 23:01 1,671
2477941 유머 방영됐을때 현실적인 소재라고 했었던 코난 에피.jpg 12 23:01 1,736
2477940 유머 선풍기 틀어놓고 자면 죽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19 23:00 2,165
2477939 이슈 메가박스 X 위글위글 콤보 출시 예정 17 22:59 2,071
2477938 이슈 웬일로 횡령죄로 35년형 받은 사건 나옴.jpg 28 22:59 3,899
2477937 정보 [KBO] 프로야구 8월 10일 각 구장 선발투수 6 22:58 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