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첫사랑의 정석’ 정려원 “‘졸업’은 운명 같은 인생작…많이 배웠죠”
5,762 1
2024.07.11 16:03
5,762 1
ICsHtP

‘첫사랑의 아이콘’. 배우 정려원이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약 20년 만에 이 타이틀을 다시 한 번 달았다. 이제 그의 인생캐릭터는 남자 주인공의 전연인, 첫사랑,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의대생 유희진이 아니다. 최근 종영한 tvN드라마 ‘졸업’ 속, ‘사교육 1번지’라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스타 국어강사’가 된 서른다섯 서혜진이 그의 새로운 인생캐다.

서혜진이라는 캐릭터는 주인을 찾아가듯, 어느 날 불쑥 정려원의 앞에 나타났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려원은 “마치 운명 같았다”고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작년 3월, 그는 일기장을 펴놓고 함께 일해보고 싶은 작가‧감독의 이름을 적었다고 한다. 여기엔 ‘멜로 장인’ 안판석 감독도 포함됐다. 정려원은 이 꿈을 생각보다 빨리 이룰 수 있었다.

그로부터 딱 두 달이 지난 5월의 어느 날, 소속사 직원이 “누나, 이거 빨리 읽어야 될 것 같다”며 대본을 들고 찾아왔다. 그는 안판석 이름 석 자를 듣자마자 대본을 펴보지도 않고 합류를 결정했다. 운명적인 첫 만남이었다. 어떤 내용인지, 어떤 역할인지 전혀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대본을 읽지도 않고 결정한 건 생전 처음이었다. 감독님 이름을 일기장에 써놨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며 “’간절히 바라면 이렇게 만나기도 하는구나’, ‘스스로 준비돼 있으면 잘 해내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 대학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시작했던 강사 아르바이트, 그게 국어강사 혜진의 시작점이다. 이후 승승장구하며 집안을 일으킨 가장이자, 뛰어난 강의력으로 학생‧학부모의 존경과 신임을 한 몸에 받는 14년차 스타강사가 됐다.

아무래도 학창시절을 한국이 아닌 호주에서 보낸 정려원은 이 배역을 준비하며 고민이 많았을 터다. 스스로도 “영어 강사 역이니 나에게 왔겠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맡은 역할이 국어강사인 걸 알곤 “이거 하나도 모르는데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했다. 그런 불안이 무색하게, 정려원은 맡은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가 판서하며 강의하는 장면을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서 “실제 강사 같다”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것 같다”라는 반응이 나왔을 정도다.

물론 그 뒤에는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정려원은 ‘연습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교사 남편을 둔 친구에게 부탁해 교과서에 나오는 책을 구해서 읽고, 대치동 학원에 몰래 들어가 수업도 들었다. 여러 인강(인터넷 강의)을 찾아보고 , 자문해준 강사의 강의 영상도 돌려보며 강사들이 많이 하는 말, 판서 사이에 대사를 넣는 법 등을 연습했다.


안 감독과 동료 배우들의 공도 컸다. 정려원은 “감독님은 뭔가를 더하는 것보다는 빼는 걸 좋아하시는 분”이라며 “연기 디렉션은 딱 한 번 하셨다”고 했다. 이어 “답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스스로 답을 찾아나가도록 하셨는데, 그 과정에서 많이 배웠다”고 했다. 또 동료 배우들과의 합도 좋았다고 했다. 그는 “대사, 상대 배우 연기가 좋으니까 감정이 저절로 자연스럽게 나오더라”라며 “이런 현장에서 연기해야 ‘맛이 난다’고 하는구나 깨달았다”고 했다.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린 혜진의 마음속 한 구석엔, 20대 초반의 혜진이 사는 텅 빈 방이 있었다. 다른 곳은 모두 돈과 차, 집, 명예, 존경, 우월감 등으로 채워졌으나 그 방 하나만은 텅 빈 채로 남아 있었다. 그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건 제자이자 동료 강사인 이준호(위하준)였다. 이준호는 뚜벅뚜벅 걸어 들어와 어린 혜진을 감싸 안아 다독여 주고, 밥 먹이고 쓰다듬어 주고, 일상을 함께 하며 그 공간을 사랑으로 꽉 채워주었다. 그런 다음 어린 혜진의 손을 꽉 잡고 방을 나왔다. 비었던 방은 준호의 사랑으로 가득 찬 공간이 됐다. 혜진은 그 덕분에 학원에서도, 인생의 한 챕터에서도 마침표를 찍고 졸업할 수 있었다. 잊고 있던 법 공부라는 꿈을 이루려 기쁜 마음으로 떠날 수 있었다.


혜진에게 준호가 있듯, 정려원에게는 ‘졸업’이 있다. 그는 이 작품으로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얻었다. 그는 “제 불안을 졸업하게 해준 작품”이라며 “다시 봐도 인생작(作)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저는 원래 감독님의 확인을 받아야 마음이 편했는데, 안 감독님은 절대 정답을 말씀해주시는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제가 스스로 ‘오케이’를 해야 했고, 그렇게 스스로에게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법을 배운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혜진을 떠나보내기 싫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엔 혜진을 향한 애정과 이별의 아쉬움이 담뿍 묻어있었다. 그러면서 “혜진에겐 ‘enough’, 충분했고, 자신을 진실로 대할 수 있게 돼 고맙다고 하고 싶다”며 “혜진에게도, 저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845536?sid=103

목록 스크랩 (0)
댓글 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JTBC × 더쿠] 30억 건물주 X-아빠 무료로 드립니다! 229 08.09 22,309
공지 [공지]디도스 공격으로 인한 사이트 접속 불량이 있었습니다. 08.08 23,740
공지 더쿠 이미지 서버 gif -> 동영상 변환 기능 적용(GIF 원본 다운로드 기능 개선) 07.05 721,432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1,845,261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5,507,948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6,760,550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3,037,100
공지 [필독]성별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16.05.21 24,312,574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0 21.08.23 4,311,051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7 20.09.29 3,259,766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20 20.05.17 3,872,776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73 20.04.30 4,424,575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964,969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5259 기사/뉴스 '국민 욕받이' 된 배드민턴협회 해명 "일부 임원 비지니스 탑승은 개인부담 및 소속팀 지원" [파리올림픽] 37 08.09 2,334
305258 기사/뉴스 김연경 파리 인터뷰.twt 20 08.09 2,516
305257 기사/뉴스 파리 올림픽 '도핑 검사', 기자가 해보니... 수치심보다 초조함이 더 커 5 08.09 2,087
305256 기사/뉴스 '내일 라스트 댄스' 김홍열 "그냥 편하게 봐주세요" (2024.08.09/뉴스데스크/MBC) 17 08.09 1,956
305255 기사/뉴스 BTS 슈가, 거짓말 '또' 들통났다…맥주 한잔 아닌 '만취' 수준 20 08.09 2,920
305254 기사/뉴스 "밀린 연금 9000만원 소급적용받나요?" '런던銅' 찾은 전상균의 역도인다운 대답[올림픽] 38 08.09 3,990
305253 기사/뉴스 몽골인 부부가 전 재산 처분해 한국에서 원정 출산. 집 차량 팔고 한국행 분당서울대병원서 응급 수술로 2㎏ 딸 출산 234 08.09 43,443
305252 기사/뉴스 아파트 물놀이 풀장 '수돗물' 아니었다…"소방 용수 함부로 써도 되나" 16 08.09 2,291
305251 기사/뉴스 '철심 박고 올림픽 출전' 역도 박주효선수 "4년 뒤엔 꼭 메달" 3 08.09 1,160
305250 기사/뉴스 분만 담당 젊은 교수들 97% 사직 고민 "격무·저임금·소송 부담" 9 08.09 984
305249 기사/뉴스 "손흥민 3천 결제!" 허풍 떤 클럽 직원들, 결국 경찰서로 16 08.09 3,907
305248 기사/뉴스 유상임 과기부 장관 후보자, 자녀 병역기피·마리화나 흡입 논란으로 후폭풍 48 08.09 3,272
305247 기사/뉴스 '인천 전기차 화재' 스프링클러 미작동 원인 "근무자가 밸브 잠갔다" 4 08.09 2,275
305246 기사/뉴스 폭염속 아파트 물놀이장 물을 채워준 ㅇㅇㅇㅇ 305 08.09 64,011
305245 기사/뉴스 KBS가 8·15에 방영한다는 '이승만 다큐'‥"영화 맞나?" 영진위도 혹평 9 08.09 955
305244 기사/뉴스 [MBC 단독] '임금체불' 신명주 사격연맹회장‥임대료는 '따박따박' 어디로? 4 08.09 876
305243 기사/뉴스 '인천 전기차 화재' 스프링클러 미작동 원인 "근무자가 밸브 잠갔다" 28 08.09 2,680
305242 기사/뉴스 “저 방시혁 아니니 신경 꺼” 과즙세연 ‘열혈’ 팬클럽 회장도 해명 [왓IS] 08.09 1,253
305241 기사/뉴스 고장나 작동 안 한 줄 알았는데…'스프링클러' 끈 사람 있다 13 08.09 2,265
305240 기사/뉴스 광복회, '광복절 경축식' 불참 선언…"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하라" 58 08.09 1,8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