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 20년 전 빙판 아래 타임캡슐 묻은 사람들 찾아
옥일승씨 부부가 타임캡슐에 남긴 메시지
[옥일승씨 제공]
(서울=연합뉴스) 차민지 기자 = "우리 아이들은 하나일까, 둘일까? 지금쯤 성년이 되었겠다. 밝고 건강하게 키우려고 했는데 그렇게 자랐겠지? 20년 후에도 서로 아껴주며 영원히 사랑하며 함께하자."
옥일승(56) 씨가 타임캡슐을 봉인하던 2004년 6월 29일은 마침 아내 박혜영(54) 씨의 생일이었다.
당시 결혼한 지 두 달이 된 새댁 혜영씨가 대표로 남긴 메시지에는 남편에 대한 사랑과 희망찬 가족의 미래가 담겨있었다.
옥씨는 "벌써 20년이 흘러 타임캡슐을 만나게 돼 설레기도 하고, 2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라며 "제 아내는 '20대의 나'를 다시 만나는 것 같아 눈물이 난다고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타임캡슐 이벤트
[롯데월드 제공]
롯데월드는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4일까지 20년 전 아이스링크 빙판 아래 타임캡슐을 봉인한 손님들을 찾는 이벤트를 했다고 11일 밝혔다.
롯데월드는 2004년 6월 29일 개원 15주년을 맞아 아이스링크 빙질 향상을 위해 기존 빙판을 녹이는 과정에서 손님 50여명을 초청해 '타임캡슐 봉인식'을 진행했다.
약 13㎝ 원통형 타임캡슐에는 손님들이 직접 작성한 '20년 후 사랑하는 가족·연인에게 전하는 메시지'와 가족사진 등이 담겼다.
2021년 7월 롯데월드는 아이스링크를 복합문화공간 '아이스가든'으로 재단장하며 타임캡슐을 꺼냈고 올해 봉인 20주년을 맞아 개봉했다.
롯데월드에 따르면 당시 약 45개의 타임캡슐이 묻혔고, 이번 이벤트를 통해 찾은 참가자는 12명 남짓이다.
참가자들이 남긴 휴대전화 번호가 옛 번호인 '016' 등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연락이 닿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사연자를 찾아 나섰다고 한다.
롯데월드를 통해 전달받은 일부 사연에는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바라는 사연자들의 마음이 가득 담겨있었다.
박인희씨가 딸과 함께 타임캡슐 이벤트에 참여한 모습
[박인희씨 제공]
"20년 뒤의 모습과 그때의 행복을 상상하면서 이 글을 써요. 이 타임캡슐을 받아 읽으면 내가 6개월짜리 수빈이를 안고 잠실에서 힘들게 있다가 갔음을 대단하게 생각하겠지."
6개월 된 딸과 함께 타임캡슐 봉인식에 참여한 박인희(50) 씨도 그 중 한명이다.
박씨 품에 안겨 칭얼대던 아기는 어느새 어엿한 대학생이 됐다.
롯데월드에 놀러 갈 때마다 그는 가족들에게 타임캡슐을 저 빙판 아래에 묻었다고 이야기해주곤 했다고 한다.
박씨는 "타임캡슐 행사 때 딸이 칭얼대던 기억이 있다. 메시지 마지막 부분에 '그래그래 네가 우니까 엄마가 편지 그만 쓸게'라고 적었더라"며 "20년이 참 빨리도 흘렀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들은 건강히 잘 지내고 있고, 아이도 무사히 자랐다"며 "특별할 일을 한 것은 아니지만 좋은 추억거리가 돼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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