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비밀의늪)
생각이 너무 많고 걱정도 너무 많고
불안도 너무 많고 잡념 때문에 뇌 에너지를 다 써버리는 것 같아 힘들다고 했더니
다짜고짜 (아무) 운동 추천 받게 된 나
좋아 그럼 가성비 오지는 런닝부터 시작해 본다
헉헉... 뛰니까 기분이 좋은 거 같기도 하고... 좀 힘든 거 같기도 하고...
아... 벌써 가을이 한창이구나...
높고 파란 하늘... 색색의 나뭇잎들...
찬란한 황금빛 밭... 천고마비의 계절....
근데 왜 살은 내가 찌냐...
말보다 훨씬 더 쪘을 듯.....
운동 다 끝나고 감 먹었으면 좋겠다...
저번에 시내에 있는 마트 진열대 보니까 연시 벌써 나왔던데... 개맛있어 보였는데....
아 근데 날씨 진짜 너무 좋다...
이런 날 놀러가야 되는데...
도시락 싸들고.. 어? 공원에 돗자리 깔고...
아오 근데...... 이 코스가 이렇게 길엇냐... 아 뒤지버지게 힘드네ㅠ...
어디서 무슨 소리 안 들려요? 내 연골 닳는 소리!!!!!!!!!!!
100년 인생이라는데... 아직 인생 100년의 절반의 절반 밖에 안 살았는데 연골 이 모양이면...
나는........ 어캄요...........
나중엔 진짜 막 SF에 나오는 사이보그처럼 온몸의 관절 다 스텐으로 교체해야 되는 거 아님?
그러면 나는 인간인가, 로봇인가...
그때쯤 되면 로봇도 사람처럼 발전해 있을 텐데...
어떤 로봇은 사람의 피부나 장기를 이식해서 만들어지고
사람은 이런저런 부품들로 관절과 장기를 대체하게 되면
그때는 인간과 로봇을 무엇을 기준으로 나눌 수 있게 될까...
인간의 존엄성은 어디서 오는 것이며... 로봇에게도 봇권이 존재하는 시대가 도래할까....
...누가 치킨 시켰나 봐
길 따라서 치킨 냄새가 남
이거 무슨 치킨인지 맞혀볼까
하 일단 후라이드 냄새임 지젼
후라이드 중에 이런 기름 냄새 나는 게 뭐더라 이거 그건데
근데 치킨 값 요즘 너무 비쌈
제정신 아님 진짜
나는 왜 돈이 맨날 없을까...
이래서 나는 책임지고 살 수 있을까...
이 나를 먹이고 씻기고 입히는 것이 다 돈인데...
아니 진짜 스스로 부양하기가 이렇게 힘들 일이냐...
나야.. 잘 살 수 있겠냐.. 나는 자신이 없다...
아 저 새끼 운전 왜 저렇게 해 ㅡㅡ
야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는 보행자 우선인 거 모르냐
저 싸가지 없는 섀키 저거 번호판 뭐야 아씨 안 보여
아 나 눈 어떡하냐 벌써 시력이 이모양이어서
100세 시대 어쩌면 좋냐
읽어야 할 책이 한가득인데
(1시간 후)
아니 힘들기만 뒤지게 힘들고
하도 생각 많이 했더니 뇌도 힘들어
이게 무슨 이중 고문이야ㅠ
운동하면 바보처럼 아무 생각도 안 난다면서요
내가 덜 힘들게 뛰어서 그런가?
(운동 강도 높여 봄)
아니 힘든 거만 더 힘들고
잡념이 안 사라짐ㅜ
억울해서 갑자기 눈물 남.......┗( T﹏T )┛
런닝..... 실패! ^^
아무래도 운동이 덜 힘들어서 그런 게 아닐까?에 대한 미련을 못버리고 (...)
그래서 개힘든 운동을 알아보게 됨
철봉도 못하는데 이게 될 리가 있냐
손바닥만 오지게 까지고 엉덩방아 찧고
힘차게 오르는 사람들 아래서 가만히 버티고 있으면서 낑낑대기 바쁨
심지어 고소공포증까지 엄습해 옴
흑흑 살려주세요 살려줘요
보다못한 옆에 분이 오른발로 이거 밟고 왼발로 그거 밟고 손은 여기 두고 어쩌고 하면서 문제 풀어주심
그러거나 말거나 살려주세요 손바닥 아파요 손 다 까졌어요 잉잉
죠캎 갏배마냥 울면서 바닥으로 힘없이 철푸덕 쓰러짐
정신이 없어서 잡념이 들 틈이 없긴 한데, 나와 맞는 운동은 아니었음
진입장벽이 꽤 높은 편에 속하는 운동이라 강도와 상관없이
...실패!
그럼 요즘 유행하는 운동을 알아볼까?
웃기지마라
나는 돈이 없다
스크린 골프장은 취향 아님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쉬운 가성비 운동을 찾으려 애를 씀
자전거 오키ㅋ
하 상쾌하고 좋다...
.........뭐야 저 사람 자전거 오토바이처럼 생김 대박
왜케 빠름 자전거 맞음?
저거 몇 천만원 하는 그런 건가?
차 한 대 값 아님? 대박
오... 이 사람들은...... 자전거 동호회인가 봐..
안ㄴ...
안녕하세요...
.......저.... 저도 껴도 될까요....? 근데 어디 가세요..... 네? 제주도요...?
저는...동네만 돌라고요...ㅎ..... 예... 수고하세요.....
.....날씨 최고다.....
...해도 쨍쨍하고.......
아 썬크림 안 발랐는데.....다 타겄네.....
집에 가서 샤워하고 나오면 얼룩덜룩 타 있을 듯;
...하... 바람 최고다...
자전거 타니까 자전거 도둑(박완서 저) 읽고 싶다...
...살면서 완서헴 신작을 읽는 일은 평생 없겠지.......
..........갑자기 눈물이 나내.....ಥ_ಥ
자전거 하니까 그거 생각난다... 놀면뭐하니에서 아주머니 자전거 배우던 거....
어릴 때는 넘어지는 게 겁이 안 나서 그래요... 하... 근데 나는 겁 많았던 거 같음
한 평생 겁이 많네;;; 나는 왜 이런 인간으로 나고 자랐나....
겁 DNA 개많이 물려받은 거 아님...? 그럼..... 부모 중 누구냐...... 누가.. 내게 이런..... 유전자를.........
아 집에 가고 싶다 그냥 물이나 1리터 원샷하고 바닥에 눌러붙었으면........
.......자전거 실패! ^^
가성비 끝판왕 줄넘기 시작
5개 하다 걸림
2개 하다 또 걸림
아씨 왜 이래 왕년의 실력 어디감 (그런 거 애초에 없었음)
10개 넘음
뿌듯하자마자 또 걸림
아 줄이 이상하네 (안 이상함)
줄이 다 낡아가지고..; 옛날엔 엑스자도 넘고 이단 뛰기도 했는데.. 하.. 추억...
야..이게 세월이구나... 내가 학교 언제 졸업했지?
마지막으로 줄넘기를 언제 했더라...?
학교 운동장에서 모래 튀기면서 하던 때가 참 즐거웠지......
공부는 하기 싫지만 종종 학교 다시 가고 싶을 때가 있어...
동창들 다들 잘 살까... 줄넘기로 줄 안 뛰고 뱀놀이하던 **이는 뭐하고 살까.... 걔도 이젠 어른이 됐겠지....
헐 그러고보니... 그때 선생님 연세가....이제 내가 그때 쌤 또래쯤 되네....
아....야속한 세월아........ 이러다 환갑 잔치도 금방 열겠지....
...내 환갑 잔치에는 누가 와주려나.... 환갑까지는 살아봐야 헐텐디....
줄 하나 넘을 때마다... 무릎에서 삐그덕 소리 나는 거 실화가....... 마.... 연골 제정신이가.....
아 자꾸 왜 걸려 운동화 앞코가 처들려서 그런가 ㅡㅡ 아 진자 개맘에 안 드네
(그때 마침 근처에서 놀던 초등학생 무리가 나를 빤히 바라봄
아이들은 아무말 하지 않았지만 저 어른 줄넘기 뒤지게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듯)
갑자기 휴대폰 들고 전화 온 척 하면서 자리를 피함
....줄넘기... (역시나) 실패! *^^*
모두들 한다는 그 운동! 필라테스! #가보자고
2회 나가고 더이상은 무리라는 생각에 포기함
필라테스 하다가 분명 죽은 사람 있을 거임
네이버에 필라테스 사망사고 쳐봤지만 아무것도 안 나옴
하지만 분명 필라테스 하다가 죽은 사람 있을 것
진짜 무슨 연예인들 방송 나와서 땀 하나 안 흘리고 숨 고르게 쉬면서 거꾸로 걷기 이런 거 하는데 진심 미친 거 아님?
와이어 달고 있는 거 아님?
외계인 아님?
그럴 수는 없음 말이 안 됨
아 잠깐만요 선생님 무슨 3초에 숫자를 하나씩 세세요
살려주세요
...실패! ㅎㅎ
심신 단련에 개짱이며 멘탈 단단하게 해준다는 요가를 시작...!
모친(요가 5년 차)의 권유로 시작한 요가
선생님이 "세계를 질주하는 개구리 자세" 이러니까 사람들이 갑자기 약속이라도 한 듯 척척척척 그 동작을 함
나는 못함 그게 뭔지 알려줘야죠
그러나 나를 따로 두고 1:1 과외 해주지 않음
선생님은 곁을 지나가면서 디테일 교정만 해줄 뿐임
대충 눈치껏 앞옆옆뒤 사람들 자세 컨닝해가면서 따라해야함
이제 좀 쳐다보고 따라하려고 하면 "자 이제는 지하 500미터에서 솟아오른 세계수 자세" 이럼 (이런 자세 없음 걍 예시임)
그게 뭔데 요덕들아
누워서 숨쉬기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고요?
저를 제발 살려주세요
"바이에른 근처 호수에서 뛰어오른 날치 자세"가 뭔데요 날치가 호수에 왜 살아요
전 이런 거 하고 싶다고요
아니 ... 날고 계세요 왜... 나 누워서 숨쉬기 하고 싶다고...................
마무리 단계에서 겨우 얻어낸 동작
그러나 이 동작해서 행복한 마음이 들기가 무섭게 잡념이 머리를 지배함
아 배고프다
솔직히 한 거 별로 없고 뛰지도 않았는데 배고픈 거 정상임?
1층 내려가면 바로 빵집 있는데 양심적으로 헬스 입점 건물이랑 맛있는 거 있는 건물이랑 좀 따로 구분해 놔야 되지 않나
버터 냄새 진짜 강력함.....
인간들.... 마약을 왜 하냐... 버터가 마약인데......
눈물을 훔치며 안 돼.. 안 돼.. 하고 있어도 내 의지가 아니라 그냥 발이 이미 빵집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니까
근데 요즘 빵값 왜 그럼
물가가 다 올라 다
내 월급은 안 오르는데 왜
선생님: 자, 천천히 호흡 들이쉬고... 내쉬고... 몸의 모든 근육을 이완한다는 느낌으로.... 힘 빼시고... 다시 호흡.....
(선생님 말씀 안 들림)
시바 진짜 경제 어쩔 거냐고 언제까지 이 모양일 거냐고
...........(당연히) 실패! ^.^
이렇게 모든 운동에서 참패를 맛보고 나는 운동해도 바보가 안 돼.. 왜...
나도 멍청해지는 기분을 알고 싶어.. 너무 힘들어서 입맛도 잃고 아무 생각도 안 들고 그냥 씻고 머리만 대면 자는 삶을 바라....
흑흑..... 나도 운동을 좋아하고 싶어 흑흑흑흑........
그렇게 체념하고 방황하던 어느 날
누군가 수영을 추천하고... 수영? 근데 그것도 똑같겠지... 물에 동동 떠서... 하... 인생... 해파리처럼 이렇게 둥둥 떠서나 살고 싶다... 그러겠지..... 뻔함;
하지만 그래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도전은 해보자....
별 기대 안 하고 몸 뽀독뽀독 씻고.... 몸에 붙은 군살.. 대공개~!!의 굴욕을 이기고 첫 수영 강습 시작....!
다들 검은 수영복 입었네... 나만 개튀게 입고 온 거 아님? (혼자 화려한 무늬있음)
화려한 수영복은 듣자하니 쌉고수들이 즐겨입는다는데... 왕초보반인데 조졋내....
누가 나 놀리는 거 아님? (아님)
수영 강사들 입는 저거는 뭐지... 스킨스쿠버 의상 아님? (모름)
와 돌고래 같다... 새까만 돌고래... 어케 저렇게 수영 잘함...? 인어 아님?
실은 인어인데 대충 뭐랑 수영 실력이랑 상호교환한 거 아니냐 진짜...
아니 숨을 아까 쉬어놓고 어디까지 가는 거냐.....
와 저 사람 짱 잘한다.. 와 오리발 신었네... 모터 달았네... 와 개빨라...
회원님 수영 처음이세요? 하는 강사님 목소리에 문득 내?? 하고 정신 차리면
갑자기 냅다 물속으로 몸이 던져져있음
커헙...!! 컼..잠까ㄴ
강사: 머리 처들지 말고 더 숙이세요 시선은 바닥 바라봐야 돼요 숨 쉴 때만 짧게 들고 바로 다시 머리 집어넣고
나: (아니 아직 숨 다 못쉬었)
강사: 다시 음~~~~
나: (파를 못했다고요 살려줘) 크헠ㅋ쿨컥쿨컥
강사: ....
나: 코 맵다 코 맵다 코 맵다 뇌도 맵다 뇌가 맵다
강사:
코 매워서 정신 못차림
뇌까지 아찔하게 매워짐
하지만 크허핰 흐커컼 소리 내면서 게속 어푸어푸함... 멈출 수 없음
왜냐
바로 뒤에 사람들이 바짝 따라오고 있음ㅠ
멈추면 뒷사람도 수영 못하고 나 때문에 중간에서 멈춰야 함
개민폐가 따로 없음
랠리 중에 멈추지 말자 뇌 똑바로 차리고(?) 끝까지 킵고잉!!!! 반환점까지 킵코....크허ㅓ컿..커헠ㅎ...
크허ㅑ컿
.......파!!!!!!!!!!!!!!!!! 줫나 힘듫어!!!!! 아오 숨차
저... 출발 안 하세요? 앞에 분 이미 10m까지 가셨는데
(ㅎㅏ 저 아직 숨 고르고 잇잔아요 진짜 자비 1나도 없음ㅜ)
내 지금 가요 ^^..
푸핰...후ㅡ커ㅜㅎㅋ...... 흐어.,.,쿠앜,.,.,.
강사: 회원님 음~~~~파 제대로 해야죠 숨 너무 짧게 짧게 쉬어서 속도가 안 나잖앜!!!!!!!!!!! 훙!!!퐈!! 아니고 음~~~~~파!!!!!!
나: 크너ㅏ흐캏ㅎ커!!!!!!!!!! .....콰!!!!!!!!!! ...퀘ㅐ!!!!!!!!!!!!!....쿄ㅐ!!!!!!!!!!!!!!!!!
강사:
수영 시작 40분 경과
쥐 나는 다리랑 발꼬락 부여잡고 10분 어찌저찌 버티기 돌입..ㅜ
강사: 수고하셧습니다 ^^
나:
수영장 물을 그렇게 신나게 먹었는데 왜인지 모를 갈증을 느끼며...
젖은 머리로.. 터덜... 터덜... 집까지 걸어감...
수영 가방에서 떨어지는 물은... 내 눈물이야.......
배고프다... 컵라면 끓여먹으면 최고겠다..... 근데 귀찮아.. 힘들어... 누군가 해주는 음식을 먹고 싶어....
하지만 아무도 해주지 않으니..... 그냥 침대에나 엎어지자........
찾았다.. 내 운동.....
하지만....아주...기쁘지는 않군...........
ㅎㅎ
여담이지만 물에 뜰 수 있게 되고나서도 물 공포증이 안 사라져서
아무것도 안 보고 천장만 보고 해야 되는 배영에 대한 엄청난 공포증이 있음 (아직 못 배움)
....끝! ^^
제 mbti는 play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