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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이제훈 구교환 ‘탈주’는 어디서 길을 잃고 지뢰를 밟았나?[무비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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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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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테나 저게 말이 돼?’ ‘그니까. 뭐 좋다고 헬조선으로 넘어오냐?’

순간 귀를 의심했지만 조금 전 영화 ‘탈주’(이종필 감독)를 본 20대 관객의 퉁명스러운 반응이었다. 7월 7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탈주’를 한 번 더 봤다. 주최 측 말고 일반 반응이 궁금했기 때문. 아무리 일요일 저녁 시간대라지만 가장 큰 6관은 80%나 비었고 상영 중 ‘관탈출’한 남녀 2명은 끝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종영 후 반응 역시 별로. BEP가 200만인데 7일까지 73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쳐 흥행이 요원해졌다. 왜?◆ 엉성한 서사와 전개

북의 썩은 정치와 이념에 신물이 난 규남(이제훈)은 목숨 건 탈출을 시도한다. 가족도 없고 남조선으로 넘어가 나답게 살고 싶다는 각성. 영화에선 ‘실패할 자유’로 그려진다. 그러나 보위부 소좌 현상(구교환)이 그를 쫓는다. 그는 충분히 규남을 사살할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는다. 마치 밀당이라도 하듯 일부러 그를 놓아줬다가 뒤쫓는 식이다. ‘너 따위 언제든 잡을 수 있다’는 교만인 걸까.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동생이기도 하지만 그의 탈주를 내심 부러워하거나 그의 의지를 끝까지 시험해보는 걸로 보인다.

‘탈주’는 잘 만들었다면 어쩌면 세련된 영화가 될 뻔했다. ‘남의 욕망을 좇을 텐가? 아니면 너의 욕망을 지금부터라도 찾아볼 건가?’라는 꽤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 그래서 규남의 선택과 용기에 감정 이입해 제법 괜찮은 카타르시스를 맛볼 수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양화대교’의 선곡도 좋았다.

 

하지만 그런 정서적 쾌감을 극대화하지 못한 건 전적으로 헐거운 이야기와 서툰 전개 방식 탓이다. 규남의 탈주를 정당화할 명분과 밑밥은 그런대로 잘 깔았다. 부모의 죽음과 제대 후 진로를 노동당이 정해주는 불편한 아이러니. 탐험가 아문센 책과 남파 방송을 들으며 결심을 굳혔다. 그래, 남쪽으로 튀자.

그런데 탈주 방식이 고색창연한 게 문제다. 규남은 탈북을 먼저 감행한 부하를 도와주다 체포돼 총살될 위기에 처한다. 그런데 갑자기 영웅으로 분류돼 표창을 받고 연회가 끝날 때쯤 사단장 지프차를 훔쳐 다시 도주한다. 그런데 이번엔 신분이 발각될 위기에 처하자 보위부 특수임무 중이라며 너스레를 떠는데 이게 먹힌다. 부산행 KTX를 탔는데 호남평야가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뜨악한 느낌.

◆ 립밤 등 장식도 투머치

구교환의 가냘픈 음성과 딕션은 연출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소좌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멀었고 립밤과 핸드크림, 피아노 연주도 지나친 치장으로 여겨졌다. 러시아 유학파를 설명하는 장치이겠으나 그럴 시간에 이야기에 좀 더 집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 특히 립밤은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청문회에서 한번 써먹은 아이템 아닌가.

구교환의 동성 연인으로 짐작되는 특별출연 송강도 이렇다 할 흡입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탈주 과정에서 갑자기 나타난 유랑민도 극적 긴장감을 오히려 반감시켰다. 감독의 전작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 나온 이솜과의 이런 재회는 그다지 반갑지 않다. DMZ 근처에 민병대 같은 총 든 유랑민이라니. 쫓고 쫓기는 두 남자의 긴박함에 러닝타임을 쏟아부어도 모자랄 판에 기계적인 서브플롯을 위해 무리수를 둔 느낌이다.

남과 북은 배경과 설정일 뿐 ‘탈주’는 결국 청춘의 꿈을 강조한 영화다. 자포자기하지 말고 실패하더라도 뭔가 저지르며 인생을 뜨겁게 살아보라는 메시지. 하지만 대한민국 청춘들은 지금도 충분히 힘들고 지쳐있다. 건국 이후 부모보다 가난해지는 최초의 세대 아닌가. 이들에겐 빌런들을 가루로 만드는 마동석의 핵 주먹이 오히려 위안이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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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entertain.naver.com/now/article/609/0000873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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