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오란비. 장마를 일컫는 우리 옛말이다. 말맛이 고와서일까. 오란비는 능소화 꽃만 활짝 피울 뿐, 홍수 피해를 내진 않을 것 같다."
4,120 29
2024.07.08 09:44
4,120 29

[달곰한 우리말] 무더위와 강더위 

 

장마가 시작됐다.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시인들에게도 장마는 달갑잖았던 듯싶다. "비는 하염없이 마당귀에 서서 머뭇거리고/ 툇마루에 앉아있으니 습습하다. / 목깃 터는 비둘기 울음 습습하다. / 어둑신한 헛간 냄새 습습하다. / 거미란 놈이 자꾸 길게 처져 내렸다/ 제자리로 또 무겁게 기어 올라간다(하략)" 문인수의 '장마'에선 냄새도 소리도 장면도 축축하게 느껴진다. “7월 장마 비오는 세상/ 다 함께 기죽은 표정들/ 아예 새도 날지 않는다”라고 읊은 천상병의 '장마'엔 시인의 한숨 소리가 담겼다.
 

장마는 우리말이다. 16세기 문헌에 나오는 ‘댱마ㅎ’가 어원이다. ‘댱’은 길다는 뜻이고, ‘마ㅎ’는 비를 의미한다. 여러 날 계속되는 비로, 보통 이맘때가 장마철이다. 사계절 틈새에 계절 하나가 더 있다는 생각에, 장마에 철을 붙였을 게다. 예전 장마철엔 우산 쟁탈전이 치열했다. 살이 한두 개 부러지거나 찢어진 우산이라도 일찍 집을 나서야 차지할 수 있었다. 그 시절엔 골목골목 다니며 "우산 고쳐요"라고 외치는 사람이 반가웠다.

끈적끈적한 더위는 참기 힘들다. 무더위, 찜통더위, 가마솥더위가 '습한' 더위다. 무더위는 ‘물’과 ‘더위’가 어울렸다. ‘물더위’에서 ‘ㄹ’이 탈락해 무더위가 됐다. 찜통더위는 찜통에 물을 끓일 때 나는 뜨거운 김을 쐬는 것처럼 뜨겁고 습한 더위다. 최악은 가마솥더위다. 물이 펄펄 끓어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찬 가마솥을 상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마른' 더위는 강더위다. 비가 내리지 않고 볕만 뜨겁게 내리쬐는 더위다. 강더위의 ‘강-’은 한자어 강(强)이 아니라 우리말이다. 겨울에 눈이 내리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으면서 매섭게 추운 강추위, 강서리(늦가을에 내리는 된서리), 강기침(마른기침) 등의 ‘강’도 모두 ‘물기 없이 마른’의 의미를 더한다. 강더위보다 더 뜨거운 건 불더위, 불볕더위다. 된더위, 한더위도 선풍기나 부채로는 떨칠 수 없는 더위다.

한자어 폭염, 폭서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느낌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우리말 무더위, 찜통더위, 가마솥더위, 강더위, 불더위, 불볕더위, 된더위, 한더위는 모두 한 단어이므로 붙여 써야 한다.

오란비. 장마를 일컫는 우리 옛말이다. 오래를 뜻하는 고유어 ‘오란’과 물을 뜻하는 ‘비’가 만났다. 말맛이 고와서일까. 오란비는 능소화 꽃만 활짝 피울 뿐, 홍수 피해를 내진 않을 것 같다. 오란비가 이름값을 하길 바란다.

3일 도로 인근 빗물에 파란 하늘이 잠겨 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장마철엔 건강에 신경 써야 한다. 연합뉴스

 

출처 한국일보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61114590005934?did=NA

 

 

목록 스크랩 (4)
댓글 29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다크닝과 무너진 메이크업에 지쳤나요? 네니요. 베이스맛집 입큰의 NEW 톤큐레이팅 신박템 <톤 웨어 틴티드 베이스 2종> 체험 이벤트 718 07.19 32,126
공지 더쿠 이미지 서버 gif -> 동영상 변환 기능 적용(GIF 원본 다운로드 기능 개선) 07.05 368,575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1,489,909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5,174,055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6,299,36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2,534,888
공지 [필독]성별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16.05.21 23,802,870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9 21.08.23 4,127,641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5 20.09.29 3,072,487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98 20.05.17 3,701,238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71 20.04.30 4,243,380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747,634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3320 기사/뉴스 장나라, 이혼 지라시 위기…남지현과 원팀 결성 ‘최고 17.1%’ (굿파트너)[TV종합] 08:29 176
303319 기사/뉴스 "초능력자 맞네" '데드풀과 울버린', 2박3일 '킹성비' 홍보 '끝이 없네'[이슈S] 1 08:26 187
303318 기사/뉴스 "김석진 팀은 항상 이긴다" 방탄소년단 진 성화 봉송 최상단 메인 고정..올림픽 공식계정들 뜨거운 애정 고백 4 08:18 411
303317 기사/뉴스 "의료 회복 골든타임 지났다"…전공의 채용 보이콧 조짐 2 08:15 670
303316 기사/뉴스 “성심당 같다“ 천안 시민도 엄지 척…매출 251억 찍은 그 빵집 38 08:02 3,388
303315 기사/뉴스 정이삭 감독 '트위스터스' 美 흥행 돌풍…"역대 자연재해 영화 최고" 10 07:34 2,875
303314 기사/뉴스 글로벌 OTT들도 K 콘텐츠 편성 늘려 세계 시장 공략 1 07:30 1,402
303313 기사/뉴스 ‘원조 한류퀸’ 카라가 돌아온다 [컴백 SOON] 3 07:28 1,503
303312 기사/뉴스 아이돌 콘서트장에 나타난 '번따남' ? / KNN 07:26 1,709
303311 기사/뉴스 트와이스 정연, 스테로이드 부작용 고백 "활동 중단 후 소소함에 행복" [Oh!쎈 포인트] 11 07:26 4,239
303310 기사/뉴스 방탄소년단 정국 'Seven' 총 117개국 아이튠즈 톱 송 차트 1위 '新기록' 11 07:23 1,695
303309 기사/뉴스 [스브스夜] '그알'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가해자 44명 중 단 1명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은 이유는? 9 07:15 2,310
303308 기사/뉴스 '황제경호' 논란 속 '연예인 공항패션' 촬영 도마에[홍찬선의 신공항여지도] 34 07:13 2,452
303307 기사/뉴스 삼성, 갤럭시버즈3 프로 출시일 지역에 따라 연기 1 06:41 2,156
303306 기사/뉴스 옥주현, 루머에 오열…"죽으라는 건가 싶어, 너무 폭력적" (일상의 작업실) 4 04:33 6,462
303305 기사/뉴스 일터 생긴 경계선 지능 청년들 “귀한 일터… 매일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 10 02:20 4,766
303304 기사/뉴스 9월 필리핀 가사 도우미 첫발…"업무 과중 예방·인권보호 관건" 36 02:18 3,150
303303 기사/뉴스 ‘다시 가르칠 수 있는 용기’…서이초 교사 1주기 추모 3 02:16 2,014
303302 기사/뉴스 세계 사망 1위, 무서운 이 질병…10대 환자도 확 늘었다 왜 16 02:09 8,375
303301 기사/뉴스 여성 집앞에 온 의문의 속옷 선물…"예쁘게 입으세요" 문자에 경악 13 02:08 6,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