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미켈란젤로 이후 400년 뒤의 피에타.jpg
10,869 17
2024.07.08 01:03
10,869 17

기독교 미술에는 '피에타'라는 주제가 있다.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의미인데,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의 시신을 안고

슬퍼하는 성모를 묘사한 것이다.

 

예술가들이 피에타를 주제로

도전하기 시작한 것은 14세기경부터였지만

여러분이 '피에타'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바로 이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가

1498~1499년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만든 피에타.

 

미켈란젤로는 성모를 실제 비례보다 훨씬 크게 조각해서

예수의 시신을 안은 모습이 어색하지 않도록 처리했다.

그리고 30대 아들을 둔 어머니였음에도 성모의 얼굴이 젊게 표현된 건

세속의 추잡한 때가 티끌만큼도 묻지 않은 동정녀를 나타내기 위해서였다.

 

예수의 탄생을 천사로부터 예고받았을 때

'하느님의 뜻대로 하소서'라며 순명했던 것처럼,

예수의 죽음을 마주한 성모는

아들의 시신을 무릎 위에 눕혀 안고

하늘을 향해 왼손 손바닥을 펴서 살짝 들어올려

'이 또한 하느님의 뜻이라면 순명하겠다'는 것을

절제된 감정 표현으로 묘사했다.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소장된 이 피에타는

이후 다른 예술가들이 피에타를 주제로 다룰 때

그림으로든 조각으로든 큰 영향을 끼쳤으며,

1972년 한 정신병자에 의해 성모의 코와 왼팔이 박살나기도 했다.

 

 

 

 

미켈란젤로가 저 피에타를 만들고

400년이 지난 1930년대,

독일에서 새로운 피에타가 탄생한다.

 

 

 

 독일 프롤레타리아 회화의 선구자 케테 콜비츠가

1937~1938년 70대의 나이에 만든 피에타.

 

원제는 '죽은 아들과 어머니(Mutter mit totem Sohn)'이다.

 

 

노동자, 농민, 빈민 등 사회적 약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이들을 예술의 대상으로 삼았던 케테 콜비츠는

제1차 세계대전 때 아들 페터가 참전했다가 전사한 후

반전주의와 평화주의를 주제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케테 콜비츠의 피에타는 여러 가지 면에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와 대비된다.

 

 

죽은 아들을 안은 어머니는 젊은 동정녀가 아니라

세월의 풍상을 그대로 겪은 나이 든 모습이다.

 

잔뜩 웅크린 아들의 시신을 품에 꼭 끌어안은 어머니는

슬픈 감정을 절제하지 않고

아들의 죽음으로 인한 고통을 그대로 드러낸다.

 

어머니의 왼손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와 달리

하늘을 향하지 않고 죽은 아들의 오른손을 살포시 잡고 있다.

 

 

패기 넘치는 20대 젊은 천재가 만든 피에타가 아니라

전쟁에서 자식을 잃은 70대 늙은 어머니가 만든 피에타.

 

 

1993년 독일 통일 후 독일 정부는

전쟁 피해자를 추모하는 기념관인

노이헤 바헤(Neue Wache)를 다시 개관하면서

케테 콜비츠의 피에타를 확대 복제해 전시한다.

 

 

 

 

 

노이헤 바헤 천장에 뚫린 둥근 천창을 통해

하늘에서 내리는 비와 눈이 그대로 조각에 떨어지며

 

관람객은 이를 통해 자식을 잃은 슬픔에 잠긴 어머니를,

 

성스러움이 느껴지는 초월적인 존재가 아닌

세상 어디에나 있는 미약한 인간인 어머니를,

 

전쟁이 앗아간 운명 앞에서 달리 어찌할 바가 없어

그저 자식의 시신을 끌어안을 수밖에 없는 어머니를 보게 된다.

 

목록 스크랩 (1)
댓글 17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수려한🌸] 나 홀로 자연광 받은 듯, 속광 가득 매끈광 쿠션 <더 블랙 텐션 핏 메쉬쿠션> 체험 이벤트 587 08.21 19,855
공지 더쿠 이미지 서버 gif -> 동영상 변환 기능 적용(GIF 원본 다운로드 기능 개선) 07.05 938,433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2,094,562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5,749,814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7,099,535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3,398,964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16.05.21 24,647,215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0 21.08.23 4,440,631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7 20.09.29 3,372,504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30 20.05.17 3,992,211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75 20.04.30 4,521,094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18번 특정 모 커뮤니티 출처 자극적인 주작(어그로)글 무통보 삭제] 1236 18.08.31 9,100,519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86815 이슈 하이브는 "오보" 억울…'음주운전' BTS 슈가, 또 물 먹인 해프닝 (엑's 현장)[종합] 13:07 43
2486814 이슈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여행을 더 좋아하는 이유 7 13:05 554
2486813 이슈 스타크래프트가 한국말에 끼친 영향.jpg 13:04 466
2486812 기사/뉴스 BTS 슈가, 경찰서 이어 국회까지 간다..충격 10 13:03 1,409
2486811 유머 ’봉고‘라는 말을 들었을 때 생각나는 차는?.jpg 73 13:03 684
2486810 유머 스레드가 이대로는 트위터를 이길 수 없는 이유 (고란의 소영배) 3 13:03 458
2486809 유머 유퀴즈) 우석선수가 제덕선수를 알람 시계로 쓴걸로 알고있거든요 4 13:02 760
2486808 이슈 육성으로 사용하면 무조건 거르는 농담 1순위.txt 5 13:02 563
2486807 이슈 CJ온스타일 초대형 모바일 라이브쇼 제작발표회 mc들 사진(한예슬, 소유, 안재현, 선예, 김소영) 3 13:02 383
2486806 이슈 결혼지옥 자물쇠 부부.jpg 11 13:01 1,179
2486805 이슈 화보 정말 잘 찍는 것 같은 세븐틴 정한 (맨 노블레스 위블로 광고화보) 4 13:01 157
2486804 이슈 여친 살해한 연대 의대남 게이 의혹 26 13:01 1,973
2486803 이슈 툥툥즈🐼 3 13:01 329
2486802 기사/뉴스 대투수 양현종 미담 터졌다 "후배들 위해 전광판 기증"('2장1절')[종합] 12:59 353
2486801 유머 그런 잠옷은 너네 엄마가 사줬냐??. 5 12:59 1,362
2486800 기사/뉴스 시민·언론단체 "임성근 반대서명 제출 취재 막혀…인권위 진정" 12:58 136
2486799 이슈 방금 팬들 반응 터진 오마이걸 코스모폴리탄 9월호 화보.jpg 4 12:57 1,051
2486798 이슈 키오프 하늘이 직접 시안 보낸 음방헤어 모음 2 12:56 873
2486797 유머 반지의 제왕 내용 30초 요약 : 거대한 팀쿡이 지키고 있는 애플본사에 아이폰 버리러가기 5 12:54 766
2486796 이슈 커뮤마다 난리난 12살 연상 남사친 민수오빠 109 12:48 10,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