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의 의미, 그리고 받아들이는 자세.
거절을 당하는 것을 초-중-고 때는 실패로 받아들였었다. 거절에 대응-극복하는 방법보다는, 거절을 안당하는 법을 익히며 학창 시절을 보냈던 것 같다.
내 인생 첫 번째 차디찼던 거절은 '경영 학회(동아리)'를 찾을 때였다. 대학교 3학년 시절, 경영학과로 전과 후 당시 유명(?)했던 경영 학회 3~4군데에 지원했는데, 같은 학생들로부터 차디찬 거절을 당했다. '학회에 입회 = 잘해 보였던(?) 친구들과 성장할 수 있는 기회 = 잘나가는(?) professional firm 입사의 first step'이라 생각했던 나에게는 처음 마주한 장벽이었다. 포기하지 않고 지원했던 덕에, S&D 라는 연합학회의 4기 멤버로 조인하여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솔직히 당시에는 더 조인하고 싶었던 곳들이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S&D 에 early 멤버로 조인한 덕에, 초기 조직의 불안정성을 극복하는 법, 초기 멤버들끼리 똘똘뭉치며 의미있는 관계로 성장하는 법, 전통을 만들어 가는 법 등 배웠던 것 같다. 지금 S&D는 최고의 학회 중 하나가 되었고, 내 기수 곱하기 10 이상 해야 현재 기수가 나오는 전통있는 학회가 되었다.
두 번째 경험했던 거절은 '첫 번째 인턴'을 구할 때였다. 더불어, 컨설팅 RA 에 도전할 때였다. 당시에는 인턴이 많지 않았다. 경영대 게시판에서 인턴 공고가 올라오면 무조건 지원했고, 처음에는 칭찬으로 시작하지만, '다만'이라는 접속사가 붙은 불합격 내용을 많이 받았다. 불합격을 받으면 '나만 왜 안되는 것일까?' 마음에 약 1시간 좌절의 시간이 왔는데, 그러면 일단 자고 일어나서 다른곳에 지원서를 냈다. 그리고, 컨설팅 RA 가 너무 하고 싶어서 (특히 Bain RA), 베인, 모니터, 커니 등 국내외 컨설팅사에 지원했었는데 번번히 탈락했었다. 결국, 2023년 1기 인턴을 모집했던 KT 에 운좋게 합격해서 첫 인턴의 경력을 쌓을 수 있었고 (당시, KT 는 첫 인턴을 운영했기 때문에, 경험이 전무했지만 의지과 간절함이 만땅이었던 나를 뽑아줬다), 이후 컨설팅 RA 연전 연패하다가 Bain 내 Case 팀 중 RA 한 명이 중간에 군대에 입대하게 되어 급 올라온 공고를 보고 빠르게 지원하여 운좋게 Bain RA 로서 4~5개월 일을 할 수 있었다. 당시 해당 Bain 팀 분들을 재밌게도 6~8년 뒤 BCG 에서 만나게 되었고, 덕분에 더 많이 배우게 되었다.
세 번째 거절은 MBA 지원 시 왔다. '이 정도 경력 쌓았으면 MBA 는 되겠지' 싶었는데, 7개 이상의 학교에서 매몰차게 거절당했다. '남들은 한 방에 되는데 나만 왜이러지?' 싶었지만, 뒤늦게 꽂힌 Stanford 만 바라보며 도전에 도전을 거듭한 끝에, 결국 Stanford MBA 에 2013년에는 최종 Ding 이었지만 2014년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만난 동기와 Ringle 창업을 하게 되었고, 그 당시 지인의 소개로 bay area 에서 만난 인연과 연애/결혼을 하게 되었다.
창업 시작 후에는 더 많은 다양한 거절을 경험하게 되었다. 2019년 SEED 라운드 투자 시에는 약 30개 투자기관으로부터 거절을 경험하기도 했고, 인재 영입 제안을 했지만 '죄송합니다. 지금은 이 일에 전념할께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그런데, 링글 투자를 거절하며 정성어린 피드백을 준 분들이 있었는데, 그 피드백들이 링글을 성장시키는 데에 큰 자양분이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링글의 가능성을 본 투자기관 분들과 성장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성장하다 보면, 다양한 순간에 다양한 사람/기관으로부터 다양한 거절을 마주하게 된다. 수 많은 거절을 경험하면서 느낀, '거절을 성장으로 승화시키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1. 아픔을 짧게 받아들인다. 거절은 아프다. 지금도 거절 당하면 아프다. 그 아픔을 인정하되 (여전히 아프고 힘들구나), 최대한 짧게 그 아픔의 순간을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 등산하기, 잠시 잠자기, 친구 만나기 등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단, 드라이브는 안좋다. 위험한 것만 피하면 된다.
2. 자기 부정하지 않는다. 거절 당하면, 내 과거가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거절은 '내가 잘못 살았음' 보다는 '상대방과 fit이 안맞음'이 더 가깝다. 나와 fit 에 맞는 상대방을 찾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fit 이 맞는 기관/사람 찾을 때까지 계속 만난다 생각해야 한다. 운 좋으면 초반에 만나는 것이고, 운이 따르지 않으면 50번 째 만날 수도 있다. 다만, 만나는 것이 중요하지 빨리 만나는 것이 중요하지는 않다.
3.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Fit 에 맞는 사람/기관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만날 때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빨리 만나겠다고 너무 서두르면 마음만 힘들다. 매 만남에 (인터뷰, 투자 제안, 인사 영업 미팅 등등) 최선을 다하면 된다. 최선을 다하다 보면, 거절을 당해도 거절한 사람이 다른 누군가를 소개해 주게 되고, 그렇게 소개받은 사람/기관과 fit 이 맞아 무엇인가 성사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 매번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고,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4. 겸손과 감사를 얻는다. 거절을 많이 당하다 보면, '내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구나' '주변의 도움과 운이 따르는 것이 중요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경험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들고 감사함을 표현하는 사람으로 만든다.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감사함을 바탕으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5. 계속 거절당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거절 당한다는 것은 도전 한다는 것이다. 안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절이 싫어서 거절을 피하는 인생을 살게 되면, 나중에 큰 후회를 하게 될 수 있다. 물론, 거절은 아프다. 당하고 당해도 적응하기 어렵다. 다만, 계속 거절 당하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 그게 도전하는 인생이다.
마지막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한다. 계속 거절당하는 인생을 살자. 그리고 끝이 없는, 포기하지 않는 인생을 살자.
출처 :
링글 CEO 이승훈 님 글
https://brunch.co.kr/@seunghoon82/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