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차감'이란 수년 전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등장한 단어다. 고가 차량에서 내릴 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데서 오는 만족감을 뜻하는 용어로, 과시를 위해 국산차가 아닌 외제차를 선호하는 이들 사이에서 널리 쓰였다. "독일 3사(벤츠, BMW, 아우디)는 돼야 하차감이 좋다고 할 수 있다"거나 "리스 차와 차별화되는 슈퍼카의 하차감이 가장 최고"라는 식이었다.
최근 이 단어를 지하철역에 응용한 게시물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값비싼 자동차에서 내릴 때와 마찬가지로, 집값이 비싼 강남 지역 지하철역에서 하차할 때 주변의 부러운 시선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강남 지역 거주를 이유로 우월감을 과시하는 모습이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지속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SNS에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것이 과거에는 부정적으로 비쳐졌지만 이제는 오히려 선망의 대상이 되면서 이 같은 물신주의적 경향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반포역 내릴 때 우쭐해" "잠실역은 별로"
지난달 2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진정한 하차감은 자동차가 아니라 지하철역에서 나온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글쓴이는 "요즘 누가 독일 3사 자동차에서 내리는 걸 쳐다보고 있느냐"며 "반면 지하철역은 도곡역에서 내리려 하면 '저 사람 여기 사는 건가?'하고 힐끔힐끔 쳐다본다"고 말했다. 이어 "잠실역이나 강남역은 (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환승역이라서 하차감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동조하는 글도 다수 올라왔다. "하차감은 청담역도 좋은 것 같다"거나 "귀가할 때 반포역이나 잠원역에서 내리는데 '난 평당 1억2,000만 원짜리 집에서 사는데 너희들은 어디로 가냐'는 생각이 든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또 다른 누리꾼은 "대학생 때 대중교통을 타고 가다 내가 실제 다니는 대학보다 급이 낮은 대학 근처에서 하차하면 왠지 억울한 기분이 들었는데 같은 심리인 것 같다"며 공감했다. 이를 접한 누리꾼 다수는 "말도 안 되는 허영심에 혼란스러울 지경"이라거나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실제로 있다니 경악스럽다"며 난색을 표했다. 다만 일부는 "회사 퇴근길에도 동료가 부자 동네에서 하차하면 소문이 돌고, 학생들이 고급 주거 지역에서 내리면 '금수저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며 "솔직히 공감되는 이야기"라는 반응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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