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로 간직하고 있는 사진 보실래요?”
롯데 자이언츠 신인 투수 박준우(19)는 5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BO 퓨처스 올스타전을 앞두고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배경화면으로 저장된 ‘인생 사진’을 자랑하기 위해서였다. 바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걸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에게 시구를 가르치는 사진이었다.
사연은 이랬다. 박준우는 지난달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더블헤더를 앞두고 급히 구단의 호출을 받았다. 이날 시구자로 예정된 카리나의 시구 선생님으로 내정됐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통보였다.
이날 다른 구단 행사가 있어 사직구장으로 출근한 박준우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어려웠다. 평소에도 가장 좋아하던 스타에게 직접 시구를 가르칠 수 있는 기회. 박준우는 “만나면 어떤 표정을 짓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부터 고민이 됐다. 그냥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고 웃었다.
사실 이날 카리나의 시구는 불발 위기를 맞았다. 전날인 8일 경기가 비로 취소되면서 9일 더블헤더가 편성돼 일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리나가 더블헤더 2차전 시구자로 나서기로 하면서 박준우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1군 선수들은 1차전이 끝난 뒤 바로 2차전을 준비해야 해서 2군 선수인 박준우가 카리나의 시구 선생님이 됐다.
그렇게 카리나를 만난 박준우는 “같은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마치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면서 “처음 공을 던지는데 정확하게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가더라. 깜짝 놀랐다. 그래서 별다른 코칭 없이 옆에서 투구를 지켜보기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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