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사설] 충주맨이 불편한 이유
89,879 255
2024.07.04 13:14
89,879 255

유튜브에 영상 좀 올려본 사람은 조회 수 ‘100만’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숫자인지 잘 안다. 소위 ‘잘나가는’ 전문 유튜버나 ‘셀럽’ 정도는 돼야 가끔이나마 누릴 수 있는 꿈의 조회 수다. 그런데 이 ‘꿈같은’ 숫자 100만을 훌쩍 넘긴 경이로운 조회 수가 최근 공공기관 홍보 채널에서 ‘빵빵’ 터지고 있다. 1,014만(충주시 유튜브), 881만(양산시 인스타), 338만(코레일 인스타) 등등. 왠지 고리타분할 것 같은 지자체 등 공공기관들이 의외로 젊은 감각의 영상을 만들어 정책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여기에 MZ세대 시청자가 호응하면서 그야말로 ‘비현실적인’ 현실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유튜브 러시’는 시민에게 다가가려면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으로 읽힌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시민이 모르면 소용없으니. 고민의 해답을 찾는 과정에선 참신한 기획력과 ‘끼’를 갖춘 크리에이터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이미 ‘충주맨’ ‘미스기관사’ ‘소방관 삼촌’ 등 스타급 유튜버가 속속 등장했고, 능력자 영입을 위한 파격 조건도 내걸렸다. 일례로, 부산시는 최근 시 공식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크리에이터 채용 공고를 내며 일반임기제 7급을 부여했다. 일반적으로 7급은 전문직에 해당하는 공인회계사나 인공지능(AI) 전문가 등에 적용되는 급수다.

일약 스타덤에 오른 공무원 유튜버 중에서도 ‘충주맨’ 김선태 주무관은 가장 독보적인 성공 모델로 꼽힌다. 그는 충주시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를 지역 인구의 4배 수준으로 늘리는 등 눈부신 성과를 일궈냈다. 하지만 충주맨의 성공 이면엔 연간 61만 원이라는 초저예산으로 기획, 촬영, 출연, 연출, 편집까지 혼자 도맡아야 했던 열악한 환경이 숨어 있다. 그나마 충주맨은 승진도 했고 최근 후배 직원까지 생겼지만, 대다수 공공기관 홍보맨들의 현실은 눈물 난다. 요즘 ‘뜨는’ 챌린지는 기본이고, ‘빅 재미’를 위해 몸을 던져가며 영상을 만들어도 고작 몇 백, 몇 천 회에 불과한 조회 수에 좌절하기 일쑤다. 유튜브 크리에이터에 7급이라는 파격 조건을 내건 부산시조차 채용 예정 인원은 단 한 명. 콘텐츠 기획부터 제작, 출연, 연출까지 한 사람의 몫으로 규정한다.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맨땅에 헤딩까지 하는 현실이 ‘개인기’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고, 마침내 조직의 성공담으로 둔갑하는 상황도 당황스럽다. 열악한 환경을 이기고 성과를 거둔 극소수의 이야기가 모두가 따라야 할 모범 사례로 통해선 안 된다. 지원에는 인색하면서 성과를 기대하는 풍토야말로 조직을 위해 개인의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는 전근대적 조직문화의 전형 아닌가.

부족한 인력, 열악한 제작 환경은 공공기관 홍보 영상이 ‘OOO의 패러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로 이어진다. MZ세대와의 소통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소중한 영상들이 맥락 없는 개그에 그치지 않고 의미 있는 공공 콘텐츠로 정착하기 위해선 개인기에 기대기 전에 상식적인 수준의 투자와 지속 가능한 제작 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혼자서 또는 몇몇이 열정을 ‘갈아 넣어’ 만든 영상이 경직된 공직사회의 편견을 깨는 ‘의외성’의 가면을 쓰고 젊은 시청자의 호응을 얻는 상황은 그냥 아이러니일 뿐이다.

충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에 2020년 올라온 ‘공무원 관짝춤(Coffin Dance)’의 한 장면. 김선태 주무관은 가나의 유명한 장례식 댄스 영상을 패러디해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영상은 2일 기준 조회수 1,014만 회를 기록 중이다. 충주시 유튜브 캡처

출처 한국일보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70215550005861?did=NA

'열악한 환경을 이기고 성과를 거둔 극소수의 이야기가 모두가 따라야 할 모범 사례로 통해선 안 된다'

목록 스크랩 (9)
댓글 255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페리페라🩷] 잉크 무드 글로이 틴트 부활한 단종컬러 & BEST 컬러 더쿠 단독 일주일 선체험 이벤트! 651 08.21 25,973
공지 더쿠 이미지 서버 gif -> 동영상 변환 기능 적용(GIF 원본 다운로드 기능 개선) 07.05 944,293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2,098,883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5,755,999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7,105,521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3,408,890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16.05.21 24,653,272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0 21.08.23 4,443,145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7 20.09.29 3,372,504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30 20.05.17 3,993,717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75 20.04.30 4,522,020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18번 특정 모 커뮤니티 출처 자극적인 주작(어그로)글 무통보 삭제] 1236 18.08.31 9,105,805
모든 공지 확인하기()
64740 기사/뉴스 [단독] 음주운전 슈가 소환 16일째 지연... 서울청·용산서 “소환 시기 우리도 몰라” 262 18:30 13,451
64739 기사/뉴스 샤이니 태민, 옷 사업 시작한다...새 앨범 전시회서 홍보 512 18:03 34,309
64738 기사/뉴스 딸 성추행 당하자 "새마을금고 폭파" 위협한 아버지...집행유예 298 17:27 26,339
64737 기사/뉴스 “이선균 잊었나?” BTS 슈가 과열 취재경쟁에 쏠린 우려 608 17:02 29,170
64736 기사/뉴스 '굴욕 면한' 방탄 슈가, 포토라인 눈치게임 시작 [종합] 171 16:27 34,231
64735 기사/뉴스 “저 얼굴이 45세 남사친? 낄낄” 일반인 조롱 ‘위험 수위’… 제작진은 책임 없나 [넷만세] 246 16:26 47,742
64734 기사/뉴스 [단독] 새벽 동작구 아파트서 어머니 살해…30대 아들 입건 304 16:03 44,925
64733 기사/뉴스 단골 잡으려고 매일 공짜커피 준 직원…사장은 "왜 네 마음대로" 460 15:24 57,910
64732 기사/뉴스 자폐 아들 살해 뒤 극단적 선택 301 15:21 57,330
64731 기사/뉴스 [단독] 김희영, ‘마녀사냥·집단린치’ 호소…재판 공개 최소화 요청 150 15:16 24,302
64730 기사/뉴스 컵라면 싸오는 승객들... 항공사, "뜨거운 물 제공 중단" [앵커리포트] 135 15:07 12,533
64729 기사/뉴스 [속보] 김희영 측 "이유 떠나 노소영에게 진심으로 사과" 479 15:02 55,478
64728 기사/뉴스 “기어 착각” 90대 운전자, 후진하다 행인 4명 덮쳤다…1명 사망 397 14:36 44,324
64727 기사/뉴스 용산 전쟁기념관도 독도 철거‥"진짜 뭐가 있나" 발칵 381 14:10 23,035
64726 기사/뉴스 [속보] 광주 모 치과에 도착한 택배 폭발…사제폭발물 가능성 ++인명피해없음 197 14:00 41,249
64725 기사/뉴스 용산 전쟁기념관도 독도 철거.news 416 12:12 23,139
64724 기사/뉴스 수박 상태가 이상한데?…뜯어보니 67억어치 마약 쏟아져 372 11:45 61,478
64723 기사/뉴스 '진짜 충격'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14명' 3년째 정체…어느샌가 '15명' 일본에 추월[SC이슈] 126 11:29 12,022
64722 기사/뉴스 뉴질랜드 캔터베리에서 한국 스키 선수들 자동차 사고 284 11:02 50,618
64721 기사/뉴스 빅히트 "BTS 슈가, 오늘(22일) 경찰 출석 안 한다" [공식입장] 272 10:16 30,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