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이탈 등으로 비롯된 의료공백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병원에 복귀한 전공의와 전임의의 현황을 공개하는 ‘블랙리스트’가 또 등장했다. 복귀를 고민하고 있는 이탈 전공의들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대학병원 휴진으로 불안한 환자들이 거리로 나서는 상황에서 기껏 내놓은 게 복귀한 의사 현황 리스트라니 말문이 막힌다. 정부는 2일 블랙리스트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고 단호한 대응을 강조했다.
최근 의사·의대생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는 병원에 복귀한 의사 현황 리스트가 올라왔다. ‘전공의와 전임의의 병원 복귀를 격려하기 위함’이라고 적었지만, 실제로는 댓글로 출근자 현황을 제보받았다. 병원별로 근무 중인 전공의 숫자와 소속 진료과 및 연차 등의 정보가 공유됐고, 전임의의 경우 출신 병원과 학번 등 복귀자의 신원을 특정할 만한 정보가 게시되기도 했다. 이 커뮤니티에는 지난 3월에도 환자 곁을 지키는 전공의를 ‘참의사’라고 조롱하며 개인정보를 공개한 글이 올라온 바 있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 2월 이른바 ‘7대 요구안’을 내놓은 이후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의료공백 사태 해결에 아무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요구안의 상당 부분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묵묵부답이고, 범의료계 차원의 의견수렴을 위한 기구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위(올특위)’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의견을 취합해 정부와의 대화에 나서려 하는 의료계의 자체 노력조차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대전협은 하루빨리 의견 수렴을 통해 입장을 정리하고 올특위에 참여하거나 정부와의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환자 곁을 지키고 있는 전공의와 전임의를 위협하는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의정대화 자체를 막고 의료공백 사태를 연장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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