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인구 비상사태가 아니라 사회 비상사태다
47,686 433
2024.07.03 11:49
47,686 433
https://naver.me/FCAnBdWP


19세기 북미의 흑인 여자 노예들은 목화 뿌리를 씹었다. 카리브해의 노예들은 약초를 씹었다. 민간 피임법이었다. 아이를 갖지 않기 위해서였다.

애초에 유럽 제국주의자들은 흑인 노예의 재생산에 관심이 없었다. 노예가 부족해지면 서아프리카에서 끌고 오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19세기 초 노예 무역이 금지되면서 농장주들이 흑인 노예의 감소에 대해 각별히 주위를 기울였다. 토마스 제퍼슨은 성인 노예보다 아이 노예가 두 배의 가치가 있다고 공공연히 떠들 정도였다.

농장주 입장에서 노예의 피임은 상당한 골칫거리였다. 곧이어 '영아 살해'가 등장하자 농장자들이 공포에 휩싸인 채 노예들을 부랴부랴 단속했다. 비참한 영양과 위생 때문에 영아가 죽어간 것을 영아 살해로 오인하기도 했지만, 실제로 산모와 흑인 산파가 영아를 살해했다는 기록도 존재한다.

요컨대, 처절한 재생산 저항이었다. 출산 파업이었다. 자식에게 고통스러운 노예의 삶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목화 뿌리를 질겅질겅 씹었던 것이다. 농장주는 인구 감소를 걱정했지만, 노예들은 삶의 추락에 절망했다. 삶이 절망일 때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삶의 재생산 중단이었다.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정부와 언론이 인구 감소에 대한 공포를 부추기고 해괴한 저출생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그때마다 목화 뿌리를 씹던 여자 노예들의 마음을 떠올리곤 한다. 그 허다한 대책들 어디에도 사람과 우리의 삶을 걱정하는 소리가 없다. 노예 노동력 감소에 당황하던 농장주들의 비명만이 존재한다.

케겔 강화 댄스로 괄약근을 조이고, 정관 수술비를 지원하며, 여학생 조기 입학을 권장하는 괴이한 인구 대책들을 보고 있자면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차라리 곰에게 쑥과 마늘을 먹여 인간으로 변신시키는 게 인구 증가에 도움이 되겠다. 급기야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초등생들에게 야간자율학습을 시키고 부부들의 성생활을 독려하자는 윤석열 정부의 강구책은 B급 코미디의 정점을 찍는다.

시민들은 '사람'을 낳고 싶지만, 지배 권력과 자본은 '인구'를 낳기를 바란다. 사람이 사람 대접을 못 받으니 아이를 안 낳는 것이다. 아무리 그럴 듯한 말과 갖은 공포의 언어로 치장해보았자 단순히 사람을 인구로 수단화하고, 그저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 납세 의무자, 소비자로만 대상화하면 시민들은 출산 파업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고단한 삶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한쪽에선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는데 한쪽에선 아동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대 아동 수출국이다. 한쪽에선 아이를 낳으라 극성을 피우는데, 다른 한쪽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끓는다. 하루에 35명꼴,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다. 통렬한 위선이 아닐 수 없다.




목록 스크랩 (53)
댓글 433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올여름, 코미디의 정석이 이륙합니다! <파일럿> 최초 무대인사 시사회 초대 이벤트 406 00:08 13,126
공지 더쿠 이미지 서버 gif -> 동영상 변환 기능 적용 13:57 11,898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1,160,829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4,820,131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5,837,94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2,106,809
공지 [필독]성별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16.05.21 23,379,767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9 21.08.23 3,982,005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5 20.09.29 2,927,132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84 20.05.17 3,573,469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68 20.04.30 4,136,04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615,432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1095 기사/뉴스 12년 전 'MBC 민영화' 추진했던 이진숙‥의혹 여전한 이유 20:20 43
301094 기사/뉴스 조권, JYP 정산 시스템 폭로했다…21만원 받고 母와 폭풍 오열 ('스튜디오 매일매일') 43 20:06 3,185
301093 기사/뉴스 이전 ‘급발진 주장’ 택시기사 블랙박스 보니…가속페달만 밟아 11 19:57 1,407
301092 기사/뉴스 ‘3000억 횡령’ 발생 은행, 직원 3년치 성과급 환수 놓고 ‘시끌 5 19:54 1,191
301091 기사/뉴스 출산하는 성모상, ‘신성모독’ 논란 속 전시 하루만에 망가져 33 19:51 2,261
301090 기사/뉴스 레드벨벳, 팬콘 투어 서울 공연 1회 추가 개최…뜨거운 인기 4 19:46 364
301089 기사/뉴스 "네이버 보안 못 믿어"...日 국내 보안은 구멍 '숭숭' 11 19:45 802
301088 기사/뉴스 금감원, ‘파두 뻥튀기 상장’ SK하이닉스 2차 압수수색 19:30 472
301087 기사/뉴스 [단독] 매봉역 여직원 휴게실서 '몰카' 적발…서울교통공사, 즉각 '직위해제' 28 19:21 2,741
301086 기사/뉴스 일본 카도카와, 서비스 중단 한 달째…피해 규모 눈덩이처럼 불어나 5 19:20 2,018
301085 기사/뉴스 카이스트에서 미생물로 인공 달걀 개발 성공 12 19:17 1,436
301084 기사/뉴스 손아카데미 경기영상 보니 욕설·고성…"답답해 거친 표현" 해명 209 19:10 13,379
301083 기사/뉴스 [단독] '아이랜드2' 이즈나, 정식 데뷔도 전에 북미 진출 첫 무대 5 19:06 1,882
301082 기사/뉴스 '너의 다음 생 응원해♡'…시청역 조롱글 30대 "희생자와 동창" 거짓말도 6 19:03 1,100
301081 기사/뉴스 WM엔터, 온앤오프 투어 방만 운영 논란 사과 “책임 통감”[종합] 33 18:54 2,739
301080 기사/뉴스 영탁 측 "허위사실·명예훼손 심각성 인지…선처 없이 법적 대응" 4 18:38 964
301079 기사/뉴스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예비비 87억 추가 배정…총 비용 640억 210 18:13 7,239
301078 기사/뉴스 박중훈, 음주운전 자숙 당시 심경 “후회되고 괴로워, 스스로 안타깝기도”(퇴근길) 3 18:12 2,018
301077 기사/뉴스 경수진, 유튜브 채널 ‘만취 경수진’…“힐링 방송 만들고 싶다” 5 18:07 2,400
301076 기사/뉴스 채상병 사건 수사심의위 "6명 송치, 3명 불송치 의견" 2 17:58 8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