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분명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가고 있던 난
갑자기 눈앞에 드리워지는 어두운 그림자를 봄과 동시에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그런데.... 눈을 뜬 내가 있던 곳은 짙은 회색 하늘이 음울한 텅빈 거리....
낯선 장소에 와있다는 충격에 두리번거렸던 것도
잠시, 난 내 밑에 있는 하얀 쪽지를 발견하고...
이어, 내 눈 앞에 여러 갈래의 이정표와
그것을 따라 늘어선 길들이 있다는것을 알게 된다
곧이어 무언가에 이끌린 듯 발밑에 떨어진 쪽지를
주워 올려 읽어보는 나
그 쪽지 안에는 놀랍게도 내가 이 이정표에 표시된 장소 중, 한 곳을 선택하여 한 달을 버텨야 된다는
내용 과 함께 내가 해야 할, 선택 할 수 있는 사항들이 정리 되어있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한참을 그대로 망설이듯
서있었던 난, 곧이어...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내게 다가오는 듯한 소름끼치는 무언가의 기척에
재 빨리 쪽지 안의 선택 사항들을 다급히 살펴보았다....
[과연 당신이 한 달 동안 지내야 할 장소는 어디일까?]
1.검은 숲
도무지 길을 찾을 수 없는 어둡고 습기 가득 찬
이 검은 숲 속에서 한달을 보내야 한다면,
이 한 달 동안 내가 미치지 않고, 온전한 정신을
유지한 채 빠져나갈 수 있을까
딱딱하게 매말랐지만 신체에 아무런 해가 되지 않는 갈색 버섯과 핏방울 처럼 매달린 과일들,
그리고 군데 군데 솟아나는 샘물로 간신히 점점
더해가는 허기를 해결 할 수 있다고 해도 과연,
밤 낮 구분 없는 이 숲에서 계속해서 들려온다는 저 소름끼치는 무언가의 소리를 내가 참을 수 있을까
축축함으로 가득 찬 동굴 말고는 몸 하나 편히 누이고, 숨길 수 없는데 분노로 가득찬 눈빛을 빛내며 나를 노릴 듯, 금방이라도 덮칠 듯 다가서는 저 그림자들이, 이 쪽지에 있는 설사 내게 직접적인 해를 가 할수 없다고는 해도
내가 과연.... 울부짖듯 외치는 나에 대한 저주를
피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래도 여긴.... 이정표의 다른 장소에 비하면 차라리...
2.검은 도시
불이 켜진 마트라던가,
방금 전 까지 사람이 있었던 듯 바닥이 따듯한
빈 집들이 널려 있는것으로 봐선
번영했던 도시가 분명한데,
어째서 지금은 이렇게 창백해진 피부,
초첨 없는눈으로 거리를 배회하는
사람들 말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게 된 걸까
어째서 이렇게.....
죽음의 냄새가 가득해진 폐허가 되어버린 것일까..
한 달 동안의 의식주는 어떻게든 빈집이나, 여러 상점들을 통해 해결 할 수는 있다고는 해도
저 사람인지, 좀비인지 모를, 살아있는 또 다른
생명체만 보면 빠른 속도로 미친듯이 달려들어
갈갈이 찢어버리고 만다는
저 악마 같은 존재들을 피해.... 내가 과연 안전히
이동 할 수 있을까?
건물로 숨어든다고 해도 그 건물 안에서 저것들의 침투를 막으며 버틸 수 있을까?
아...모르겠다... 내가 내는 숨소리조차 알아챌 듯 한 이 도시에서 과연....
3.검은 집
선택한 이정표를 따라 걷다 길을 걷다 보면
하얀 안개 속에서 작은 창고 같은 집이 나온다고 한다
그 집안에는 딱딱한 작은 침대,작은 욕실,그리고
내가 한 달 동안 먹고 지낼 수 있는 물품들이
있다고 하는데....
다만 한 가지,오락거리가 없다는 것을 빼면,
그 안에서만 있어야 한다는 답답함을 참아낸다면
다른 장소들에 비해 그나마 안전한 편에 속하는 것일까?
하지만 밤이 되면 기괴한 울음소리를 흘리며
죽음을 건네듯 다가서는 여러 정체불명의
존재들로 인해 공격 받게 된다는 집...
결코 쉽게 불타거나 누군가 휘두르는 도끼로
갈라질 집이 아니라고는 적혀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집 가운데에 있다는 창문 하나가
너무 신경 쓰인다....
매일 밤 저 창문을 통해 나를 핏빛 가득한 눈동자로 노려볼 누군가의 시선과,
터질 듯 울리는 잔인한 분노,
나를 위협하듯 시끄럽게 들려오는 벽을 쳐대는 소리들....
비록 먹을 것에 대한 걱정은 없다고 하지만..
4.검은거리
바다 한가운데에 나있는, 낮에는 온통 하얀 안개로
둘러쌓인 이 거리를
나는 차나 아무런 이동 수단 없이 끝없이 걸어가야 한다
희뿌연 안개로 시야가 가려진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인간인 내가 견뎌내기에는 힘든 것인데,
밤에 더해지는 그 검은 어둠 속에서는 더 이상의
이동도 할 수 없는 난,
누군가 숨을 헐떡이듯 나를 쫒는 소리를 참아내며
잠에 들어야 한다
가끔 운이 좋을 땐 안개 속에서 드러나는 식량이나, 각종 필요한 용품이 든 가방을 발견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것이 계속 지속되는 것인지 아니면 한 두번에
끝나고 말 것인지 나는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이 거리의 장소를 선택하게 된다면
난 나에게 써야 할 모든것을 아껴가며,
각종 괴수가 가득하다는 바다에 빠지지 않기 위해
밤에는 걸음을 멈추며...
내가 멈추어도 계속해서 들려오는 저 두려운
누군가의 차갑게 부딪히는 쇠소리와 함께
헐떡임을 참아내며...
한 달을 보내야 한다
절대로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고 써있는
지시 사항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그래도...나를 쫒는 무언가가 내가 돌아보지 않는
이상 나를 잡을 수 없는 것이라면...
마치 바로 뒤에 서있듯 귓가에서 들려올 순간을
내가 참아 낼 수 있다면 차라리...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만약 쪽지에 글이 이것으로만 끝났다면
난 차라리 모든 것을 포기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접혀있는 쪽지의 아랫부분에 있던 것은
잔인한 장난을 친 누군가의 변덕 같은 배려
혹은, 자신의 유흥을 한껏 끌어올리기 위한
또 하나의 장난인 걸까...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가져갈 물품은?
당신은 위에 선택한 장소에 아래 중 하나를 가져 갈 수 있다.
1.
누군가가 주고 간 상자
하루 한 번, 일상 생활의 평범함 무언가를
꺼낼 수 있는 상자
상자의 크기는 한 손으로 들 만큼 가볍고 작으나
더 큰 물건들도 꺼낼 수 있다
음식,라이터,수건,칼... 등과 같은 생필품은 물론이고 한 달을 보내는 동안 필요한 각종
물건들도 얻을 수 있다
단, 상자에서 꺼낸 물건은 1회성이며 꺼낸 물건을
그냥 두었을 경우 하루가 지나면 사라진다
또한 아래의 나열된 다른 물건들은 꺼낼 수 없고
마법적 효과를 넣은 물건 역시 꺼낼 수 없다.
2.
누군가가 주고 간 캠프키트
접혀져 있는 작은 천조각을 바닥에 놓으면
놀랍게도 두 사람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작은 텐트가 완성 된다
이 텐트 안에 들어가 있으면 외부의 어떤 공격에도
안절할 수 있으며
'그들' 을 절대 이 텐트 근처로 몰려들지 못하게 된다.
이 텐트로 인해 적어도 숙면 만큼은 안전하게
취할 수 있으며 평소에는 손바닥 만한 작은 천으로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무겁지도 않다
단, 이 텐트가 밖에서 위협하는 '소리'까지 차단해주는 것이 아니며
텐트 안에서는 하루 8시간만 보낼 수 있다.
3.
단순히 어둠을 밝히는 용도 만이 아니다.
물론 일반 손전등 보다 밝고, 그 범위가 넓기 때문에 어두운 밤에도 시야 확보가 가능한 만큼
그 자체로의 쓸모도 있지만
이 손전등은 나를 위협하는 누군가로부터의
보호를 위한 물건이다.
어느 장소에 어떤 녀석이 됐든, 나를 공격하려는
의도가 있는 놈이라면 이 손전등의 불빛이 닿는 순간 검게 녹아버리고 만다.
유일하게 나를 반격 할 수 있는 물건
단, 손전등의 배터리는 총 30시간이다.
간간히 달려드는 무언가를 공격하는 것에는 충분할지 모르지만 밤이고 낮이고 자신의 주변에 켜둔 채 사용 할 수 없다.
자 여기에서 덬들이 한 달동안 살아야 할 장소와 물건들을 선택해주면 됨!!
ㅊㅊ 다음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