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강남구에 구립미술관이 없는 것은 합리적 선택
12,703 10
2024.07.02 13:39
12,703 10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있는 개방형 수장고 ‘데포 보이만스 판뵈닝언’ 전경. [오시프 판 두이벤보드(Ossip van Duivenbode) 제공]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있는 개방형 수장고 ‘데포 보이만스 판뵈닝언’ 전경. [오시프 판 두이벤보드(Ossip van Duivenbode) 제공]

모든 존재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모든 존재하지 않는 것에도 이유가 있다. 서울 강남구에는 구립미술관이 없다. 강남구립미술관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면 흔히 두 가지 반응이 나온다.

“강남구의 수치입니다. 당장 하나 지으세요.”

“강남구는 상업 지역이니까 미술관이 필요 없습니다.”

둘 다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강남구에 구립미술관이 없는 것은 그 지역 주민과 공무원들의 합리적 선택이다. 문화경제학자 관점에서 보면 이 논쟁은 여러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강남구에는 이미 사립미술관과 갤러리가 많다. 예를 들면 포스코미술관, 플랫폼엘, 송은아트스페이스, 코리아나미술관 등이 있다. 필자는 K현대미술관과 호림아트센터 신사분관을 자주 찾는다. 이런 시설들은 다양한 미술 전시와 문화 활동을 제공하며, 구립미술관 필요성을 상대적으로 낮춘다. 또한 강남구 주민은 인근 용산구, 서초구에 위치한 여러 국공립미술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강남구에 미술관 추가 건립이 필수적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서울시는 서초구 옛 정보사 부지에 2028년까지 국내 최초 ‘보이는 미술관’을 건립한다고 한다. 네덜란드의 ‘개방형 수장고’인 ‘데포 보이만스 판뵈닝언 (Depot Boijmans Van Beuningen)’이 연상된다.
 

다양한 특색을 지닌 강남구
강남 세로수길에 위치한 젠틀몬스터 매장. [젠틀몬스터 제공]
강남 세로수길에 위치한 젠틀몬스터 매장. [젠틀몬스터 제공]

무엇보다 강남구는 이미 패션, 디자인, 쇼핑 등 다양한 문화 분야에서 강한 특색을 지니고 있다. 이런 문화적 다양성 안에서는 구립미술관보다 다른 형태의 문화시설이 더 잘 부합될 수 있다. K성형박물관이나 청년디자이너를 위한 창업센터 등이 그것이다. 강남구는 서울의 주요 비즈니스 중심지로, 이 지역의 주된 목적과 필요성도 상업 활동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문화시설보다 상업시설이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가로수길이 과거에 급성장한 것도, 최근 가로수길이 몰락한 후 그 주변 지역인 세로수길이 번창하는 것도 민간의 창의성이 잘 발휘되고 있다는 증거다. 가로수길에 있던 패션 브랜드 매장들이 문을 닫은 반면, 세로수길에는 탬버린즈, 젠틀몬스터 등이 속속 오픈하면서 국내외 MZ세대를 끌어모으고 있다.

정부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이미 다른 지역에 문화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돼 있다면 강남구에 비슷한 인프라를 만드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미술관에 예산을 쓴다는 것은 어린이 돌봄 서비스나 노인 케어링, 과학기술 연구개발 투자, 대학교육 투자, 청년 창업 지원 등에 쓸 돈을 포기한다는 의미다. 그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쉬운 일은 아니다. 정치인이나 이해 당사자는 100억 원 비용에 120억 원 편익일 때 미술관 사업을 꼭 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90억 원을 투자해 150억 원 효과가 나는 다른 사업도 여럿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민간 기부채납을 통해 국공립미술관을 짓는 데도 함정은 있다. 그만큼 눈에 보이는, 보이지 않는 특혜를 줘야 한다. 건립 후 막대한 운영비는 정부 몫이다. 미술관을 짓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사용할 예산은 결국 국민 세금에서 나오니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제 추세도 봐야 한다. 일부 도시는 문화시설을 도시 중심지에 집중시키는 반면, 다른 도시들은 더 넓게 분산하는 전략을 선택한다. 리카르도의 비교우위 이론을 서울 미술관 분포에 적용해 그 장단점을 분석할 수 있다. 비교우위 이론은 원래 국가 간 상품과 서비스 교역을 설명하지만, 여기서는 미술관의 지리적 배치와 효율성 측면으로 확장해 생각해보자. 미술관이 대도시 특정 지역에 집중될 때 장점은 문화 허브를 형성해 관광객 유치에 유리하고, 해당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술관과 다른 문화시설이 근접해 있으면 시너지 효과가 나고, 인프라와 운영비용을 공유할 수 있다. 관람객이 여러 미술관을 쉽고 편하게 방문할 수 있어 접근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미술관이 도시 전체에 폭넓게 분포할 때는 지역 균형 발전, 교통 혼잡 완화, 다양성 증진 같은 장점이 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7/0000034672?sid=102

목록 스크랩 (0)
댓글 1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VDL💜] 메이크업도, 모공도 안녕~ VDL 퓨어 스테인 포어 컨트롤 클렌징 오일 체험 이벤트 392 10.01 18,473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2,853,148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6,524,45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4,460,129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5,817,442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1 21.08.23 4,783,443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0 20.09.29 3,822,82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41 20.05.17 4,373,29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77 20.04.30 4,869,15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18번 특정 모 커뮤니티 출처 자극적인 주작(어그로)글 무통보 삭제] 1236 18.08.31 9,521,719
모든 공지 확인하기()
310505 기사/뉴스 [POP초점]열풍 일으킨 '흑백요리사', 뒷심 놓쳤다..공정성 의심에 쏟아진 혹평 15:09 227
310504 기사/뉴스 장수원, 시험관 9번 끝 득녀 ♥지상은에 베이비샤워…풍선 100개 '깜짝' (장수원해요)[종합] 9 15:06 549
310503 기사/뉴스 '가짜 뇌전증' 병역비리 래퍼 나플라, 징역형 집행유예 확정 4 15:02 476
310502 기사/뉴스 장윤정, 후배 임영웅x이찬원 울렸는데..어쩌다 최악의 데뷔 25주년 [Oh!쎈 이슈] 1 15:02 384
310501 기사/뉴스 ‘23명 사망’ 참사책임자 안 부르고 뉴진스 부른 국회 환노위 24 14:59 1,057
310500 기사/뉴스 전쟁으로 기사회생…네타냐후, 정적들 제치고 총리선호도 선두 14:57 120
310499 기사/뉴스 윤가이, 고혹적인 카리스마…팜므파탈 매력 [N화보] 14:55 547
310498 기사/뉴스 [단독] 피프티 피프티, 활동 2주차에도 SBS는 보이콧..'그알' 편파방송 논란 여파 (종합) 12 14:52 960
310497 기사/뉴스 '이나은 옹호논란' 곽튜브 합류할까..'전현무계획2' 11일 첫 방송[SC이슈] 13 14:50 487
310496 기사/뉴스 에버랜드, SM 협업 프로젝트 ‘에버라이즈’ 3일 오픈 3 14:49 740
310495 기사/뉴스 심진화♥김원효, 故김형은 부친 구순 잔치까지 챙겼다…SBS 동기들도 참석 '감동' 31 14:48 2,362
310494 기사/뉴스 뉴진스 민지 "팬들과 교감할 때, 가장 살아있다고 느껴" [화보] 13 14:47 500
310493 기사/뉴스 광주 한 아파트서 70대 남성 승강기 통로로 추락, 중상 입어 3 14:47 1,078
310492 기사/뉴스 봉준호 감독 '미키 17', R등급 판정 7 14:46 1,384
310491 기사/뉴스 빌리, 16일 미니 5집 컴백…11일 선공개곡까지 14:45 115
310490 기사/뉴스 주병진 8년 만에 예능 고정…맞선 보러 다닌다 [공식] 4 14:44 739
310489 기사/뉴스 딸에게 조종실 구경시켜준 객실 사무장…"어려서 괜찮은 줄" 13 14:44 1,602
310488 기사/뉴스 "간호사복에 딸려와" 마약류 무단반출 30대 대학병원 간호사 집유 11 14:40 1,035
310487 기사/뉴스 거리 배회하던 20대 엄마와 생후 40일된 아기, 경찰이 보호조치 45 14:38 2,659
310486 기사/뉴스 "회사서 날 매장하려 해" 오해로 직장 동료 살해한 50대 구속 기소 1 14:36 6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