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 은행장도 빈소 발걸음…임직원들 '침묵' 속 조문
"착하고 성실한 조카" "날 두고 어찌 가느냐" 연신 눈물
(서울=뉴스1) 박혜연 신은빈 김지완 기자 = "착하고 성실하고 다 잘하는 조카였어요. 몇 년 같이 살기도 하고."
2일 오전 서울 영등포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신한은행 직원 고(故) 이 모 씨(52)의 유족들은 생전 고인과 가까운 관계였다며 연신 눈물을 쏟아냈다.
이날 새벽에 소식을 듣고 춘천에서 달려왔다는 이들은 "마지막으로 본 건 지난 4월"이라며 "(고인의) 상태가 나쁘다고 해서 보지 못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고인 이 씨는 슬하에 1남 2녀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장녀와 차녀는 사회인이지만 막내 아들은 아직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라고 했다.
전날 밤 서울 중구 시청역 교차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 9명 가운데 4명은 신한은행 동료 직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사이로, 이들 중 한 명은 사고 당일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인사 발령을 기념해 퇴근 후 저녁 식사를 같이 하고 모여 있던 중, 변을 당했을 것으로 추정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들 중 3명은 현장에서 사망해 영등포병원 장례식장으로 이송됐고, 다른 한명은 심정지 상태로 국립중앙의료원에 옮겨졌다가 사망 판정을 받았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이날 오전 8시 30분쯤 검은 양복 차림으로 영등포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했다. 정 은행장은 취재진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빈소를 빠져나갔다.
신한은행 임직원으로 보이는 조문객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심경을 묻는 말에 대체로 아무 말 없이 굳은 표정으로 빈소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 조문객은 "처참한 기분"이라고 짤막한 답변을 남겼다.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도 다른 신한은행 직원 이 모 씨의 빈소가 차려졌다. 이 씨의 동생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유일한 형이었다"며 힘겹게 입을 뗐지만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씨의 어머니는 손수건을 손에 든 채 "날 두고 어떻게 가느냐"며 흐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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