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드라마 ‘졸업’이 가르쳐준 인생수업 [김효원의 대중문화수첩]
3,540 1
2024.07.02 09:42
3,540 1

[스포츠서울 | 김효원 기자] 매달 새로운 드라마가 나오고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고 또 잊혀진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잠시 드라마에 빠졌다가 걸어나와 우리는 또 각자의 인생을 살아간다.

그러나 드라마는 드라마 그 이상일 때가 많다. 드라마가 나올 때마다 과몰입하고 울고 웃는다. 고작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지구가 멸망하는 일보다 더 흥분한다.

한국인에게 드라마는 왜 이토록 중요한가. 요즘 한국인들은, 공부하는 석박사님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책을 읽지 않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국민 독서 실태 조사를 보면 2023년 독서율은 43%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조사다.

그 자리를 드라마가 차지했다. 드라마 작가들이 더욱더 큰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져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병원에서 연애하는 얘기, 로펌에서 연애하는 얘기, 방송국에서 연애하는 얘기는 하도 많이 봐서 더 이상 볼 인내심이 없다. 재미있으면서 시청자를 조금은 성장하게 만드는 드라마가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어제(6월 30일) 종영한 tvN 토일극 ‘졸업’(연출 안판석, 극본 박경화, 제작 스튜디오드래곤·㈜제이에스픽쳐스)이 이룩한 성취는 눈부시다.

‘졸업’은 대치동 스타 강사 정려원(서혜진 역)과 그의 제자 위하준(이준호 역)이 벌이는 로맨스를 내세워 ‘학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라는 ‘뻔한 내용이겠지’라는 선입견 때문에 극 초반에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스타 강사와 제자의 러브라인은 거들 뿐, 대형 학원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깊은 내면을 생생하게 다뤄 흥미를 전했다. 탄탄한 대본과 세련된 연출로 재미, 감동, 교훈, 여운까지 드라마가 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선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사로서는 연봉 수억원을 벌어들일 만큼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어른으로서는 미완성인 서혜진은 세상 무서운 것 없이 돌진하는 제자 이준호와 연애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껍데기를 깨고 나와 꿈을 향해 새로운 출발을 한다. 서혜진이 먹고사니즘을 극복하고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나는 모습은 매일 사표 쓰는 장면을 시뮬레이션하는 직장인들의 마음에 통쾌함을 전했다.

‘법대생’이었던 서혜진이 자신이 왜 돈을 벌려고 했는지 깨닫고 다시 공부하기로 마음먹고는 이준호에게 “내가 뭔가 이뤄내면 그때는 네가 나한테 줘. 빛나는 졸업장”이라고 말한 대사는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에게 “내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스스로 선택해서 하지 않는 사람은 아직 졸업하지 못한 것”이라는 드라마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일깨워준다.

마지막회의 함정에 빠지지 않은 점도 칭찬할 만하다. 흔히 드라마의 마지막회가 “그렇게 해서 왕자와 공주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를 설명하기 위해 진부한 장면들을 줄줄이 나열하며 전파를 낭비하는 데 비해 ‘졸업’의 마지막회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알려주는 데 모든 신을 집중해 감동을 더했다.

드라마는 ‘작가놀음’이다. ‘졸업’의 박경화 작가는 놀랍게도 이 작품이 첫 데뷔작이다. 20년간 홍보 업계에서 일하다 작가공부를 시작해 CJ ENM이 실시한 신인 창작자 발굴 프로젝트 오펜(O‘PEN)에 단막극 ‘스톡 오브 하이스쿨’을 썼고 이 대본이 안판석 PD의 눈에 띄어 ‘졸업’을 집필했다. 드라마가 보여줄 수 있는 미학을 수준높게 완성한 박경화 작가가 보여줄 차기작이 벌써 기다려진다.


https://naver.me/xk1iDAnA

목록 스크랩 (0)
댓글 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올여름, 코미디의 정석이 이륙합니다! <파일럿> 최초 무대인사 시사회 초대 이벤트 350 00:08 7,993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1,147,372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4,806,821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5,825,040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2,090,313
공지 [필독]성별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16.05.21 23,364,452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9 21.08.23 3,980,892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5 20.09.29 2,925,087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84 20.05.17 3,569,279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68 20.04.30 4,132,779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611,381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1008 기사/뉴스 의대들 의평원 인증 떨어져서 국시 못 봐도 정원 조정 없다는 교육부 11:23 99
301007 기사/뉴스 러블리즈 출신 유지애, 27일 팬미팅 개최…9일부터 예매 오픈 1 10:51 504
301006 기사/뉴스 전현무·장도연, ‘2024 케이 월드 드림 어워즈’ MC 확정…2년 연속 호흡 7 10:48 591
301005 기사/뉴스 ‘연봉 1억·정년 보장’… 현대차 생산직 또 뽑는다 1 10:46 996
301004 기사/뉴스 한화에너지, ㈜한화 지분 8% 공개매수…경영권 승계 속도 7 10:43 537
301003 기사/뉴스 키스오브라이프, 오늘(5일) 데뷔 1주년…팬들과 기념 파티 연다 1 10:42 313
301002 기사/뉴스 삼둥이 가고 도플갱어 온다.."희찬이형!" 여진구X황희찬, '유퀴즈'가 해냈다 [Oh!쎈 예고] 7 10:42 562
301001 기사/뉴스 계란·식용유 등 집중관리 '7대 생필품' 가격 일제히 올라 10 10:39 721
301000 기사/뉴스 '할부지' 만난 푸바오... 할부지가 부르자 달려왔다 141 10:37 16,578
300999 기사/뉴스 직원 반찬에 빨래도 해준다고?…롯데백화점 '맞춤형 복지' 혜택 보니 5 10:36 1,152
300998 기사/뉴스 '박부장' 박서준 "어떡해요?" 당황..'서진이네2' 오픈런→웨이팅 멘붕 사태 7 10:36 1,118
300997 기사/뉴스 경찰, ‘시청역 교통참사’ 희생자에 ‘토마토’ 조롱 20대男 조사 243 10:35 10,737
300996 기사/뉴스 화성 아리셀 인근 잉크공장서 불…한때 소방 대응 1단계 2 10:32 567
300995 기사/뉴스 [단독]빗길에 무단횡단 하다가...40대 남성 신논현역 인근서 차 2대에 치여 숨져 106 10:32 10,075
300994 기사/뉴스 “10㎝ 뒤에서 계속 따라 붙어” 벤틀리 차주의 수상한 행동, 왜? 21 10:31 2,201
300993 기사/뉴스 라이언 레이놀즈X휴 잭맨, 오늘(5일) '워터밤' 출연...시원하게 젖는다 [단독] 17 10:26 1,443
300992 기사/뉴스 MBC뉴스, 유튜브 구독자 453만 명…국내 언론사 뉴스채널 중 1위 13 10:20 1,092
300991 기사/뉴스 아스트로 윤산하, 8년만 솔로데뷔 "8월 초 목표로 준비 중" [공식] 9 10:16 783
300990 기사/뉴스 김재중, 이찬원 향한 '20살 차' 누나 팬심에 질투 폭발 "나는?" (편스토랑) 7 10:12 1,519
300989 기사/뉴스 운동과 춤에 푹 빠진 어느 배우의 반가운 근황 9 10:12 3,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