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밤 대형 교통사고로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 국화 두 다발이 놓여 있다. 강한들 기자
지난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난 대형 교통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난 가운데, 2일 아침 출근하는 시민들은 사고 현장을 지나며 “남일 같지 않고 참담하다”고 입을 모았다.
-생략-
2일 오전 7~8시 이른 아침 시간임에도 사고 현장 인근은 출근하는 시민들로 붐볐다. 오전 8시쯤에는 한 번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뀔 때마다 30여명이 길을 건넜다. 인근을 지나는 시민들은 사진·영상을 찍는 등 사고 현장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지난 1일 밤 대형 교통사고로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행인들이 사고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강한들 기자
이날 사고 현장에는 파손된 안전 펜스를 대신해 푸른색 임시 펜스가 설치됐다. 횡단보도 곁에는 파손된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었다. 안전 펜스에는 “애도를 표하며 고인들의 꿈이 저승에서 이뤄지길 바란다”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메모 아래 흰 국화 두 다발이 놓여 있었다.
시민들은 사고가 ‘내 일 같아’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전 7시30분쯤 출근을 하던 채모씨(46)는 “지난 1일 오후 11시쯤 기사를 봤는데 혹시 동료가 있는지부터 확인했다”며 “대부분 가정이 있는 가장의 연령대여서 남일 같지 않고 참담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인근 회사에 출근하던 김영미씨(53)도 “근처에서 30년 정도 일했는데 이렇게 많은 분이 돌아가신 건 처음”이라며 “기사를 보고 너무 놀라서 새벽 3시까지도 잠을 못잤다”고 말했다.
전날 회식을 예정했다가 날짜를 옮긴 시민도 있었다. 인근 호텔 보수 공사를 맡아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 이상일씨(46)는 부슬비를 맞으며 사고 현장을 허망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이씨는 “어제 점심도 현장에 있는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었고, 원래 어제 여기서 회식을 하기로 했다”며 “시간이 안된다는 사람이 있어서 오늘로 날짜를 바꿨고, 회식을 했다면 사고 시간대에 분명 이 거리에 있는 치킨집에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 전날에도 이태원에 있었어서 기분이 이상하다”고 덧붙였다.
사고 현장에서 안전펜스가 시민들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데에 놀란 시민들도 많았다. 이씨는 “시공 과정에서 안전 펜스를 더 깊게 박거나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외국에서는 교통사고가 나도 펜스가 밀리지 않고 차가 멈추는데 차량이 다 밀고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채씨도 “3년 전쯤에 코로나가 한창일 때 보호자가 햄버거를 사러 다녀온 사이 아이가 대낮에 음주 차량에 치여서 죽은 사건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인도로 다니는 것도 보행자 입장에서 안전하지 않은 나라가 됐나”며 탄식했다.
-생략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305909